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몹시 추워졌어요.

당신 계신 곳은 어떤가요?

불을 때고도 두꺼운 옷을 입고 잠자리에 들어요.

워크숍을 마친 뒤에 찬바람 맞으며 콩타작하고, 바람 거센 날 작목반 일과 체험마을 건축 일을 했더니 마치 몸이 차가운 물 속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으스스해요.

그저께 일 마치고 돌아와 어둠 속에서 부랴부랴 무와 배추를 다 뽑았는데 글쎄 다 얼어버렸어요. 어제 김장하려고 춘양에서 멸치액젓과 소금, 들통 따위를 사왔는데, 결국 무용지물이 됐네요.ㅠ,ㅠ

오늘은 간장을 사려고 아침 일찍 면에 나왔어요. 고추지를 만들려고 하는데 일반 간장통으로는 양이 너무 작아서 아예 큰 용기를 샀는데 자전거로 가져갈 일이 조금 문제네요. 으~~고추지 만드는 일도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딴 지 오래된 고추를 골라내고 꼭지를 자르고 물로 씼고 거기다가 한 놈씩 들고 이쑤시개로 침을 놓아주고...게다가 불루스타 하나에다가 작은 솥으로 간장과 식초를 끓여대니 일이 더디지요.

어젯밤에는 간장을 데우다가 너무 춥고 허기가 져서 냉장고에 있던 배추전-예전에 마을회관에서 얻어온 것-을 꺼내서 후라이팬에 뎁혀 먹는데, 불 위의 간장 솥을 내리고, 후라이팬을 올리고, 다시 후라이팬 내리고 간장 솥 올리고, 막상 배추전을 먹으려고 하니 집에 간장을 다 쏟아부어서, 솥 뚜껑 열고 그 간장에 찍어먹고, 먹다가 중간 중간에 장작불 보러 가서 땔감 넣어주고, 다시 부엌으로 와 데워진 간장을 코펠에 붓고 다시 간장을 끓이고, 또 쉴 새 없이 배추전을 입에 넣고, 밖에 바람은 씽씽 불고...원맨쇼도 그런 원맨쇼가 있을까요? ㅎㅎ

 

그래도 어제 어머니께서 택배로 보내주신 내복과 오리털잠바를 입으니 마치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처럼 아주 포근한 느낌인데요, 자전거를 타고 면까지 씽씽 달려도 오히려 기분이 상큼하네요.

비록 추위가 내 무와 배추를 다 얼려버리고, 방구들을 금방 식게 만들고, 내 손발을 시리게 만들지라도, 나는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려 해요. "더울 땐 덥게 지내고 추우면 춥게 지내지요."하셨던 고 권정생 선생님 말씀을 기억해야지요. 내가 화내거나 겁내어 떨면 이 애는 심술이 나서 나에게 더 못되게 굴테지요. 제가 아무리 심술맞게 굴어도 내가 그래그래 하며 응석을 받아 주고 녀석과 함께 하루를 즐겁게 산다면 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아 저도 나를 받아주겠지요.

아침에는 이 추위의 살결 속으로 뜀박질도 하고, 잔뜩 심술이 난 이 애의 볼에 입맞춤도 하고, 더욱 맑아진 겨울 햇살 아래서 녀석의 손을 잡고 춤도 춥니다. 얘가 찬바람을 불어주면 나는 노래로 화답하고 얘가 살이 시릴 정도로 진하게 애정 표현을 하면 나는 신나게 고함을 지르며 그 살결 속으로 더 파고듭니다.

그러다보면 사랑도,아픔도 다 종이 한장 차이이고 내 마음 속에서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당신도 내 생각에 동의하나요?

점점 추워질거에요. 추위와 맞서지 말고, 피하지도 마세요.

그냥 추위와 사귀어 보세요. 추위 속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추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수록,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수록, 추위는 점점 착해질거라 믿어요.

당신이 늘 건강하고 즐겁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