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계절 인사를 왜 하는지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무슨 말로 시작할지 모를 때는 계절 인사만한 것이 없지요...ㅎ
초속 5cm.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피었고, 이제 곧 그 벚꽃이 활짝 피어나겠군요.
자연의 속도에 맞추어 살고 싶지만, 마음과 머릿속은 늘 분주하고 빠르게 움직입니다.
자연의 속도가 모두 느리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올 봄, 꽃잎 하나 땅바닥에 천천히 떨어지는 것을 보며 살고 싶습니다.

느티나무 매장 안의 속도는......
정신없이 빠를 때도, 약간은 느릴 때도 있어요.
물건들에게도 회전 속도가 있습니다.
빠르게 팔려 나가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이 물건이 팔리기는 할까 싶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 매장 내부 리모델링 때 상길샘이 기부해 주신 15합 바루.
엄청나게 비싼 이것을 살 사람은 없고 그저 매장의 장식품이라 생각했던 것을 작년 가을 스위스에서 오신 스위스인과 한국인 부부가 사셨어요.
> 그것보다 더 오래된 장뇌삼주.
먼지만 잔뜩 쌓인채 선반에 놓여있던 이 술도 저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장식품인 줄 알았지요.
외국으로 여행가는 애주가님 이별 선물로 떠나갔습니다.
> 홍삼양념 장어 세트.
아이고. 우리 마을에서 누가 그렇게 힘을 쓰겠다고 이 비싼 것을 먹겠는가 싶어 들여온 전매장지기를 엄청 원망했지요.
그러나 이것은 몸을 움직이기 힘들고 기운이 점점 쇠락해가는 진섭샘이 부드러워서 잘 드셨지요. 잘 드시고 가셔서 참 다행이었어요.
> 그밖에도 다른 잼보다 많이 비쌌던 수녀원에서 만든 트라피스트 잼세트는, 추석 선물세트를 한참 고르던 찬은샘이 집어 들었고, 여름 지나 팔 수 없겠다 싶었던 모기 버물리는 아이가 벌레에 물릴까 걱정인 템플 왔던 젊은 부부가, 다른 곳에선 구하기 힘들다고 여행객이 프로폴리스를, 이외에도 스텐칼, 밀랍초, 립글로스 등등 팔리지 않았던 물건들이 신기하게도 주인을 만났습니다.

정말 그렇치요^^ 물건에는 그 임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임자인 듯 사갔지만, 어느 기간 같이 하다가 인연이 끝남을 느끼면 또 다른 사람을 찾아갈 수도 있구요.
같이 하는 동안 그 물건은 사람과 함께 나눈 이야기가 생겨 날테구요.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에도 그런 물건들과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물물교환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매장안에도 서로의 인연을 다한 물건들과 이야기를 교환하는 코너를 만들어볼까요?
나와 함께 했던 물건이 여행자의 손에 들려 어느 다른 마을, 다른 나라로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건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나와 인연이 있을 때 친절하게 잘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봄입니다.

이 좋은 봄 이야기를 가득 안고 지리산 실상사로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