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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4호] 귀농탐방기 - 충남 예산 박은서 님
  글쓴이 : 인드라망     날짜 : 17-10-18 16:10     조회 : 1125    

충남 예산 박은서 님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자연스럽게

이번 귀농탐방은 인드라망생협 화요장터와 인연이 있는 농부를 만나러 충남 예산군 오가면 ‘삶애농장’으로 다녀왔다. 홍성과 아산 중간쯤에 있는 곳이었다. 오가면 역탑리 ‘삶애농장’에서 자연재배로 인삼을 키우는, 아니 인삼과 함께 살아가는 박은서 농부를 만났다. 이곳 역탑리는 당진-영덕 고속국도, 21번 국도, 45번 국도가 교차하면서 이루는 사각형 안에 있었다. 농장은 마을과 조금 떨어진 채 있었고, 그 한쪽에 박은서 님이 사는 집이 있었다.

삶에는 사랑(愛)도 있지만 슬픔(哀)도 있으며, 사랑과 슬픔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게 삶이라는 의미를 담아 삶애농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자연스러움을, 자연스러운 농사를 줄곧 얘기하는 박은서 님다운 이름짓기가 아닌가 싶었다.

박은서 님을 만난 건 늦은 6시가 지나서였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사진부터 찍으려고 농장을 먼저 둘러보았다. 여느 농장과는 아주 달라 보였다. 온통 풀투성이였다. 해가림막이 설치된 인삼밭에 온갖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게으른 농사,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사라고 해야 할까. 산삼을 인공적으로 재배한 것을 인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인삼을 가능한 한 손길을 주지 않고 자연재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인삼 농부를 만나기에 앞서 삼에 관한 자료를 살짝 들여다보았다. 삼은 크게 산삼, 장뇌산삼(산양산삼), 인삼으로 나뉜다고 한다. 산삼에도 순수 산삼이 있고 인삼이 순수 산삼으로 회귀해 가는 야생삼이 있단다. 장뇌산삼은 사람 손을 거쳐 산에서 재배되는 삼을 일컫는다. 그리고 사람이 해가림막(차광막)을 씌워 재배한 인삼이 있다. 이런 인삼을 삼이 가진 본래의 성질을 가능한 한 살리기 위해 밭에서 자연 재배를 하고 있는 박은서 님의 농사 철학을 들어보았다.

자연스럽지 않음이 싫었다
2001년, 35살 때 고향인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IMF 이후 어려워진 회사 상황에서 후배들보다는 본인이 나가는 게 옳다고 여겼다. 게다가 농사짓던 어머님의 갑작스러운 부음과 아버지 부양 등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17년이 지났으니 귀농인이라기보다는 그냥 인삼 농부인 셈이다.
원래 사과밭이던 이곳 농장을 갈아엎고, 인삼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워 가며 관행농으로 시작했다. 인삼 뿌리가 굵어지도록 하는 구근비대제를 비롯하여 살충제, 살균제, 항생제 등을 뿌리며 재배하는 인삼 농사였다. 약으로 쓰이는 인삼을 이렇게 재배해도 되나, 과연 이렇게 키운 인삼이 사람 몸에 이로울까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더 크게 만들고, 모양이 좋게 만들고, 병충해를 예방한다고 뿌려 대는 농약이 오히려 인삼의 자생력을 막을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도 농약을 많이들 치기에 인삼 정보나 농약 품목을 검색해 보기까지 했다. 많이 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더구나 농사가 인삼의 겉모습에 맞춘 농사이지 인삼의 본성에 맞춘 농사가 아니라고 보았다. 인삼 농민들은 소비자나 기업의 입맛에 맞게 농사를 지어주는 형편이니, 어찌 보면 화학농업에 끌려다니면서 농민은 경작권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2006년부터 자연농법으로 인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났더니 자취도 없던 반딧불이를 비롯해 다양한 곤충들이 나타나는 변화를 보았다고 한다. 자연이 살아나는 모습이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십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 삶애농장 인삼들은 온갖 풀과 곤충들이 한데 어울려 차광막을 눈여겨보지 않는 한 인삼밭인지 알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인삼이 풀과 벌레들 사이에서 자생력을 키워 가면서 자연스레 자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픔도 있었다. 자연재배로 키운 인삼이니 크기가 작고 수확량도 많지 않다. 6년 동안 자연이 8만 시간을, 박은서 님이 3만 시간의 땀을 들여 자란 인삼이니 그 가치는 무엇으로도 바꾸기 쉽지 않았지만, 그 가치를 알아주는 이나 기업이 없었다. 겉모습이 중요했으니 등급을 제대로 받지도 못할뿐더러 적절한 가격을 쳐주는 곳도 없었다. 처음 4년을 인삼공사에 납품했지만, 등급이 형편없이 나왔다. 최하등급이었다. 빚만 늘어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농장 땅은 몇 해 뒤면 농어촌개발공사 땅이 될 거라고 한다. 안타까울 뿐이었다.

