그저께와 어제 다시 찾은 정진단.
부처님오신날에 새벽정진을 한 이후로 정진단에 오면 내 집 안방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면서 왠지 반가운 느낌이 듭니다. 정진의 진행도 점점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면서 마음과 느낌도 더 깊어지는 것 같구요.
그런데 이번 이틀간은 내 컨디션이 좋지 못해서 그다지 원활한 정진을 하지 못했습니다.
열흘전부터 시작한 헬스와 요가 때문에 생긴 온몸 마디마디의 근육통(알이 배겼다고들 하죠)이 고열과 몸살로 이어지더니 그것이 다시 감기로 발전된 상황이었거든요. 너무 의욕이 넘쳐서 강도 높게 하다 보니 ㅎㅎ.
하지만 몸이 적응하기 위한 호전반응이란걸 알기에 그 상태로 또 헬스와 요가를 반복했습니다.
수요일 오전에 요가를 하고 알이 배겼던 근육이 풀어진 것 같아서 저녁에 다시 헬스를 풀세트로 했죠. 그랬더니 바로 다음날 아침에 오한이 오더니 금요일까지 몸살이 절정을 이루어서 꼼짝도 못했습니다. 다행히 토요일부터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어 정진단 참여는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에 마을학교 협동조합 수업에 참가하지 못한 이유를 더불어 밝히고 싶어서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았네요.^^
어쨌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정진단에 가서 정진을 시작했는데.
감사의 절을 한 후 1000일 정진 발원문을 낭독하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쩌렁쩌렁 울리는 것이었어요.
'아니 이게 누구지!!! 이게 내 목소리야?'
감기 기운이 남아있어서 목이 잠겨있는 상태에서의 내 목소리는 정신이 확 깨일 만큼 낯선 음성이었습니다. ㅋ
잠긴 목소리에 신경이 쓰여서 그런지 발음도 잘 안되는 것 같고, 목구멍도 간질거리는 것 같고... 게다가 침은 왜 고이는 거지?!....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현상. 책의 높이와 좌우각도를 바꿀때 마다 표면에 반사되어 귓가에 부딪히는 내 목소리가 꽤 다양하게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ㅎㅎ
그렇게 평소와 다른 상태에서 낭독을 하려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져서 발원문의 내용을 마음에 온전히 담지 못하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다음 도법스님의 말씀을 따라 100배를 했죠.
집중력이 떨어지는 컨디션이었지만 정진단에 올때마다 점점더 진행하는 내용이 가까이 와닿는 것을 그저께와 어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절을 하면서 몸의 마디마디를 살펴보니 알이 배긴것은 거의 다 풀어졌더군요.
그래도 귀농학교 다닐때 자전거를 타고 수차례 통학했던 것과 아침마다 하는 108배가 건강증진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몸살까지 나면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와 108배의 생활화, 강추입니다!
일요일 정진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오후3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보통 4시쯤이면 주말 공연들을 하는 시간대라서 연극이 떠오르더군요.
문득 연간회원으로 가입한 연희단거리패의 게릴라소극장 작품이 바뀌었을거라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대학로로 갔습니다.
이번 작품은 안톤체홉의 '갈매기'. 고전명작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습니다.
혼자서 관람하기에 딱 좋은 진지한 작품이라 생각하고 입장을 했습니다.
2시간 30분의 런닝타임. 역시나 안톤체홉이었습니다.
한번 더 와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 아침의 정진단 참여를 위해서 일찍 저녁을 해먹고 잠을 청했습니다.
어제의 정진도 그저께와 비슷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목소리가 아직도 낯선 남자의 것이더군요 -.,-
그래도 인드라망에서 보내준 회원가입선물인 새하얀 수건(?)도 방석위에 깔고서 나름 전날보다 정성과 집중을 모으려 했습니다.
그렇게 무난하게 한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조계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동생의 카페로 가서 인드라망 회원가입 안내문과 불교관련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며칠동안 손대지 못했던 핸드폰을 살펴보고...
그리고 오늘 아침에 정진후기를 쓰려고 며칠만에 인드라망 사이트에 들어왔는데,
앗! 어제 '소식지 발송 봉사활동'이 있었네요.
제때 알았으면 어제 정진 끝내고 바로 인드라망으로 갔을텐데...
아쉽네요. 아쉽다...
지난주의 몸살이 앞으로 계속 이어나갈 헬스 요가 108배를 통한 건강증진에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였다고 생각하며 앞으로의 1000일 정진은 정성과 최선을 다해 힘차게 참여하자고 다짐을 합니다.
후기는 쓰고 싶은데 이번 정진이 전보다 잘 이루어지지 못해서 이렇게 수다만 늘어놓았네요.^^
지난주에 찾아온 비소식에 반갑고 감사한 마음을 회향하는데 함께 실어봅니다.
몇 주 전에 불교귀농학교 30기 모둠장이신 강화석 선생님과 함께 정진을 한 후 찍은 인증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