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수행을 열심히 하던 제대로된 불자라면 한 시간 수행이 그닥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천일 정진 결사의 한 시간 정진이 왜 그리 부담이었던지 선뜻 마음을 내지 못했던 지난 몇 달이었다. 그러다 내적 외적의 압력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지난 금요일 드디어 거사를 치루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집안 문제가 겹쳐 불안한 마음으로 정진단에 들어섰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고 처음이라 허둥지둥하는 바람에 앞 순서를 생략한 채 씨디 플레이어의 100대 서원 명상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늦게 도착한 바람에 시간도 한 시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 집중해서 명상을 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바로 그 순간들에, 그리고 내용들에 집중하려 했으나 자꾸 마음이 산란해졌다. 내 개인 문제때문에 뭇 생명과의 평화로운 삶이라는 더 넓은 문제에 마음을 기울일 수 없었다. 결국 정진을 마치기는 했으나 마음이 불편했다.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그래도 한편으로는 결국 시작은 했다는 안도감도 있었다. 그래 이제 뭔가 알았으니 다음에는 당황하지 않고 할 수 있겠지.

시작이 완전하지는 않았어도 앞으로 많은 시간들이 있으니 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자주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조그만 진전이 아닐런지. 이렇게 조금씩 삶의 결을 바꿔나가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