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폭력으로 그렇게 쉽게 전교생이 동맹휴업을 할 수 있을까?
지금도 그러하듯이 객관적인 조건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이끄는 사람이 없으면 쉽지 않았을텐데.....
당시 산내지역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하나의 실마리를 찾았다.
□ 김성재(金性在)
1919년 3월 2일, 천도교 남원교구장이었던 유태홍으로부터 독립선언서를 넘겨받아 남원의 요소요소에 게시하였던 김성재는 1874년 10월 16일. 남원군 산내면 대정리에서 태어났다.
농사일에 종사하면서도 독실한 천도교인이었던 그는 이날 오전 10시경.
천도교 남원교당에서 유태홍을 만났다.
"김동지, 이걸 한 번 읽어보시겠소?"
유태홍이 독립선언서를 넘겨주며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독립선언서요. 손병희 선생님을 비롯한 민족대표 설흔 세 분이 연명하신."
"아, 예. 드디어 민족대표들이 나서셨군요. 진즉에 그랬어야지요."
독립선언서를 받아 읽어나가던 김성재의 눈이 빛나고 얼굴이 상기되었다. 문장 한 구절 한 구절마다 조선인이 살아있음과 조선의 독립을 원하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성재가 그걸 다 읽고 났을 때 유태홍이 말했다.
"이 독립선언서를 우리만 읽고 만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그럼요. 남원 사람들이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요소요소에 게시를 해야겠지요. 낮에는 어차피 일경의 눈에 띄어 사람들이 읽기도 전에 몰수를 당할판이니, 밤에 은밀히 게시를 하겠습니다."
"그래주시겠습니까? 난 동지들만 믿습니다."
유태홍이 함께 있던 최병현과 자신의 아들인 유석을 바라보았다.
이날밤, 김성재는 유태홍으로부터 전달받은 독립선언서를 유석, 최병현과 함께 광주지방법원 남원지청 게시판과 사람이 많이 읽을 수 있는 곳에 부착을 하다가 일경에 체포되었다.
이해 4월 8일. 광주지방법원 남원지청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혐의로 조선총독부판사 강기강의 심리하에 열린 재판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복역하였다.
옥고를 치르고 출옥한 김성재는 집안이나 가족들을 등진 채 실상사에 들어가 스님들이 가져다 준 음식도 거부하고 단식을 하며 일제에 항거하다가 46세의 장년의 나이에 한 많은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남원시 산내면 매동에서 생존하신 박춘환(81세), 이환춘(82세), 박정환(82세)옹에 의해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1993년에 대통령표창을 추서하였다.
(남원항일운동사, 남원시한국문인협회 남원지부발행, 1999년)
이 사실 하나만으로 잘라말하기는 어렵지만 몇가지 추적할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긴다.
1919년에 김성재님이 돌아가셨다면 그의 가족이나 산내국민학교 선생님중에서 그분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 의하여 산내지역은 항일정신이 강한 지역이 아니었을까?
김성재님의 생가는 대정리 어디쯤이었을까?
그 자손들은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1894년 동학혁명이 운봉지역을 넘어오지 못했는데 산내에도 독실한 천도교인이 있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특히 그분이 1874년생이라면 10살쯤에 동학혁명을 직접 목격했을텐데.....
산내면에 동학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실상사에서 일경의 눈치를 받으면서도 그 분을 받아주었다면,
실상사는 항일운동가들에게 어떤 공간이었을까?
에고.... 숙제들이 더 많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