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를 염원하는 1000일 정진이 100일을 맞았다. 지난 3월 28일 입재해 매일 24시간 한 사람의 마음 한 조각을 한 시간 동안 채워 갔던 정진이다. 단순계산하면 2400시간동안 2400명이 동참한 것.

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는 7월 5일 오후 2시 100일 기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정진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초청했다. 동참자들 한 사람 한 마음이 모두 의미 깊지만 그중에서도 몇몇 법우들을 선별해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윤용희(매일 새벽 1시부터 5시, 일반 정기동참자) △김형중(20시간 동참, 불학연구소) △심원섭(12시간, 교육원), △진기한(문화사업단) △조계사(지견스님, 이세용 종무실장, 황경인 관악구 지회장) △봉은사(진경스님, 이경자 신도회 사무총장, 이명화 신도회 조직부장) △불광사(본공스님, 최헌수 과장, 문수혜 신도회 사무국장) △인드라망(원현경, 유선화) △포교사단(고미애 서울 부단장) 등이다.

도법스님은 “반갑고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스님은 생명평화 1000일 정진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대중공사를 통해 불교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민족화해, 평화통일, 한반도생명평화공동체 1000일 정진결사’를 통해 불교를 비롯한 사회의 변화까지 이끌어 보고자 했다. 그래서 1000일을 이야기 했다. 생명평화 1000일 정진단은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 일주문 옆에 만들었다. 정확한 위치는 일주문을 중심으로 안과 밖의 경계다. 출가와 재가의 벽을 허물고 불교(절)와 일반사회(절 밖)의 벽을 허물어 함께 가자는 의미다. ‘뭇 생명의 안락과 행복’을 불교, 사찰, 불자들이 될 수 있도록 해보자.”

지나온 100일에 대해 스님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슬쩍 밝히며 그동안 동참했던 동참자들에게 당부와 감사를 전했다.

“취지 등이 깊이 논의 되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아 약간 부담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여러분이 한국 불교가 새로운 모습으로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싹트고 꽃피어 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준 것이다. 낯설고 어색하고 고생스러웠더라도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며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다. 1000일의 10%인 100일이 지났지만 반절 이상은 한 셈이 아닐까 싶다. 스님의 말은 동참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며 점차 이뤄질 것 같다는 묘한 가슴 떨림으로 다가왔다. 정말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동참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번 정진단에서 정진을 한 사람은 너무 좋았다. 기회가 있다면 다시 동참하고 싶다.”고 전했다. 자그마한 정진단의 모습과 조계사로 와야 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일단 난색을 표했다는 것은 스님이 말한 ‘짐’으로 다가 온 모습일 것이다.

매일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생명평화를 염원하고 있는 윤용희 법우는 “우연찮게 조계사에 와 정진단을 봤다. 마침 나 자신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차라 바로 신청을 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을 신청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에 매일 새벽 1시부터 5시까지로 수정했다. 낮에 직장다니고 일을 하다보니 한달 두달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최근 자꾸 졸음도 오고 그래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된다. 다른분들도 기왕 좋은 인연이 됐으니 앞으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자 봉은사 신도회 사무총장은 “처음엔 왜 조계사까지 와서 해야 하나? 왜 저리 초라하게 만들었으며 이런 곳에서 기도를 해야 하나? 직영사찰이라 인원동원이 되나 싶었다. 신도들과 함께 와 입재를 하고 정진단에 들어가 기도를 해 보니 너무 편안했다. 다른 신도들도 다들 너무 좋았다고 했다. 기도하기엔 딱 좋은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전하며 “도법스님 설명을 듣고 보니 많은 것이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문수혜 불광사 신도회 사무국장은 “처음엔 왜 우리 재가자가 자성과 쇄신을 해야 하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스님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로 바로 옆에서 무슨 기도가 될까? 국책사업에 반하는 것은 아닌가? 등과 봉은사와 같은 불평불만도 많았다. 설명 들을 때 해본 사람들은 ‘좋다’고 했다는 말에 홍보성 멘트로 생각했다. 시작하기로 한 거 내가 먼저 정진단에 들어갔다. 놀라웠다. 생각보다 차 소리도 안 들리고 기도에 집중도 잘 됐다.

한참 기도에 집중해 있는데 갑자기 새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랐다. 종로 한복판, 바로 찻길 옆에서 새소리가 들려오다니. 불광사로 돌아가 적극 홍보를 했다. 사찰에 비슷한 정진단을 만들자고 제안도 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신도들도 다녀오면 다들 좋아하고 다시 하고 싶어 했다. 다녀와서 다음날 다시 또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청을 받는데 같은 시간대에 여러 사람이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직 못 한 사람들이 많아 다음 달에도 불광사에서 계속하고 싶다.”며 “좋은 기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 생명평화 운동이 1000일 기도로 끝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질 때까지 지속되면 좋겠다. 그래서 모든 생명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들이 오래 지속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선화 인드라망 회원은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했다. 좋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 해 봐야 그걸 체득할 수 있다. 직접 해 보고 가족, 친구 등에게 소개를 하고 있다. 누군가 정진단에서 정진 후 ‘작은 아쉬람(수행자들의 공동체) 같다’고 했다. 큰 법당에 들어가면 어디에 앉아야 하나 서성이게 되는데 이곳 정진단에서는 그냥 내 자리 인 것 같아 편안했다.”면서 “단 한 시간이라도 착하게 살고 싶어서 하고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황경인 조계사 관악구 지회장은 “종단에서 하는 일이 우리 일이라 생각하고 했다. 처음에는 왜 우리가 이곳에서 기도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나중에는 신도들이 ‘스님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기도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 뿌듯했다. 다음에 또 조계사에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홍보해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