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과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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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밥상에서 육식의 비중이 높아진지 꽤 오래되었다. 요즘에야 육식의 폐해가 많이 알려져 인식들은 하고 있지만 옛날엔 육식이 초식보다 진보한 밥상이라 여긴 적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제3세계 나라들에선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밥상에 고기 단백질 비중을 높이려고 정책적으로도 꽤나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우유 먹기가 일상화되었고 계란이 냉장고 문짝 위에 늘 자리잡고 있는 시절이 되었다. 계란 후라이 하나만 싸주어도 도시락 까먹을 점심 시간만 기다리던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뿐이랴? 고기로 육수를 만들어야 제 맛이 나고 고기로 양념을 해야 먹을만한데다가 외식을 했다면 대부분이 육식이요, 술 한잔을 먹어도 삼겹살 아니면 소고기로 안주를 해야 한다. 좀 더 세련되면 회와 같은 생선으로 배를 채우지만 이 또한 고기 단백질임에는 별 반 차이가 없다.
최근에 와서 고기 과잉 섭취가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고 있으며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밥상 문화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들 있음에도 별로 육식 비율이 줄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육식이 건강에만 좋지 않은 게 아니라 우리의 정서와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심각하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우선 육식을 많이 하게 되면 사람들의 정서를 거칠게 만든다. 예컨대 고기를 먹는 맹수가 풀을 먹는 초식동물보다 사나운 사실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백질이 소화되면서 만들어지는 암모니아 가스를 비롯해 다양한 독성분들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그래서 독을 주로 해독하는 간의 기능이 약해지면 참을성이 떨어지고 짜증을 잘 낸다고 한다. 꼭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해도 몸에 독이 차면 사람 성질을 사납게 만든다. 강한 독기운들을 어떻게 해서든 바깥으로 분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육식을 주로 한 서양의 역사에서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전쟁의 역사에 미국이 중심에 서 있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여진다.
게다가 지금의 고기들은 각종 화학약품에 찌들어 있어 옛날보다 독이 더 강하다고 해야 한다. 자연 방목이 아닌 인위적으로 갇힌 곳에서 공장 물건 찍어내듯이 고기를 찍어내고 있으니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같은 화학약품에 찌들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인스턴트니 패스트푸드니 해서 오염된 음식들이 더욱 우리의 건강과 마음을 위태롭게 하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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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토종 콩 농사를 많이 짓는 분을 찾은 적이 있었다. 의술에 밝은 조부님께서 토종 콩을 중요시하여 많은 종자를 지켜왔는데, 그 중에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지금 갖고 있는 것이 몇 십 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나마 요즘은 토종에 관심들이 많아져 약간의 경제성이 생기니 이만큼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 조부님에게서 들은 가르침 중에 하나가 콩을 너무 많이 먹지 말라는 거였다. 왜 그러냐니까, 콩은 영양이 너무 많아 과잉되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단백질의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콩은 식물성 단백질이라 건강에 좋다는 얘기만 들어왔지 그 또한 고기와 같은 단백질이어서 고기처럼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하긴 옛날에는 두부도 명절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지 지금처럼 시도 때도 없이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 필수불가결한 영양이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만큼 다른 병원성 세균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단백질은 잘 부패되기도 하는데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남다른 악취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식물성 단백질이든 동물성 단백질이든 그것은 마찬가지다. 한번 두부 썩은 것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고기 썩은 것과 별 다를 바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단백질 많이 먹고 싼 똥의 냄새도 남다르다. 소똥이 돼지똥이나 닭똥보다 냄새도 덜하고 그래서 거름피해가 덜한 것도 초식동물이기 때문이다. 소똥이나 말똥은 연료로도 쓰이고 건축자래로도 쓰였다. 반면 돼지똥이나 닭똥은 잡식성이어서 단백질 섭취가 많아 냄새도 독하기도 하거니와 거름기가 강해 이를 농사용으로 쓸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사람의 똥도 마찬가지다. 된장과 김치와 푸성귀 먹고 싼 똥은 냄새도 구수할 뿐 아니라 생긴 것도 가래 떡 뽑듯이 한 번에 끊기지 않고 쫘악 뽑아 뱀 똬리 모양을 만들어낸다. 반면 고기 먹고 싼 똥은 되지도 않거니와 냄새도 역하며 배설 시간도 많이 걸린다. 서양 사람들이 지금의 수세식 화장실을 만든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냄새도 역하니 편하고 깨끗하게 내 눈 앞에서 싹 사라지게끔 화장실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화장실이 쉼터, 곧 rest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다. 반면 우리에게 똥은 더러워서 멀리 멀리 버려져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의 먹을거리를 만드는 데 거름으로 쓰여야 할 소중한 자원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뒷간은 퇴비간의 연장이었다.
