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살래골 느티나무장터 후기>
9월19일 한가위 연휴 1주일을 남겨두고 마을장터가 열렸습니다.
농번기라서 많이 바쁘고 한가위를 앞두고 모두 벌초하러 떠나서 참여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상반기에도 장터를 열긴 했지만 봉축일 행사에 맞춰 진행하여 온전한 마을장터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산내에서는 마을장터가 힘들다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돈이 안 된다…
맨날 보는 사람들인데 또 뭔 장터…
준비하는데 번거롭고 힘만 쓴다… 등등
하지만, 마을장터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만들기보다 자꾸 장터를 열어 모이다 보면 무언가 의미 있는 열의와 에너지들이 모여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들었습니다.
단순한 귀농인 벼룩시장의 개념을 넘어서 지역의 상인들, 마을주민들, 아이들이 연결되는 놀꺼리, 먹거리, 팔꺼리를 매개로 이번에는 그냥 한바탕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한가위에 한생명에서 한바탕 놀자!” 라는 슬로건으로 참여하실 분들을 모으고 장터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장터 당일 예상보다 많은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고 점심 식사로 준비한 국수가 동이나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바람에 흥이 나는 장터 분위기였지만 사실 운영팀은 우왕좌왕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
어린이 아나바다 장터는 천막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본부석에 쓰려던 것을 급하게 이동시켰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장터쿠폰은 홍보부족으로 사용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장터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은 이곳 산내가 살아 숨쉬는 원동력임을 느꼈습니다.
떡매치기는 오후 프로그램을 달아오르게 하였습니다.
농한기 동네부억에서 남성요리강좌를 배웠던 남성요리팀이 떡매치기를 준비했습니다.
산내 아저씨들이 힘차게 내려치는 떡메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환호했고 투박한 손으로 어설프게 만드는 인절미를 보다 못해 실상마트 아주머니께서 도와주셨습니다. ㅎ
덕분에, 인절미는 나오는 즉시 팔렸고 마지막에 남은 떡고물까지 사가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올해 진행한 마을장터 중에 정말 온전한 마을사람들의 장터였던것 같습니다.
마을분들이 장터를 통해 활력을 얻고 무언가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슬픈소식 하나...
당일날 글씨티 작품을 하시는 '아지 김우일님'을 모셨는데 많은 관심을 받고 기분이 좋으셨던지 긴 종이에 느티나무장터가 잘 되길 바라는 작품을 남기셨습니다.
그리고, 막걸리 한잔 드시고 노래도 한곡 뽑으셨죠.
그런데, 한가위에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함양 프리마켓 하시는 분들이 보물같이 여기는 분이라고 하는데 정말 허망합니다.
그날 멀리서 오셔서 작품 많이 못파시고 힘만 들지 않았냐고 여쭈니 "실상사 앞에서 젊은 사람들과 많은 아이들과 함께 이런 장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축복인것 같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미처 깨닫지 못하던 축복을 일깨워 주시고 가신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 장터에는 고인의 유작을 걸어 놓을까 합니다.
축복이 있는 장터가 더 잘 되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