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지&농사일기 / 2018. 4. 18. 수. 맑음. 일교차 큼 / 행복은 기분일까.
▸ 퍼머컬처(9.5-21시)
▸ 수요운력(14-1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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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퍼머컬처 강의를 들었다. 밭 가운데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으면 자연히 퇴비가 되어 영양분이 흙 속에 스며드는 밭만들기 방식이 있었다. 공양간에서 나오는 많은 양의 음식 쓰레기가 지금은 잘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쌓아만 두고 있는 것이다. 퇴비로 만들어 활용하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장을 다시 정비하기 위해 지금까지 쌓인 음식물을 트렉터?로 퍼내서 밭에 섞어서 흙이랑 갈아버렸다. 비워진 음식물 쓰레기장엔 왕겨를 뿌려 놓았다.
그런데 오늘 배운 밭을 만들어 이용한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예쁘고 손도 덜 가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도 잘 활용하고 작물은 더 잘 자라고 농장에 오는 사람들에게 교육적 효과도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신이 났다. 인생 뭐 있나. 이렇게 조그맣게 의미 있는 일들 하며 소소한 재미 느끼며 살아가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후부터는 점점 짜증이 났다. 피로가 쌓이기도 하고 작게작게지만 사람들과 의견이나 생각이 어긋나는 일들이 있었다. 인생 참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인간은 왜 사는 걸까,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까지 나갔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두운 밤길을 걸으며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오늘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내가 참 변덕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엔 신나서 핑크빛 세상을 살더니 저녁엔 왜 사냐며 죽을상이다. 게다가 그 독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내뿜기까지. 기분에 따라 행복했다가 슬펐다가, 다정했다가 막대했다가….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 기분이 나빠도 그냥 그저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에 따라 표정과 행동이 좌지우지 되는 자신이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