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노란 꽃들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방과후 학교 주위에도

한창입니다.

진홍이는 지훈이에게 향을 맡으라며 코에 대주네요. 지훈이는 비염이 있어서 못맡는다고 합니다.

2학년들도 재잘재잘, 투닥투닥, 깔깔대며 방과후에 도착합니다.

가는 동안은 들꽃이랑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는데 아주 다이나믹 하답니다.

말려서 간식 먹을 때 차로 마셔보기로 했는데 아이들은 생강나무라 하니 자기들은 생강차를 싫어한다고 자꾸 말하네요.

그 생강이 아니여~~

이틀에 걸쳐 냉이튀김을 해먹었어요.

요리 수업 한다고 하니 소리 지르며 좋아들 하네요.

아이들과 캐서 바로 해 먹음 좋겠지만 씻고 다듬고 오래 걸려 들꽃이 미리 캐놓은 냉이를 먹기로 합니다.

3학년들은 냉이를 학교에서 캐보았고, 2학년 중에도 몇몇 아이들은 냉이를 캐본 적이 있었나봐요.

냉이가 겨우내 땅속에서 열심히 양분을 꼭 간직하며 살아있다 봄이 되면 꽃을 피운다 이야기 해주니 우리 몸에 좋을거 같아요~ 하기도 하고

냉이 꽃을 본 친구가 있냐고 물으니 3학년은 거의 모든 친구들이 '하얀 꽃!!' 하고 맞춥니다.

냉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물으니 것도 냉이된장국, 냉이무침, 냉이전, 냉이튀김 줄줄줄~~ 나오고요. 우리 산내 아이들 역시 최고에요!

본격 요리 시작! 긴 뿌리 한 입 크기로 자르기.

진지한 얼굴들~~ 아이들은 간단한 칼질도 너무 즐거워합니다.

2학년들은 들꽃이 미리 샘플을 잘라주고 그 크기를 따라 자르라 했더니 정말 1미리 오차 없이 똑같이 자르겠다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다음 단계. 튀김옷 만들기~

살살살 밖에 튀기지 않게 잘도 푸네요~

물이 조금 쏟아져 행주가 필요하다 누군가 가져다주면 좋겠다 부탁하니!! 글쎄~~ 두둥

개구쟁이 지형이가 어디에 있냐고 묻더니 두말 않고 가져다 주었어요.

말썽부리고 말 안 듣다가도 한 번씩 이렇게 감동을 시켜서 살살 맘이 녹아버려요.

호진이도, 이룬이도, 상하도 ~

얼마나 참하게 살살살 밀가루를 풀던지 ^^

반죽은 2학년들이 더 잘 만들었어요.

기름이 준비 되었나. 들꽃이 먼저 하나 넣으면서 기름이 뜨겁기 때문에 주의사항을 여러 번 반복해 이야기 했네요.

한명씩 냉이에 튀김옷을 입혀서 투입!

냉이가 기름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환호하네요. 우와!!!

너도 나도 튀기다 보니 어느새 바삭한 냉이튀김 완성 ^^

튀기면 모든지 거의 맛있는데 아이들도 너무 먹고 싶어서 난리들이었어요.

아까 따온 생강나무 꽃으로 플레이팅도 정성스레 하고요~ 냉장고를 부탁해 안 부럽죠.

어서 먹고 싶어서 밥 기도도 평소처럼 장난 안치고 한마음 한목소리로 한 번에 끝내고!

으와~~ 와구와구 먹자!!

너무 맛있다고~~

먹고 먹고 오늘 간식 홍시를 같이 먹으니 어쩐지 인삼 맛이 나는 듯 하기도 하고

튀김 옷 남은 것까지 싹 주워 먹네요.

들꽃 하나 밖에 못 먹었는데 흑흑 그러니 태양이가 인심 좋게 들고 있던 마지막 튀김을 반노나 주네요. 고마워 ~~

2학년들도 어서 먹고 싶어요~

먹는 건 순식간! 이 날 유일하게 조용한 순간이었답니다.

같이 장식한 생강나무 꽃이 자기들도 모르게 입에 들어간 친구들. "샘~~ 꽃을 먹었어요.

그런데 튀김에서 꽃향기가 나요~"

생강나무 향과 냉이튀김 맛을 함께 기억 하려나요? ^^

시간이 제법 남아 날도 좋으니 나들이 겸 냉이 캐러 가자하고 우르르 나왔습니다.

냉이 먹고 나니 욕심나는지 많이 캘 거라 각오를 다지는 아이들! ㅎㅎ

출발하니 들꽃 앞으로 뒤로 무리지어 뛰어 댕기는 아이들.

이 엄청난 생의 에너지를 풀어내려면 역시 교실 안은 너무나 좁은가 봅니다.

나오니 신나요!

흑산이다!!! 이러고 우르르 달려가 흙벽을 기어 올라가고

들판을 지나 밤나무 그네로 또 달려가고

상하는 넘어져서 밤송이가 손에 박히기도 하고요. ㅠㅠ

그렇게 실상사 농장에 도착해 호미를 하나씩 주고 보물 찾듯이 냉이 찾기 시작.

처음엔 어디 있냐고 들꽃한테 계속 묻던 아이들

몇 번 무리지어 있는 곳을 알려주니 스스로 발견하며 기뻐합니다.

별이는 첨엔 냉이 어떻게 생긴 지 모른다고 걱정해서 몇 번 알려주니 집에 갈 때 쯤 이젠 생긴 걸로도 향으로도 알 수 있어요~ 합니다.

각자도 캐고 모여서도 캐고

밤송이 찔린 게 아파서 쉬고 있던 상하도 슬금슬금 와서 호미를 건네니 열심히 캐서 친구에게 건네고요~

냉이 큰 거 캤다고 많이 많이 캤다고 서로서로 들꽃에게 보여주고 엄청 자랑합니다.

저에게 향을 맡아보라며 코에 대주기도 하고요.

너른 들에서 냉이를 캐는 봄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저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날이었네요.

들꽃 호미를 없는 아이에게 주어 손으로 뽑고 있다 말하니 어느 녀석이 아무 말도 없이 스윽~~ 저가 쓰던 호미를 주고 갑니다. ㅠㅠ 왜 이렇게 자꾸 이쁜거야?

아이들도 흙 내음이 잔뜩 섞여있는 냉이 향을 아마 봄으로 기억하겠죠? 그때쯤이 되면 냉이국이 먹고 싶어지고 냉이튀김이 먹고 싶어지겠죠?

지난주엔 서진이 그림 다음에 진홍이 그림을 전시했어요. 저 연두색 새싹이 정말 오들오들 귀엽네요.

이번 달 노래를 써놓으니 노는 시간 저희들끼리 서서 조잘조잘 읽어대요~ ^^

맛있고 향기 나고 고마운 날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