1911년에 미국의 농림부 공무원 한 사람이 동양3국을 방문했다. F.H. 킹이라는 그 사람은 이들 나라를 돌며 쓴 책(“4천년의 농부”들녘, 2006)을 통해, 서양에선 미개한 나라로만 알려진 이들 나라에 대해 얼마나 자기들이 편협한 편견에 사로잡혀있었는지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자기들은 더러운 똥을 깨끗하게 처리하기 위해 바다로 강으로 호수로 갔다 버리는 데에도 늘 식탁에서 파리채를 들고 식사를 해야 하는데, 이들 나라에선 똥을 가까운 뒷마당이나 길거리나 텃밭에서 거름 만들기 위해 잔뜩 쌓아놓고 있음에도 파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이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본 파리 수와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배에서 본 파리 수가 거의 비슷한 것 같다고 하니 놀랄만도 했을 법하다. 게다가 이들 나라에선 똥을 모두 땅으로 돌려보내 땅의 비옥함을 4천년동안이나 유지해왔지만, 서양에선 농사를 지었다 하면 땅이 100년도 채 못가서 황폐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그는 절절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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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이 고기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먹는 곡식은 그 고기보다 다섯 배나 많게 사람을 먹일 수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먹는 고기를 생산하는 데 들어간 곡식으로 다섯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다섯의 곡식으로 하나의 고기를 만든다는 얘긴데, 그러면 넷은 가스나 똥으로 배설된다.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가스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똥 만큼은 충분히 곡식을 만드는 거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그것을 바다와 강과 호수를 더럽히는 쓰레기로 버린다니 어처구니 없다는 게 바로 이런 일을 두고 한 말 같다.
목축을 대량으로 하는 서양에선 가축의 똥을 거름으로 써야 하는 절실함이 적었던 듯하다. 목초를 키우는 데 거름도 필요 없었을 것이고, 주식 농사인 밀 농사를 하는 데에도 많은 거름이 절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농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똥을 힘들여 거름으로 만들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 많은 똥을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땅으로도 돌려보내지 못하니 강으로, 바다로 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어릴 때 소와 양들이 뛰어노는 그림 같은 서양의 들녘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참으로 낮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여튼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서양의 도시에서 똥의 처리는 더 골치였다. 고층 주택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지만 화장실 문화는 전혀 발달하지 않아,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밤마다 몰래 창밖으로 분뇨를 투척했다. 중세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한 것은 바로 이런 불결한 도시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파리의 미로 같은 하수구가 만들어진 것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극복책으로 나온 것이었다.
앞의 책 저자도 마찬가지지만, 조선 말에 우리 나라에 들어왔던 서양 사람들이 당혹스러웠던 것 중에 하나가 쓰레기통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곰곰이 이 나라 사람들 사는 것을 보니, 음식으로 인해 생긴 쓰레기나 배설물은 죄 거름으로 돌아가고 먹지 못하는 것의 쓰레기는 죄 아궁이로 들어가 연료로 쓰이니 쓰레기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가축을 키워도 고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이나 못 먹는 것을 이용해 거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소 같은 경우는 거름 뿐만이 아니라 농부에 버금가는 훌륭한 일꾼이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는 가족 이상가는 존재였다.
