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지&농사일기/2018. 3. 16 금 어제 비온 뒤 기온 급 떨어짐 /내게 삶을 선물하는 방법

▸ 고추모종 돌보기

▸ 씨감자 돌보기(기온이 떨어져 씨감자 자른 것을 창고로 옮기고(어제) 이불을 덮어줌)

▸ 작년 고추하우스 정리

- 지지대 뽑기

- 고추 지지하던 비닐끈 정리

- 고춧대 뽑기

▸ 작년 콩밭 비닐 멀칭 제거

※ 오전엔 태준샘 홀로 농장에….

의제샘은 개인일정으로 남원에 다녀오심.

나는 오전에 목욕탕 갔다가 어르신한글수업으로 매동마을 갔다 옴(할머니들께서 출타하셔서 수업은 못함). 오후엔 태준샘과 농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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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적년에 고추를 심었던 하우스를 정리했다. 고추 지지대에는 비닐끈이 고랑마다 네 줄씩 묶여 있었다. 중간 중간 가위로 잘라서 버리면 십 분이면 하우스 한 동에 있는 비닐끈을 모두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일일이 고이 묶어서 다시 쓸 수 있게 정리했다. 줄이 고춧대에 걸리거나 줄끼리 엉켜서 이것을 풀면서 정리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두 고랑 정리하는데 한 시간은 걸린 것 같다. 일하던 중간에 태준샘과 땅콩, 과자, 쌍화차를 참으로 먹으며 이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 이 줄 몇천원 하지도 않는데…. -> 돈 생각

태준샘: 그렇게 생각했구나. 나는 그냥 버리면 금방 끝난다는 생각은 했지. -> 시간 생각

태준샘: 그래도 우리가 생명 살리는 농사짓는다고 하니까.

일하는 도중에 태준샘이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다녀왔다. 우리가 폐비닐 버리는 곳에 폐비닐 아닌 애매한 것(?)도 같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준샘이 가서 그것을 다시 가져왔다.

태준샘: 우리가 친환경농사 짓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이미지가 안 좋아지지.

나: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태준샘: 매립장에 돈 주고 갖다 버려야해. 어떤 사람들은 매립장에 묻으나 자기 땅에 묻으나 똑같다고 그냥 묻으래. 그래도 다르지. 농사짓는 땅인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건물 짓는데 가서 땅 팠을 때 거기다 묻으래. 그러면 건물이랑 같이 천천히 썩어가니까 돼지 않냐고. 아, 그럼 너네 집에 묻어-그랬어.

이 이야기 듣고 빵 터져서 다시 고추하우스 가서 일하면서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재밌게 이야기하고 많이 웃었지만 사실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다. 일단 쓰레기가 나오면 주로 묻거나 태운다. 내 땅에 묻거나 매립장에 보내서 묻거나. 내 땅에서 태우거나 쓰레기 처리장에서 태우거나. 돈을 아끼고 벌을 받거나, 돈을 내고 벌을 받지 않는 것이 다를 뿐 둘 다 자연을 오염시킨다. 땅에 묻으면 흙과 물을 오염시키고 태우면 하늘을 오염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