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현장귀농학교 1기 졸업생 이인석입니다.

입학식에 참여 못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게시판에 들어와 보니 여러분들의 새로운 삶의 모습이 작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훈훈해집니다. 저두 이제 상주 낙동면에 자리를 잡고 조금씩 농부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저희 블러그에 집사람이 쓴 글인데 읽어보세요. 그리고  저두 자주 게시판에 놀러올게요...

 

이사짐을 옮기고 정신없는 나흘이 지나고서야 집정리가 마무리되었다. 대가족이 살아도 될 정도로 넒디넓은 집에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터라 쓸고 닦기도 만만찮은 데다, 창고에 넣어뒀던 우리 살림살이는 쥐들의 습격으로 여기저기 쥐똥 천지였다. 집안청소만 열심히 하고 정리만 해넣는 내 임무는 차라리 쉬웠다.

스스로의 힘으로 이사를 해내느나 인석군이 그야말로 용을 썼다. 냉장고를 옮기다가 넘어져서 냉장고와 함께 마당을 뒹굴기도 했고, 무거운 장농을 옮기고 조립하느라 진땀을 뺐다. 덕분에 냉장고와 장농은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장농 문고리가 떨어져나가고 문이 잘 맞지 않지 않지만 그 어떠랴.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잠시. 곧이여 보일러와 수도가 말썽을 부려, 꼬박 하루를 수도꼭지와 씨름하다가 온통 집밖에 홍수가 난듯 물바다로 만들기도 했지만 이또한 배우는 과정이였으리라.

우리 둘 뿐이였으면 이렇게 이사를 잘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마음을 내서 내 일처럼 도와줘서 수월하게 넘어간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큰 빚을 졌다.   

이삿날 시루떡을 만들어서 집집마다 찾아 인사를 드리는 일은 둘다 처음이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처음의 어색함도 잠시, 여러 집을 돌다보니 동네 어르신들이 다들 어찌나 반가워해주고, 되려 젊운 부부가 이런 시골 마을로 이사와서 고맙다고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손바닥만한 떡으로 초반 점수 괜찮다. 어제는 점심을 먹고나자 동네 할매들이 우리집으로 마실을 오셨다. 아주 자연스럽게 들어오셔서 집안 곳곳을 살피고 앉았다가 가셨다.   

아직도 곳곳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우리 집같은 안온한 느낌이 든다. 이제 어떻게든 열심히 사는 일만 남았다.

예전에 멀뚱멀뚱 카메라만 쳐다보던 인석군, 이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알아서 자연스레 창문을 내다보는 척, 포즈를 잡는다. 없는 살림살이에 뭔가 들여놓기는 해야겠고 얻어오고 줏어온 것으로 재활용해서 채워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