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 천일정진 1년을 맞이하여 작년 참가자 분들을 대상으로 천일정진 참가자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살랑살랑 봄바람 부는 남녘에서 제대로 된 봄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만큼 금요일 아침, 맑은 하늘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씽씽 달려 실상사 먼저 도착하였습니다.

실상사에서 50분 정도 흙길을 올라가면 약수암이라는 조그마한 암자가 있습니다. 도시의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진 몸뚱아리를 낑낑대며 올라가 먼저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가만히 앉아 지저귀는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듣고 있자니 신선노름이 따로 없었습니다.


건강에 좋은 절밥은 왜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플까요? 약수암에서 내려와 매콤달콤한 국수 한그릇과 막걸리 한잔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결국 소화시킨다고 귀정사 아래 마을부터 또다시 걸어 가기로 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쉼”을 갖으려 왔는데 강행군이 되는건 아닌지 걱정도 잠시 가는 중간중간 피어있는 복숭아꽃 매화꽃..꽃향기에 취해 자연의 색에 취해 연신 감탄사를 남발 하며 올라가니 또 금새 절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녁에는 따끈하게 데워진 구들방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함께 온 분들과 소개하고 이야기 나누며 하루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다음날, 자박자박 내리는 봄비소리와 스님의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 만행산에 울려퍼지는 새소리로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잠시 귀정사에 머물고 계신 체코 출신 정관스님의 이국적인(?) 발음의 염불에 맞춰 새벽예불을 드리고 함께 100대서원 절명상을 하였습니다.
고요한 산사에서 아직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맞으면서 하는 절명상은 좀 더 나에게 집중 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습니다.


오전에는 중묵 국장님의 지도아래 명상수업이 진행되고 오후에는 산실마을 끝에 꽁꽁 숨어있는 동화속에 나오는 집처럼 꾸며놓은 카페에 가서 따뜻한 커피한잔 으로 비에 젖은 풍경 감상하며 귀정사에서의 마지막 날이 그렇게 저물어갔습니다.

요즘..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파괴되어지는 자연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산내의 온천 개발건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지금 나의 이익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겉잡을 수 없는 파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이런 인간의 이기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올해도 어김없이 꽃은 피고 새순이 돋아나는 자연의 강직함에 겸손함을 배웁니다.
문득 녹색평론에서 본 문구가 생각납니다. “인간은 자연없이 살수 없지만 자연은 인간 없이도 살수 있다”

바쁜 일상속에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도심속의 정진단을 찾았다면 지역으로 내려와 자연 안에서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흙을 밟으며 나를 돌아 볼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았습니다. 귀정사의 봄기운을 맛보니 여름엔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2013. 04. 21  귀정사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