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은 ‘무소유’에 대해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움켜지고 있는 것이 많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집안에, 내 방에, 사무실 내 자리에 놓여있는 물건들 중 1년에 한 번 사용할까 말까한 물건들은 없는지. 그런 물건들은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어떨까?

격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동안 생명평화 1000일 정진단에서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김정훈(41), 장선희(44) 부부는 귀농과 귀촌을 고민하며 소박한 삶을 추구한다.

김정훈 씨는 “생명평화를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를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된다. 국가나 단체 등은 인간의 편의라는 명목으로 개발을 해왔고 하고 있는데, 가만히 둬야 한다. 개인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당장 모두 버릴 수 없으니 5%라도 줄여야 한다. 그럼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어느 생명이나 평화로워 질 것”이라고 생명평화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장선희 씨도 “소비를 줄여야 한다”며 “도시에 살다보니 쓰고 먹기만 한다. 자연에서 나오는 것을 계속 사용만 하는 것이다. 생명들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소비로 먹고사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채식, 육식을 떠나 가능하면 최소화 하는 것이 생명평화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라고 본다. 1000일 정진에 동참하며 이런 삶을 실천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남편의 말에 동조했다.

귀농을 고민하고 2차례 시도도 했다. 김 씨는 “귀농에 대한 고민은 10여 년 전부터 했다. 농사를 짓다 보니 농사가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수확물을 얻기 위해 잡초라는 생명을 제거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나라는 생명이 살기 위해 또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이율배반 아닌가?”라며 “귀농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산 속 동굴에 들어가 자연이 주는 것만 채취해 먹고사는 생활도 고려했다. 아내와 이야기해 조정을 하고 있지만 귀농보다 귀촌이나 소도시로 내려가 작게 살아가는 것도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도 부천에 살고 있는 부부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정착할 곳을 찾고 있다. 과거 귀농 경험은 귀한 자산이다. 지난 2차례 시도는 돈이 부족해 실패했다. 최근 유기농 농산물은 돈 있는 사람이 먹는 귀한 음식이다. 귀농과 귀촌도 그래야 한다는데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돈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각 지역에 내려가면 마을 이장들과 친분을 쌓아 살아있는 정보를 얻는다.

김 씨는 “정진을 하며 경전을 읽고 있다. <경전숲길>이란 책에 보니 법구경 대구품 19편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경전을 많이 독송할지라도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남의 소를 세는 목동과 같다.’는 구절이었다. 자유로운 삶, 본질적 자유를 꿈꾸는 삶을 생각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삶을 갈구한다. 그래서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추진하는 귀농과 귀촌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장 씨는 “남편과 경기도 시흥에서 1년 정도 땅을 분양받아 농사를 지어 봤다. 햇볕, 사람, 작물 등 다 좋았다. 직접 재배한 것을 먹는 건 부가적인 즐거움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좋았다. 그 경험 때문인지 귀농이나 귀촌 등이 낯설 게 다가오지 않았다. 도리어 담백했다.”고 남편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이어 장 씨는 “얼마 전 교육방송에서 도올 선생의 강의를 들었다. 공자의 가르침은 ‘기소불욕이면 물시어인(己所不欲이면 勿施於人,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인데 지금은 기소욕을 시어인 하는 시대라고 했다. 도올 선생은 공자는 기소욕 시어인을 금하라고 가르친 것이라고 했다.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시대다. 정부, 단체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시책이 맞다고 강요하지 않나. 국민의 이익과 편의를 위한다고 하지만 강제하는 것이다. 생명을 해하는 것이다. 생명평화를 위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이야기 했다.

이 부부가 이번 정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파괴다. 생명의 파괴에 대해 공감하고 동참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었다. 불자(佛子)는 아니지만 친(親)불교라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에 참여했다.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홍보하는 것을 보고 알게 됐다. 당시 지인들과 함께 왔던 장 씨는 집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넌지시 ‘생명평화 1000일 정진’ 동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 씨는 “마음을 쉬다 가는 공간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이 정진단이 뭔가를 해야 하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생명평화를 위해 기도를 하는 곳이다. 취지에 동감하는 사람이라면 한 시간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왔으면 좋겠다. 마음을 쉬고 몸을 쉬는 한 시간, 그 한 시간이 생명평화의 시작이다.”고 했다.

장 씨는 “도심 한 복판에 있는 이 정진단이 꼭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나오는 그 사찰 같다. 문을 닫고 정진을 하다보면 도심 속 공간이란 생각이 안 든다. 마음이 평화로워 지고 생명평화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며 “이웃종교인들은 절을 종교적으로 생각하는데 그 인식의 문턱을 낮췄으면 좋겠다. 생명평화는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고민하고 기도해야 할 부분이다. 이웃종교, 일반 시민 등 많은 사람들이 와서 생명평화를 염원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부부가 주고받듯 나누는 대화가 다른 듯하지만 한 길로 간다. 인터뷰 요청에 쑥스러워 하던 것이 언제냐는 듯, 자신들의 생각을 하나 하나 펼쳐가며 맑은 웃음을 짓는다. 서로의 소소한 말 한마디에 밝은 웃음을 짓는다.

법정스님은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고 글을 남겼다.

우리의 삶은 어떤가? 당신의 삶은 어떤가? 마음을 뺏긴 물건은 없는가? 얼마나 많은 것에 얽혀있는가? 법정스님의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서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다른 의미”라는 글귀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