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단식 이야기를 수옥샘이 올리셨네요.

의미와 구체적인 방법 등을 쓴 제안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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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감당하기 힘든 유가족들이

길거리에서 나날을 보내고,

목숨을 건 단식으로 병원에 누워 계시는,

너무도 이상한 현실을 매일 맞고 있네요.

날이 갈수록 슬픔이 더해가는 상황에서

‘슬픈 우리가 조금씩 힘을 모아 움직여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슬퍼하다가 또 세월이라는 힘 앞에서 서서히 잊어가지 않을까 하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 세월의 힘을 믿으며, 시간이 가고 잊혀지기를 바라는 세력들이 있겠지요.

그런데,

정말로 잊지 않아야 될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잊혀지면, 우리는 참사 공화국의 바보 국민이 되어 살아가야 할 것이고, 그런 사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겠지요. 이미 대다수의 아이들은 위기시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군요.

‘정말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이던가’라는 탄식을 나날이 하게 되는데, 주저앉아 탄식하고 슬퍼만 하는 게 아니라 그 탄식과 슬픔을 에너지 삼아 일어나고 싶어졌습니다.

원전과 방폐장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은 ‘안전’이 화두가 된 지금 이 시점에도 이 나라 곳곳에서 멈춤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생을 마다하지 않는 사회에서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자 세월호를 넘어서는,

이 사회의 근본을 바꾸고자 하는,

이 사회가 미워도 이 사회를 떠날 수도 버릴 수도 없어 그저 보듬어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 사회를 향한 애끓는 사랑의 외침일 것입니다.

마치 우리 국민을 적으로 알고 밀어내는 듯한 거대한 성벽 앞에서 수시로 막막하지만, 우리 각자의 작은 힘들을 모아내려 합니다.

그럴 때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거대하게 꿈틀대며 변화하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워왔고, 아직 그 믿음을 접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광화문으로 몰려들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의 발길,

자신의 일상 속에서 잊지 않겠다며 동조단식을 하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희망을 품어보기도 합니다.

우리 산내 지역에서도

많은 분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힘을 모으고 싶다는 바램을 갖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막연하지만 강하게 들었습니다.

몇몇이 모여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잊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년 4월 16일까지 산내 지역 릴레이 단식을 계획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인 8월 25일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총 235일이 되네요.

이 기회가 우리 산내 지역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모아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이 단식은

우선, 우리 각자가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기도와 다짐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모으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서로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보듬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와 서로를 도닥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무겁고 아픈 과제를 풀어나갈 힘들을 모아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8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의 단식 신청은 직접 대면하고 알리면서 받아나가기로 했습니다. 현재 6일이 비어있고, 조만간 다 채워질 것 같아요.

9월 중순경부터는 이 사이트에서 10월 이후 단식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더 꼼꼼이 계획되어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정리된 진행 방식을 정리해보면,

1) 단식 신청 ; 9월 30일까지는 담당자에게 직접 신청하기. 10월 단식부터는 이 사이트에 게시된 단식 일정표에 단식 신청 댓글 달기. (이름, 일자, 연락처 남기기. 하루 단식을 최소 기간으로 한다.)

2) 전 단식자에게서 단식 쪼끼를 받고 이를 입고 일상의 장소에서 단식을 한다.

3) 이 사이트의 산내 포탈에 단식 일지를 올린다.

4) 다음 단식을 이어가는 분과 연락하여 단식 쪼끼를 전달한다. 이 일이 꽤 번거로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함께 단식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눈빛을 마주치는 기회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진행하려 한다.

※ 이 단식은 물과 소금을 먹는 단식입니다.

단식에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의 서슴없는 지원, 물론 간절히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