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일지&농장일기 /2018. 3. 20. 화 / 하루 만에 짓는 생태뒷간

▸ 고추모종 돌보기(이제는 10℃ 아래로는 잘 안 내려간다)

▸ 화장실 만들기(의제샘&태준샘)

- 오전: 화장실 만들 공간 치우기(비료푸대, 왕겨 옮기고 정리)

- 오후: 화장실 만들기

▸ 실외 작업장 치우고 정리(미선/건조기 옆)

※ 같이 저녁 먹고 헤어짐(유성식당/뻐다귀탕). 태준샘은 페미니즘 공부하러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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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는 화장실이 없다. 남자분들은 탁 트인 자연을 화장실 삼아 이용하시고 난 실상사 생태뒷간을 이용했다. 농장은 실상사 뒤에 있고 화장실은 실상사 입구에 있으니 화장실 한 번 가려면 절 전체를 가로질러 가야했다. 난 나만 불편하고 남자분들은 불편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농장 터가 탁 트여 있는 데다 농번기에는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서 남자분들도 매우 불편했단다. 여기를 봐도 사람, 저기를 봐도 사람이니 갈 데가 어디인지 몰랐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다들 불편했구나.

의제샘은 태준샘과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보셨다. 두 분이 함께 여기는 화장실, 저기는 샤워장, 요기는 처마를 만들어 비가와도 사용하게 하자… 이런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리곤 두 분이서 자재를 사 오는 것도 아니고 버려진 나무를 이용해서 뚝딱뚝딱 하루 만에 화장실을 만드셨다.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는 것 같았다. 말씀으로 세상을 지으신 하느님처럼 말씀하시자 화장실이 생겼다.

일 하는 모습을 보며 남자분들과 여자의 힘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생각도 했다. 나라면 저만큼 일 하지도 못하겠지만 만약 한다면 몸살이 날 것 같았다. 함께 일 하되 역할이 나눠지는 것이 필요하고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어진 화장실은 샘들이 직접 만들어 주셔서 그런지 참 예쁘고 정이 간다.^^ 참나무로 벽을 해서 통나무 집 같아 보인다. 그래서 ‘소로우의 생태뒷간’이라 이름 붙였다. 돈 안 들이고, 자연 재료로, 직접 지었으니 실재와 이름이 잘 맞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몸의 불편함과 더불어 마음의 근심도 털기를(解憂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