8만 시간의 자연, 3만 시간의 땀
보통 인삼은 6년을 키운다고 한다. 한 해 키워서 바로 거둬들이는 게 아니니 기나긴 과정이 필요한 농사인 셈이다. 7월에 인삼은 붉은 열매를 맺는데, 이때 열매를 거둬들여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그늘에 말린 다음, 모래에 재워서 하루 두 차례씩 물을 준다. 그렇게 30일쯤 지나면 하루 한 번씩 물을 주다가 물주기 횟수를 줄여 가며 관리한다. 이렇게 백일쯤 지나면 씨앗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씨눈을 틔운(개갑) 다음 가을에서 초봄 사이 밭에 뿌리면 싹이 올라온다. 이것을 다시 1년생 인삼을 키우는 밭이라 할 수 있는 묘삼밭에 옮겨 1년을 키운다. 1년을 견딘 묘삼을 초겨울에 다시 본밭에 옮겨 심어 이곳에서 6년근으로 자랄 수 있게 돌본다는 것이다. 오랜 기다림과 손길이 들어가는 것이기에 중간에 인삼이 죽거나 쥐가 먹어 버린다면 6년 만에 수확을 하는 농부에게는 큰 어려움일 것이다. 그러니 더욱 농약을 뿌리고 뿌리가 굵어지는 약을 하려는 마음을 누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이다. 그런 유혹을 물리치고 인삼을 자연재배하는 박은서 님의 농사 철학과 뚝심이 커 보이는 한편 안타깝기도 했다.

생협에다가도 삶애농장의 인삼을 선보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생협 소비자들이 살 수 있을 만한 가격으로 내놓자니 8만 시간의 자연과 3만 시간의 땀으로 키운 인삼의 가치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몇 해 전에 슬로푸드협회와 인연을 맺으면서 이를 계기로 둘러앉은밥상이라는 사회적기업 한민성 대표를 알게 되었다. 둘러앉은밥상(둘밥)은 친환경 농업을 이어 가는 농부들을 찾아가고 발굴하여 소개하는 큐레이터이다. 친환경 소농이 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작물의 생산에서부터 밥상에 오르기까지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풀어 가는 사회적기업이다.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소비자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제대로 찾고 같이 만들어 간다고 한다.

둘밥 한민성 대표는 수시로 삶애농장을 드나들면서 박은서 님의 농사 철학을 확인하고 마침내 둘밥을 통해 삶애농장의 자연재배 인삼을 알리고 판매를 돕게 된 것이다. 삶애농장의 인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알리고, 적정기술이 있듯 적정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인삼 포장 디자인도 도왔다고 한다. 박은서 님의 농사 철학을 알아봐 주고 이를 세상과 연결해 준 중요한 역할을 해 준 셈이다. 이런 인연으로 그나마 조금은 현상 유지하는 수준은 된 듯하다. 결국, 건강한 먹을거리를 길러내는 일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알리는 역할도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내 삶을 합리화하다 보니 농사 철학이
박은서 님은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이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인삼도 풀도, 벌레도, 방 안에서 다니는 개미들도 똑같은 숨이고 그만큼 다 소중한 존재이며, 그게 자연이라는 것이다. 몇 달 전부터는 식사도 생식이나 채식으로 한다고 한다. 더구나 1일 1식을 하려고 한다고도 한다. 생각과 삶을 바꾼 어떤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농약에 대한 불편한 마음 덕분에 농사에 대한 생각, 삶의 방법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냥 멍하니 있으면 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를 해주었다. 농약을 많이 치면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도 좋지 않을뿐더러 인삼에게도 좋지 않고, 인삼밭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았다. 그런 불편해함이 자연스레 여기까지 오게 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지금까지 해온 자연농법을 합리화하다 보니 그런 생각도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는 말로 박은서 님은 이야기를 마무리해 주었다.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자연재배 농사 철학에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내 마음이 하찮게 느껴졌다. 사실 그 역사가 길지도 않지만, 관행화된 농사뿐만 아니라 관행화된 소비와 삶의 방식을 우리가 되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귀농탐방을 마친다.

 

글_ 나익수 인드라망소식지 편집위원
책을 만듭니다. 녹색 삶을 지향하며 그렇게 살 수 있는 삶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에코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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