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백일리 마을탐방 마지막 일정으로 실상마트 옆에 살고 계신
배종수 어르신을 찾아 뵈었습니다.
마천에서 19세의 나이로 산내로 시집오신 할머니(78세)와 배종수어르신(83세)이
살자팀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42년도에 산내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애국섬유회사에서 급사로도 일하던 어르신은 실상사 주지 신성스님의 상좌로 들어가서 공비생으로 김제의 금산중학교도 다니셨습니다. 일종의 절장학생인 셈이었죠.
배종수어르신은 68년부터 정식으로 산내 면사무소 서기로 일하기 시작해서 재무계장, 총무계장을 거쳐 부면장까지 지내셨습니다. 예전에는 면사무소가 일제강점기때부터 지금의 동은정슈퍼 뒤에 위치했으나 면사무소가 한쪽에 치우쳐있어 주민들이 이용하기가 불편하여 대정리로 옮겨졌습니다.
배종수어르신의 이야기에 푹 빠진 살자팀
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서 주민들을 동원하여 흙을 퍼다 날라서 지금의 길을 만들고 도로를 정비했다고 합니다. 그때 흙나르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면서도 그렇게라도 해서 마을길이 정리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지리산국립공원 전적지 관리소장으로도 3~4년간 근무하셔서 뱀사골과 반선의 유래도 옛날이야기 들려주시듯이 해주셨습니다. 국립공원 자리에 있던 송림사에서 스님이 1년에 한두명씩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신선이 되어서 갔나보다 했으나 알고보니 용이 못된 이무기가 물어 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합니다. 뱀사골은 뱀이 죽었다는 뜻이구요. 어르신은 70년도 넘게 간직하시던 이 마을의 설화전설집도 빌려주시며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옛날이야기 들려주시는 할아버지같은 배종수어르신
어르신은 17세 무렵 절에 기거할 당시 사변중에 총상을 입기도 하셨습니다. 전쟁 당시를 얘기하실 때는 상념과 회한에 빠진 듯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애써 들춰내는 것 같아서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념갈등 속에 가족과 이웃이 받은 상처 또한 아직은 깨끗이 씻을 수 없는 살아있는 과거이기도 하기에 어르신은 숨을 고르고 고르며 이야기를 이어나가셨습니다.
긴 세월이 지나도 짊어지고 가야할 응어리가 중간중간 어르신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 속에 어른거린다.
고난과 불행의 역사를 뛰어넘어 이제는 스스로 역사가 되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넉넉한 웃음 뒤에 드리워진 세월의 주름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가슴 속 깊이 응어리진 기억을 들쳐낸 것 같아 죄송하기도 했지만
그분들만의 상처로 흘러보낼수는 없기에
듣고 기억하고 기록해야 되는 우리의 과거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과 기쁨과 회한이 이어져내려와 마을이 만들어졌듯이
그렇게 마을을 이어나가고자 살자팀의 모임 또한 이어집니다.
11월 한 달 동안의 백일리 탐방을 마치고 어떻게 마을에 대한 내용이 정리될 지
다음 모임이 기다려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