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은 곡식을 만들어 시식해 보고, 날씨도 궂어서 간식으로 부추전을 맛있게 만들어 먹었다. 볶은 곡식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부드러워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통곡식을 꼭꼭 씹어서 먹으니 영양, 소화, 흡수 면에서 뛰어난 음식이다. 주식으로 부담스럽다면 간식으로도 아주 좋다.
여러 가지 통곡물 볶은 곡식으로 곡물바(막대모양 강정?)를 만들어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이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이로운 음식이고 우리가 늘 먹는 음식이라 낯설지 않아서 그 점도 좋다. 바른 먹거리로 몸을 살린다는 것이 뭔가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잘 씹어먹고 잘 걷고 잘 자고 이런 일상이 모여서 건강한 생활이 되는 게 아닐까.
<볶은 곡식 만드는 방법>
1. 현미 볶는 법
① 현미를 따뜻한 물에 2∽3시간 불려서 압력솥에 되게 밥을 한다.
② 밥이 다 되면 채반에 골고루 펴서 말린다. 낮에는 햇볕에 말리고, 저녁에는 따뜻한 방에 널어 말린다.
③ 말리는 기간은 1∽2일 정도가 좋다. 현미가 서로 붙어있는 것은 손으로 비벼 떼어준다. 바싹 말리는 것보다 고슬고슬한 상태에서 볶으면 아삭아삭해지고 맛도 더 좋다.
④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불에 3∽5분간 미리 달군 후에 말린 현미를 한 컵 정도 넣고 2∽3분가 볶는다.
⑤ 완전히 식으면 봉지나 용기에 넣어서 보관한다.
2. 서리태 볶는 법
① 콩을 깨끗이 씻은 다음 찜통에 40분이나 50분 동안 쪄낸다. 충분히 익으면 불을 끄고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② 어느 정도 식으면 봉지에 넣어 냉동고에 2∽3일간 얼린다.
③ 이것을 다시 꺼내어 잘 말린 후에 볶아낸다. 콩은 2∽3컵 넣고 볶아도 된다. 처음에는 센 불로 볶다가 좀 볶아지면 불을 낮추고 뜸을 들이며 볶아낸다.

<볶은 곡식이 왜 좋은가?>
인간의 소화 기관에는 모든 채소나 곡류의 껍질인 섬유질을 소화시키는 기능이 없다. 다시 말하면 섬유질 소화액은 인체에서 분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미밥을 먹을 때 쌀 형태가 대변에 그냥 나오게 된다. 옥수수를 먹었을 때도 그렇다. 또 채소를 먹었을 때 그 형태가 대변에 그대로 나오는 것을 본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곡류의 본질인 탄수화물이 체내에서 신진대사를 하는 데 필요한 촉매제인 비타민 등이 곡식의 껍질인 섬유질 속에 다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통곡류를 먹으라고 한다. 섬유질 소화액이 없는 인체가 어떻게 하면 통곡류 껍질(섬유질) 속에 있는 필요 영양소를 녹여내 인체에 흡수시키는가가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볶은 곡식’이 가장 좋다.통곡류를 찌고 말려서 볶을 때 겉껍질 부분인 섬유질이 탄다. 다시 말하면 숯이 된다. '숯'이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가장 중요한 것은 육상 식물이 타서 숯이 되면 그 숯의 10%는 잿물(K2CO3)이 생성된다. 이 잿물은 옛날에 비누가 없을 때 볏짚을 태워서 그 물에 빨래를 하면 섬유질인 옷이나 천 속의 때를 빼내는 기능을 한 것이다.이와 같이 볶은 곡식은 볶을 때 겉껍질인 섬유질에 미세한 균열을 만든다. 이것을 씹을 때 곡식의 섬유질이 깨지고 침 등의 소화액인 수분에 의해 잿물(탄산칼륨)이 섬유질 속의 영양소들을 녹여내게 된다. 인체에는 섬유질 소화액이 없지만 섬유질을 태워서 그 속에 생성된 잿물이 곡식의 껍질 속에 있는 영양소들을 녹여내게 하여 인체에 흡수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죽을 끓일 때 먼저 쌀을 볶은 다음 끓인다. 서양 사람들 또한 오트밀 죽을 끓일 때 먼저 오트밀을 볶은 다음 죽을 끓인다. 이렇게 하는 것은 곡식을 볶을 때 생성된 잿물에 의해 곡식 속의 영양분을 우려내기 위해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섬유질 소화기능이 없는 인간이 통곡류의 섬유질 속의 영양소를 우려내 흡수할 수 있는 방편으로는 볶은 곡식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