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지&농사일기 / 2018. 4. 1. 일. 화창 / 봄의 노랑

▸ 심심학교 분들 오셔서 농장 이야기 듣고 운력(8-12시 / 6명?)

세 농장지기 인사 후 진행은 조의제샘.

. 태준샘과 나는 어린이법회 참여(나는 지도교사 태준샘은 오전/오후 차량 운행).

. 8시반-15시반: 어린이법회 준비, 차량운행, 평가 및 다음 법회 준비회의(현)

. 15시반-17시반: 쉼(현). 숲속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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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어린이법회에 어느 정도(?)함께 하기로 했다. 나는 쌤(지도교사)을 하고 태준샘은 차량운행을 종종 해주시고, 의제샘도 가끔 도와주시기로 하셨다. 태준샘이 차 안에서 어린이 챙기는 법, 어린이 보험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다. 학부모라 부모 된 마음으로 꼼꼼히 살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법회 끝나고, 아기들 보내고, 평가회의도 마치고, 이제 농장 갈까…. 그런데 카톡 보니 의제샘이 ‘쉴 수 있으면 좀 쉬라’고 했다. 그럼 봄꽃을 보러 가야겠다.

농장이 좋기는 하지만 농장에만 주구장창 있으면 그 속에 파묻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 가기 위해, 오래 가기 위해 가끔 자리를 벗어나서 전체 흐름과 방향 등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그렇고 봄꽃이 보고 싶었다.

농장 오기 전에는 자주 약수암을 오르내렸다. 그래서 작년까진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지는 과정, 생강꽃이 피었다 지는 과정을 빠짐없이 보았다. 이 꽃이 피었다 지면 저 꽃이 피었다졌다. 매일 같을 길을 걸었지만 하루도 같은 길이 아니었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홀로 감탄하고 기뻐하고 웃었다. 그런데 올해는 누군가 진달래 피었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야 꽃이 핀 줄 알았다. 충격이었다.ㅠㅠ 더 늦기 전에 진달래와 찔레꽃을 보러 가야겠다.

사람들이 잘 안가는 숲속 길에 들어섰다. 얼레지꽃이 한창 피어 땅엔 연보라색 별이 빛났다. 산수유꽃이 한창인 곳을 지나 더 올라가면 생강꽃과 진달래꽃이 보인다.

20대에 처음 산수유꽃을 알았을 때의 감동이 여전히 남아있다. 노란 봄꽃은 개나리 밖에 몰랐는데 산수유의 노랑은 은은하고 분위기 있었다. 샛노란 개나리가 꼬꼬마 어린이 같은 귀여움이 있다면 산수유는 좀 더 차분했다. 20대 수줍은 많은 아가씨 같달까. 그런데 더 품위 있어 보이는 봄의 노랑이 있었으니 그것은 생강꽃이었다. 산수유가 무리지어 피는 데 반해 생강꽃은 가지에 드문드문 핀다. 꽃과 꽃 사이가 넓은 것이, 함께 하면서도 홀로인 듯 고고해 보인다. 적당한 거리가 아름답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 색감이다. 생강꽃은 살짝 형광연둣빛을 내는데 있는데 유차하고 어린아이 같을 수 있을 그 색을 고상하게 품고 있다. 그래서 밝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무게감 있으면서도 화사한 아름다움이 있다. 게다가 꽃봉오리까지 예쁘다. 마치 샹들리에 끝에 흰 전구 달아 놓은 듯 뾰족하고 새하얀 봉오리가 숲속 파티에 온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봄꽃을 보았으니 기쁘다. 바쁜 와중에 이 정도라도 보았으니,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