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속의 인드라망생협
인드라망생협 상무이사 이정호
1. 친환경공양미운동속에서 귀농
친환경공양미운동은 불교의 불살생계를 실천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새로운 문화와 삶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불살생계는 생명을 직접 죽이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생명탄생의 기회를 빼앗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까지 넓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농약을 살포하는 것은 다양한 생태계를 파괴하여 궁극적으로 인간이 살 터전을 없애버리는 어리석은 행위인 것입니다. 몇 십 년전만 해도 우리 논에는 메뚜기, 미꾸라지, 풍뎅이, 소금쟁이, 거머리 등 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하였습니다. 그러나 농약을 사용한 논에는 더 이상의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생명의 매개체는 없습니다.
친환경공양미를 무농약쌀로 전환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 상황은 쉽지 않습니다. 사찰에 친환경공양미로 공양물을 올리는 것을 제안하면 뜻에는 대부분 망설입니다. 농약을 살포한 쌀(단가가 낮은 일반미)이 사찰운영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지향에 따른 생산성’을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이 명제는 큰 방향성을 잡아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말입니다. 소비지향을 만들어 내어서 생산성을 결합시킨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사찰의 공양물을 모두 친환경공양물로 전환시키는 것이 두 번째의 방향입니다. 사찰에는 찹쌀, 적두, 과일 등 다양한 1차 농산물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친환경세제와 재생휴지를 사용하는 사찰을 확대하여 사찰이 수질오염을 발생시키는 것에서 생태사찰로 변화하는 운동을 전개시키는 것입니다.
친환경공양미운동과 귀농자는 어떻게 연관되는가.
100가마 미만의 쌀을 생산하는 귀농자와 작은 사찰을 연결시키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소지역 도농공동체운동을 지향하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방향성과 일치합니다. 여러분이 만들어 내는 쌀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친환경공양미 100가마의 소비와 생산이 만났을 때 약 6천 5백평의 땅이 살아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뿐만아니라 식량안보, 담수능력, 홍수조절, 생태계 복원 등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2.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체적 관계망
생활협동조합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으로 대부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 중심의 협동조합입니다. 그러나, 인드라망생협은 처음부터 귀농자의 삶에 관심을 두면서 생협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생각입니다. 불교귀농학교와 실상사귀농학교를 졸업한 귀농자가 농사를 지었을 때 귀농자의 생산물을 어떻게 소비할까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생활협동조합운동을 통해서 소비력을 만들어 내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념에 맞게 인드라망생협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이사와 운영위원에 생산자가 결합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귀농운동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구한살림 이사로 계시는 천규석선생님은 공생두레를 주장하시면서 두레답운동을 주창하시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드라망생협은 귀농을 하고 싶어도 논과 밭이 없는 귀농자를 위하여 소비자들이 출자금을 마련하여 '땅사기 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3. 생산자가 유통을 한다
배추를 갈아 엎고 낙농인들이 도로에 우유를 쏟아 버리는 농민의 분노를 가끔 텔레비전에서 보았습니다. 농업정책의 부재 즉 농업포기에 따른 정책임을 알고 있지만 농민들의 분노에 대한 행동은 생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생산자가 직접 유통을 해야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근거리지역 소비자단체와 연대하여 안정적 생산과 공급 그리고 소비의 유기적 관계를 맺고 풀어야 할 것입니다.
소백산영농조합법인은 인드라망생협과 다른 생협에 잡곡과 메주, 반찬등을 생산하여 직접 유통시키는 체계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백산영농조합이 가장 어려운 것은 수매자금이 없어서 생산농가와 계약 재배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중간상인이 현금을 가지고 와서 유혹하면 쉽게 정성스럽게 재배한 잡곡을 팔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생협에서 조합원들이 수매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쌀 중심으로 많이 형성되었으나, 아직 1차 농산물로 확대되어 전개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농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인근 도심지에 판매장을 만들어 신선한 채소와 쌀 등을 공급하는 모습, 농촌의 도로변에 무인판매대를 만들어 소비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지역 도농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이것은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여서 고에너지의 사회를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지역공동체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트럭운전사들이 2-6시간 걸려서 수도권에 유통하는 모습을 보면 정치적 권력이 만든 시스템에서 고달프게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보는 것같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이제는 지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하고 땅의 소중한 것을 생각하는 지역공동체성을 회복시키는 운동을 전개시켜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일구어 내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산-유통-공급-소비의 지역 유기순환적 구조 속에서 정이 묻어나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4. 귀농자와 함께하는 정책은
귀농한지 1-2년정도 생활한 귀농자의 생산물을 보면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말 정성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농산물의 생명체를 다루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 나옵니다.