옛날 서양 사람이 우리 농촌 풍경을 찍은 사진 중에, 해질녘 소를 끌고 집으로 가는 농부의 등 뒤에 소를 먹일 여물이 잔뜩 지게로 실려 있는 장면이 있다. 소의 등에 싣고 가면 쉬울 일을 하루 종일 일을 해놓고도 힘들게 자기가 들고 가니 안쓰럽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온 종일 쟁기질 하느라 힘들었을 소를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한 농부의 마음을 서양 사람이 어찌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밭에서는 불필요한 잡초이지만 그걸 여물로 소에게 먹이면 또 소중한 거름을 만들어주니 가능만 하다면 그 농부는 소를 등에 업고 가고픈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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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농사는 늘 거름을 많이 필요로 했다. 서양과 다르게 목초도 발달하지 않아 목축이 불가능한 지역이라 먹는 것의 대부분을 농작물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주 박토인 산성땅인 것도 한몫했다. 산성암인 화강암이 모재여서 우리의 흙은 강산성이다. 이를 중화하기 위해선 많은 퇴비를 만들어 흙에다 넣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들은 그런 척박한 땅을 늘 비옥하게 유지하는 놀라운 비법을 후손들에게 전수해주었다. 늘 똥이 넘쳐났던 서양에선 땅의 황폐화를 막지 못했지만, 똥이 없어 거름이 늘 부족한 우리 조상들은 독특한 지혜와 비법으로 이 땅을 기름지게 만들 수 있었는데, 모든 것을 다 제자리로 돌리는 순환의 삶이 그것이었다.
흙에서 나온 것은 사람에게 먹을거리가 되고 먹을거리는 사람을 통해 똥이 되어 거름으로 만들어져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흙과 곡식과 똥의 영원한 순환을 통해 흙을 늘 비옥하게 유지하고 그에 따라 자연도 푸르게 유지하며 사람도 그 속에서 건강한 삶을 지켜갈 수 있었다. 요즘엔 건강을 오래 사는 것과 혼동하곤 하는데, 옛날엔 오래 살지 못하더라도 건강하게 살다가 갔다. 죽을 병이 걸리면 죽는 게 순리이지 지금처럼 많은 돈을 병원에 바쳐가며 죽을 때까지 죽을 고생하다 오래 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건강하게 죽을 권리조차 없어진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한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보면 건강이란 삶에만 적용될 게 아니라 죽음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여하튼 흙과 곡식과 똥의 순환관계에서 핵심 고리는 똥이라 해야 한다. 똥이 없어도 농사는 가능하지만 똥이 없으면 결국엔 흙과 곡식이 다 망가지기 때문이다.
이 삼각 순환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주는 원리는 발효에 있다. 말하자면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야 순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흙도 발효가 되어야 곡식을 잘 생산하고 곡식도 잘 발효가 되어야 사람에게 좋고 똥도 잘 발효가 되어야 흙을 비옥하게 만든다. 음식이나 똥이 잘 발효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쉬우나 흙이 발효가 된다는 말을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발효를 순 우리말로 하면 뜬다고 한다. 메주를 띄운다, 장을 띄운다 라는 말이 그것이다. 뜬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공중에 붕 뜨듯이 조직 사이사이가 벌어진다고 이해해도 좋다. 벌어진 틈으로는 다른 생명들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는데 유산균이니 효모균이니 하는 미생물들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뜨게 되면 원래의 성격이 더 깊어지고 수명도 오래간다. 배추도 김치를 담가야 배추 맛도 깊어지고 더 오래간다. 콩도 장을 담그면 영양도 더 많아질 뿐 아니라 또 다른 맛을 만들어내고 수명도 훨씬 길어진다. 말하자면 다른 생명을 불러들여 공생을 이루며 자기의 이해를 더 돈독히 하는 셈이다.
흙도 마찬가지다. 흙도 사이사이가 벌어져야 그 틈으로 거름도 들어가고 식물의 잔뿌리도 뻗고 다양한 미생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그런 흙을 보통 떼알구조라 한다. 낱알의 흙 알갱이들이 모여들어 떼알을 이루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떼알의 구조로 흙이 되었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흙은 숨도 쉬고 외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생명처럼 활동을 한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내뿜고 가물 때는 물을 머금는 저수지 역할도 하며, 추울 때는 보온을 해주고 더울 때는 통풍을 해 준다. 그렇게 흙이 발효가 되면 곡식이 잘 자라고, 그렇게 자란 곡식 또한 발효가 잘 되어 사람에게 유익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그렇게 맛있게 먹은 먹을거리는 건강한 똥을 싸고 그렇게 건강한 똥은 잘 떠서 곱게 흙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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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의 또 다른 역할은 살균해독 작용이다. 발효라는 과정을 거치면 다양한 미생물들이 급격하게 증식을 하게 되는데, 김치에는 유산균, 메주에는 효모균 등이 대표적이다. 사스라는 괴질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한 것도 김치 때문이라는 말이 이 말이다.
