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지&농사일기 / 2018. 3. 31. 토. 맑음 / 토종씨앗을 심는 이유
▸ 고추모종, 토종고추씨앗 돌보기
▸ 토종씨앗 심기(포트 / 가지, 고추 여러 종류, 호박, 노랑 해바라기 등)
- 잘 키워서 5월 살래장에서 마을분들께 판매 예정.
▸ 청원스님께 미강 한 푸대, 왕겨 두 푸대 드림.
※ 태준샘은 쉬는 날, 의제샘은 오전엔 심심학교 사람들 마을안내하시고 오후는 쉬심.
. 찬은샘 방문(농사 조언?).
. 폴샘, 혼샘 방문(상토 갖다 놓으러)
. 잘 모르는 마을 분 방문(무슨 볼일이셨는지 잘 모르겠음)
. 퇴근무렵 공양간 보련화 보살님과 템플 세열샘이 맥주 사 오셔서 한 잔.
. 저녁엔 대학에서 웅샘과 잠깐 면담(?).
------------------------------------
혼자 농장에 있었던 날이다. 전날 미리 의제샘에게 할 일이 있는지 여쭤 보았다. 급히 해야 할 일은 없다셨다. 그래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로 했다. 다른 일로 계속 미루어 놓았던 토종씨앗 심기를 하고 싶었다. 5월 살래장에 가져가서 마을분들에게 나눠주고 싶기 때문이다(돈을 조금 받고^^).
처음엔 이것저것 심고 싶은 마음에 씨앗을 챙겨보아도 사실 다 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빠서 미루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고, 막상 심으려면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작물 종류가 많으면 때맞춰 해야 할 일이 늘어나니 힘도 더 들고 많이 번거롭다. 밭이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밭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잘 모르는 작물은 공부도 조금 해야 한다. 심는다 해도 안 길러본 작물은 싹이 날 때 잡초인지 작물인지 잘 구분을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심어 놓고 그냥 죽게 만들기도ㅠㅠ)
하지만 모종은 웬만하면 심고 가꾸고 수확하게 된다. 모종을 사다놓고 곧 심어주지 않으면 시들시들해진다. 살아있는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대충이나마 어딘가 심어주게 된다. 심어만 놓고 방치한다하더라도 작물은 생명력이 강해 그럭저럭 자라고 열매도 맺는다. 그러면 그것을 수확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토종씨앗 나눔도 했지만 그 모종을 길러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이 들었다.
종일 앉아 토종씨앗을 이것저것 심었다. 중간에 찬은샘이 농장에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산내는 소나무가 많아 땅이 산성이다. 작물은 산성인 땅을 좋아하지 않는다. 산내는 땅이 산성이라 작물이 잘 되지 않고 맛이 없다. 다른 지역에서 맛있던 작물도 산내에 오면 맛과 향이 밍밍해 진다.ㅠㅠ
어떤 모종은 어릴 때 비를 맞게 하면 안 된다.
왜요? 비에 영양분도 많고 방충효과도 있다던데요?
요즘 비가 무슨 비예요?
산성비요. (아, 그래서 그렇구나.)
쌤은 자연농도 해보시고 여러 작물을 심었던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농을 하지 않고 작물도 다양하게 하지 않는다 하셨다. 생계를 위한 농업이라 그렇다고 했다. 작년에 토종벼를 심기도 하셨지만 토종씨앗을 특별히 더 심지는 않는다고 한다.
저도 토종씨앗 왜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사는 것도 그렇잖아요. 왜 사는지 모르면서 살잖아요. 살면서 왜 살아야 되는지 생각해 보고 싶어요. 토종씨앗도 그냥 심어보면서 왜 심어야 되는지 생각해 볼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