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 찌뿌둥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맑게 개인 11월 9일 금요일,
살자팀은 백일리 마을답사에 나섰습니다.
백일리의 비탈길에 오랜 세월 마을을 지키고 있었을 듯한 느티나무가 첫 탐방지였습니다.
지금은 도로가 널찍하게 깔려있지만 예전에는 아주 좁은 길이었고 빨치산들이 다니던 곳이었다는 느티나무 길.
주변에는 막걸리를 팔던 주막이 있어서 길가던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하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에 올라서서 내려다본 하황은
소담스러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늑한 마을.
그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마을의 중심이자 약수가 나온다는 확샘.
원백일리 흙집에 사시는 주민분의 도움으로 갈대밭을 지나 숨겨져 있는 확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관리가 안 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이곳에 와서 물을 길러다 먹는 식수공급처였다고 합니다. 근처의 개울은 물이 따뜻해서 동네 사람들이 모이던 빨래터였습니다. 이 근방에 조그마한 집들이 백여 채 있어 마을을 이루고 있었는데 무슨 사연인지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고 합니다.
원백일리 마을 할머니가 안내하는 손에 몸을 맡기고 따라가보니
물 좋기로 유명했던 확샘이 정체를 드러내다.
햇살 받아 반짝이는 논두렁을 자분자분 밟고 지나서
다음 탐방지로 향하는 살자팀.
그리고 찾아간 곳은 큰 부자가 난다는 뜻의 장자터.
장자터로 향하는 길, 생각만 해도 부자가 되는 것처럼 넉넉해지는
기분좋은 산책길.
길을 걷다 보니 화림정사와 양수암 표지판이 보이고,
마지막 방문지로 양수암을 향해 오르막길을 걸어올라갔습니다.
양수암으로 오르는 길은 지리산둘레길 못지 않은 비밀의 화원길.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은 그 자체로 보물창고.
두 물길 사이에 있는 양수암.
이 곳에 흐르는 계곡물은 따뜻해서 겨울에도 얼지 않을 정도.
과연 이 곳에 들어서니 온화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원백일리 노인회관 앞에 있는 비석에는
마을 이름이 "수려한 산세 위로 떠오른 태양이 깨끗하고 맑게 비치는 곳이라 하여 흰백(白)자와 날일(日)자를 써서 '백일리'라고 불려졌다"고 써 있습니다.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도 백일리를 걷다 보면
아름다운 경치와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과 숲길,
그리고 그 곳에 알맞게 끼워넣은 듯한 집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멋이 있는 곳, 백일리에 좀 더 다가간 듯한 하루였습니다.
살자의 마을 들여다보기는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