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들이 다같이 모이는 첫 날, 봄비가 좀 춥게 내렸어요.
진이는 작년까지 3시에 학교에서 출발했어서
친구들이랑 따로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아서 조금 놀라고 걱정했지만 무사히 잘 도착하여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간식을 먹었습니다.
핫도그 맛있게 냠냠 ^^
비가 온 세상 적시는 날, 마침 젖은 수채화를 그리기로 했어요.
친구들은 이미 유치원과 2학년때 해본지라 들꽃이 수채화 도구 놓는 걸 도와달라하니 착하면 척하고 알아듣습니다.
서진이는 물통에 물 떠오는 걸 흔쾌히 돕겠다 했는데요. 팔이 다쳐 힘들지 않겠냐 하니 '하나씩 떠오면 되~' 하며 여러번 왔다갔다 친구들 물을 다 떠왔네요.
새 붓이라 단단하게 풀이 먹여져 있었는데 물에 잘 풀어서 손바닥에 감촉을 느껴 봅니다.
간질간질 부드러워지고 이젠 수채화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들꽃이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면 판을 들고 나와 촉촉히 젖은 종이를 받아서 갑니다.
저는 이 때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는게 참 좋은데요. 아이들도 저마다 제 이름이 언제 불리나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짧은 순간이지만 고요가 흐르며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행복합니다.
물이 흥건이 고인곳이 없게 스폰지로 살살 닦아내고..
물감을 아직 찍지 않고 붓질 연습을 해봅니다.
아기의 보드랍고 연한 볼을 엄마가 어루만지듯이 붓을 앞 뒤로 살살 ~~ 해보아요.
음음~ 그 느낌 알지!
이제 색을 만나기로 합니다.
이번달은 깊고 진한 감청색, 프러시안 블루와 진한 개나리 노랑색을 느껴보기로 했는데요.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을 생각하며 코발트 블루나 울트라 마린 보다 더더 깊은 색을 골랐어요.
새하얀 종이에 첫 붓질을 하는 그 긴장이 해소되는 순간. 저마다의 처음이 다 다름이 재밌네요.
겨우내 굳게 얼었던 땅도 봄이 되면 어찌 할 수 없이 녹겠죠.
그래서 이 노랑색은 어떤 느낌인지 물으니
진이가 "햇살!" 하고 답합니다.
다같이 따스한 봄햇살을 충분히 느껴봅니다.
언 땅이 녹은 자리에 초록이 피어납니다.
들풀과 물을 가득 머금은 나무들..
봄이 되면 나무들에 한껏 물이 오른단다.
우리 마을에선 그 물을 사람들이 마시려 모으기도 하지~ 그게 뭘까? 하니
한 목소리로 "고로쇠 수액!!!!" ㅎㅎㅎㅎㅎ
그리고 서진이는 메이플시럽도 생각해 내고
잠시 메이플 스토리로 샛길로 샜다가
태양이가 "나뭇가지들이 연두색으로 변해요~"
하며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 됩니다.
진이는 민들레를 떠올렸구요.
얼마나 심취했는지 다했다고 가져가 놓고 또 가서 보탭니다. 뿌리인지 그림자인지 파란색부분에 반영을 그렸는데 너무 멋있어서 감탄이 나왔네요.
자유 시간에는 만다라를 뽑아 놓았더니
너도나도 한 장씩 가져가 칠했답니다.
이 날 몇 몇 친구들은 이후에 또 미술하러 간다했는데 완전 미술의 날이었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