흙이 발효되면 대표적으로 생기는 균은 방선균, 사상균 등이다. 이런 균들은 천연항생 물질을 내 뿜는 특징이 있어 대표적인 병원성세균 천적들이다. 이런 균들이 많아야 살아있는 흙이 되는데, 좋은 흙에서 나는 풋풋한 흙냄새가 바로 이 균들의 냄새라고 한다. 죽은 흙에서 나는 시궁창 냄새는 병원성 세균이 득시글거리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발효의 특징 중에 하나는 새로운 영양의 창출이다. 발효를 한다는 얘기는 유익 미생물들이 증식한다는 말과 같은데 그 과정이 바로 영양의 증식인 것이다. 된장이든 김치이든 그것은 일종의 미생물 사육장과 같은 곳이다. 흙에서는 거름을 미생물이 분해를 시켜 작물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며 미생물 시체들도 작물에게 먹을거리가 되어주어 준다.
그런 점에서 우리 조상들이 콩을 발견한 것도 대단한 것인데, 그것으로 장을 만들었다는 것은 더욱 위대한 발명이다.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여서 콩의 발견은 어쩌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멀리 몽골초원에서 고기 단백질을 주식으로 하다 내려온 유목조상들은 숲이 우거진 한반도에서 목축이나 유목이 되질 않아 좌절했겠지만 곧 이 지역에 수천에 널린 야생 콩들을 보고는 단백질 대용으로 충분함을 알았을 것이다.
콩이 같은 단백질이지만 썩으면 독이 되는데 발효가 되면 독성분은 해소되고 영양도 풍부해지며 저장도 오래가니 고기 단백질보다 더욱 훌륭한 식재료임을 알고는 이내 우리 조상들은 농경 정착민이고자 했을 것이다. 가축을 키울 수 없는 곳이라면 금방 다른 곳으로 떠났어야 할 유목민족의 특징으로 볼 때 그 이상 더 좋은 이점이 있으니 눌러 앉은 것이 아니겠는가?
발효음식 문화는 평화로운 농경문화를 더욱 발전시킨다. 고기 단백질은 사람의 성격을 사납게 만들지만 발효음식은 사람의 성격을 순하게 만든다. 기본이 초식인데다 살균해독 능력이 뛰어나 성격도 온순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공성(攻城) 전쟁보다 수성(守城) 전쟁을 잘한다. 김칫독이나 된장독을 들고 다니며 싸우기는 매우 힘들지만 김칫독과 된장독을 땅에 묻으면 저장이 오래가기 때문에 오래도록 한 곳을 지키며 방어 전쟁하기가 더 수월하다.
김치나 된장을 먹고 똥을 싸면 구수한 듯 하기도 한데다 똬리 튼 모양으로 한 번에 쾌변을 볼 수 있어 늘 아침이 기분좋다. 변비에 고생한 사람이라면 이 쾌변이 얼마나 부러운지 안다. 그런 쾌변의 똥은 발효도 잘 된다. 서울 사람 똥은 거름도 못 만든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고기도 많이 먹지만 인스턴트 같은 오염된 음식을 많이 먹은데다 매일 스트레스 과잉 속에 사니 똥이 건강할 리 없기 때문이다. 오래가면 이 또한 거름이 안될리 없겠지만 좋은 똥보다는 훨씬 흙에게는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똥을 항상 우리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는 거울로 삼았으면 한다. 아침에 내 똥을 보면서 어제 혹시 고기를 많이 먹지는 않았는지 고기가 아니라도 혹시 잘 못 먹은 것은 없는지,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았는지, 남에게 해꼬지를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밝은 인생을 사는 소박한 비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안철환
농부. 경기도 안산
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 위원, 안산 도시텃밭지기
쓴 책으로는, “주말농사 텃밭가꾸기”(공저, 들녘), “도시농부들 이야기”(소나무)
옮긴 책으로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들녘)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