지금까지 인드라망귀농자의 대부분은 소농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귀농자들의 생산물이 적은 편입니다. 98년 불교귀농학교를 시작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귀농자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시기가 왔다고 생각됩니다. 사찰에 귀농자 코너를 신설하여 귀농운동의 생명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사찰매장은 귀농자물품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비하여 귀농운동에 한 부분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가을한마당’ 행사 때 인드라망회원에게 귀농자의 생산물도 자랑하며 귀농의 삶을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계절 체험’ 행사를 통해서 서로의 신뢰성을 쌓고 일손돕기를 합니다.
유기농 장터운동을 제안합니다. 사라져가는 5일장의 모습을 현대에 맞게 재현하고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유기농판매를 모색하는 운동입니다. 그리고,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도시소비자와 귀농자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제2고향만들기’를 펼쳐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생산자들이 처음에는 찾아와주는 것을 너무 고마운 마음으로 화답하지만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으면서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바뀌는 것은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관계성을 확인함으로 문제가 어디서 파생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연기적 세계관에 입각한 행동과 말과 사고를 하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5. 인드라망생협에서 제시하는 귀농인들이 꼭 생산해야하는 생산물
제주로 귀농하신 김광종씨가 표고버섯액기스를 취급한 적이 있습니다. 귀농자의 물품을 취급한 것 중에 실패한 케이스입니다. ‘약’으로 생각하기 전에는 먹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반면에 영지버섯액기스는 초창기에는 50포씩 포장되어 판매가 잘된 편입니다. 초창기에 영지버섯을 직접 전시하고 판매하는 홍보 전략의 효과로 꽤 많은 수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판매가 많이 줄었습니다. 언론의 효과에 따라서 건강식품들은 매출의 변동 폭이 큰 편입니다.
귀농자여러분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의 형태를 취하면서 인드라망생협과 협의하에 생산물을 작목했으면 합니다. 인드라망생협에서는 견과류(왕대추/잣/호두/곶감), 가루(묵가루), 쌀(흑향미/찹쌀), 잡곡(찰보리/늘보리/서리태/약콩/기장/수수/적두/혼합곡/율무/메밀/토종종자), 산식품(더덕/도라지/인삼/건나물), 전통식품(한과/발효차)을 제안드립니다. 간식용으로 할 수 있는 생산물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과자류는 화학첨가물과 보존료, 색소 등이 첨가된 제품이 너무 많습니다. 생협과자도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1차농산물의 소비는 변동의 폭은 아주 미세하지만 가공식품과 건강보조식품은 소비성향에 따라서 많은 변화를 나타납니다.
6. 다양한 생협운동의 형태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입니다. 그리고, 생협의 기본 원리는 조합원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출자금과 조합원을 모집하여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생협법인으로 재정경제부에 등록하려면 출자금(3,000만원)과 조합원(300명)이 필수 조건입니다. 간단한 예를들면, 의료생협은 환자의 질병에 관하여 모든 사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예방의학차원으로 병원을 운영합니다. 설립을 하려면 위의 필수조건을 갖추고 의사를 고용하고 의료기기를 갖추어서 운영하면 됩니다. 또 다른 예를들면 카센터의 경우 많은 소비자분들이 수리비용 등에 대하여 강한 불신감을 가지고 카센터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마포두레생협 조합원을 중심으로 카센터 ‘성미산차병원’을 설립하고 정비사를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드라망생협은 불교문화의 다양한 가치를 생활 속에 실천하는 운동을 전개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발우공양으로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운동, 생활속에서 자신의 수행을 108배하기(22년간의 매일 1000배 수행-뇌성마비 극복한 한혜경 한국화가), 친환경공양미운동 등이 그것입니다.
7. 우리생활 돌아보기
먼저 잠에서 깨어서 화학합성제품인 비누로 세수와 화장을 하고 화학첨가물, 색소, 보존료가 가득한 반찬을 먹고 화학섬유로 만든 옷과 신발을 신고 화석연료를 태우는 자동차를 타고 출근을 합니다.(매연을 뿜어내는 자동차는 편리의 상징이 된지 오래입니다) 회사에서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놓고 인스턴트 커피를 먹고 미세먼지가 가득한 사무실과 거리를 누비며 돌아다닙니다. 또, 아침과 거의 유사한 첨가물이 들어간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를 합니다. 집에 와서 또 비누와 샴푸로 샤워를 합니다. 많은 물을 사용합니다. 컴퓨터를 켜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유통기간을 오래 유지하고 보기 좋게 색소를 넣고 맛을 좋게 하기위해서 화학첨가물을 넣은 과자를 먹기도 합니다. 요즈음 모든 제품에 왜 이리도 비닐포장이 겹겹이 쌓여 있는지, 이 비닐이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리고 잠자리는 화학제품을 사용한 이불을 덮고 잡니다. 다음날 아침 나무로 만든 휴지를 사용하면 똥과 함께 어디로 사라져서 흘러 내려갑니다. 만약, 이 삶의 방식을 중국과 인도의 사람들이 똑같이 따라한다면 지구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편리한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돌이켜볼 시간입니다.)
* 생각해볼 문제: 수도권에 인구 40%가 사는 기이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