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공동체만들기

- 성미산 마을의 역사와 현재 -

이경란(마포두레생협 부설 우리마을꿈터 운영위원장)

1. 들어가면서

- ‘생태’ ‘공동체’ ‘마을문화’ ‘이웃’ ‘고향’ 살림‘ 등의 말을 도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까?

- 하루를 살더라도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살만했으면 좋겠다.

- ‘농’의 도움을 받아 ‘도’에서 새롭게 생명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런 ‘도’가 ‘농’의 살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 ‘성미산 마을’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작은산인 성미산 자락에 터잡고 있는 마을을 일컫는다. 하지만 성미산마을은 특정된 행정구역은 아니다. 한국에서 최초의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이 만들어진 1994년 이후,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게 되고 2003년 성미산지키기운동을 성공시키고 난 후 자연스레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이 마을에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 4곳, 방과후 어린이집 2곳, 생활협동조합, 마을학교 우리마을꿈터, 마포연대,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성미산차병원협동조합(자동차정비소), 동네부엌(반찬가게), 소출력공동체라디오(마포 FM)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여러 조직들이 형성되고 활동하면서 지내온 시간을 연대순으로 나누어보고, 다시 분야별로 개관해본다.

2. 간단한 역사 돌아보기

1) 1994년 - 2000년 ; 공동육아협동조합 중심의 태동기

1994년에 한국 최초의 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어린이집’이, 그 이듬해인 1995년에 ‘날으는어린이집’이 마포구에 설립됨으로써 공동육아운동이 시작되었다. 3-4세의 아이들이 점차 성장하고 학령기가 됨에 따라서 각 어린이집 내부에 방과후교실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는 공동육아의 교육이념과 교육내용을 만들어가는 시기였다. 또한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부모모임들을 통해서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체적인 생활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하나의 어린이집은 보통 20여 가족으로 이루어지는데 가족간 소통과 친밀감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후 공동육아운동은 조합원간의 교육관 갈등이나 재정적 어려움 등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부모와 교사의 노력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으며 2002년에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참나무어린이집’이 추가로 설립되기도 했다. 

2) 2000년 - 2003년 ;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지역으로

이 무렵 각 어린이집으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협동조합 방과후어린이집이 설립되었다. 이는 학령기 아동의 수가 늘어났던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감에 따라서 지역사회와의 소통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측면도 중요했다. 방과후어린이집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학교와의 관계, 학교친구들과의 관계, 방과후 어린이집 교육내용과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에 대한 고민들이 시작되었다.

2001년에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의 구성원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자는 취지에서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였다. ‘마포두레’는 지역 내 협동조합 간 협력을 위해 마포지역협동조합협의회를 구성했다.

한편 서울시와 마포구가 주도하는 성미산 개발 정책을 알게 된 주민들은, 그에 대한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자연친화적 육아를 교육내용으로 하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이나, 자연과의 공생을 내건 생협으로서는 자연스러운 결합이었다, 협동조합들 외에도 지역의 제 단체와 주민들이 함께했던 성미산지키기운동은 2003년 주민들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성미산지키기운동은 지금까지 소수의 ‘섬’과 같던 협동조합들의 활동이 지역 주민들과 협동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지역은 ‘성미산마을’이라는 상징성을 얻게 되었다.

4) 2003년 - 2005년 현재

성미산지키기운동을 성공시키기까지 진행된 여러 활동과 조직과정은 거의 모든 성원의 동의 와 참여로 진행되어 왔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활동 영역에 따라 관심과 뜻을 함께 하는 주민들이 추진하고 지역사회는 일정하게 후원하는 수준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포연대(시민단체), 성미산학교(대안학교), 마포공동체라디오(소출력)방송국 설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모색이 진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4년 시작한 소모임 ‘멋진지렁이’를 중심으로 생태마을만들기 활동이 진행중이다.

3. 분야별 활동

1) 육아

- 공동육아협동조합

  부모참여형 운영을 통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어린이집으로서, 전국에 56개 어린이집이 있고, 그중 6개 어린이집이 마포지역에 있다.

- 자연친화적 교육, 평등한 인간관계, 창의력과 탐구심, 통합교육을 교육 방향으로 하고 있다. 나들이(동네 돌아보기와 성미산 나들이), 세시와 절기에 맞는 생활리듬(대보름, 입춘, 단오, 추석, 동지 등에 맞는 행사와 계절먹거리 나누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알려주기) 유기농 먹거리로 바꾸기와 장담그기, 과일차 만들기 등 음식만들기, 식생활 교육, 노래와 놀이(나무, 돌, 천 등의 자연재료를 이용한 놀이, 전래놀이와 음악, 손공예), 공동체적 생활문화(모둠과 회의) 등을 주요 교육내용으로 삼고 있다.

-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많이 만들어짐에 따라서 반경 2km이내에 4개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모여 있고, 관계자들과 출신 가족들 200여 가구가 밀집되는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 부모참여형 보육과정에서 터전운영자체를 부모들이 하게 되었다. 자신의 필요를 구체화하고 협동해서 풀어갈 기반을 마련했고, 몇 년 동안 운영하면서 자신감도 늘고, 함께 이야기할 친구도 생겼다.

2) 교육

- 성미산학교(대안학교)

  공교육이 지나치게 경쟁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이라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낀 주민들이 그동안 지역에서 함께 해온 공동육아의 경험을 발판으로 초중고 12년제 대안학교를 설립하였다(2004년 9월 개교).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린다”를 학교이념으로 하고, 학생 개인의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면서 동시에, 함께 배려하고 소통하며 서로 성장하는 돌봄 공동체를 지향한다. 따라서 개인별 맞춤교육과정을 기본으로 하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주요 교육과정으로 편성하여 실시하고 있다. 2006년 현재 학생이 130여명이고 상근교사 10여 명에 50여 명의 다양한 영역의 강사, 멘토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 우리마을꿈터(마포두레 생협 부설 교육기관)

  2002년에 설립된 마을 내 주민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의 학습공간이다. 택견교실, 치유와 상담교실, 역사사회교실 등을 중심으로 하여 강좌와 학습프로그램, 동아리활동,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수학공부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내 학습네트워크에 기반한 평생교육기관으로 키워갈 예정이다.

- 학교운영위원회 참가 

  2002년부터 공교육의 변화를 위해서 방과후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하여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교급식 개선사업, 예산 결산 감시활동, 학교도서관 만들기 활동 등을 진행하였다.

- 생협의 조합원교육과 소모임

  신입조합원교육, 생산지방문, 어머니지원 강좌, 인형만들기나 천연화장품, 비누, 아크릴수세미 등을 마을모임이나 소모임에서 진행함으로써 조합원들간의 친목과 생태적 생활교육과 도농협력관계 인식의 확산을 꾀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주1회의 ‘성미산숲속학교’, 월 2회 학교가 쉬는 토요일의 농사체험과 먹거리 강의, 방학중 생태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다.

3) 생활

-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2001년 “자연과 함께, 이웃과 함께”라는 모토 하에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친환경 생활재의 공동구입과 판매, 마을모임을 기초로 한 지역주민의 협동화, 우리마을꿈터 지원과 교육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2005년말 현재 조합원 가구 수 1,200세대, 연간 매출액 12억 원이다. 성미산마을 성원을 포괄하는 가장 큰 단위이다.

- 동네부엌(유기농 반찬가게)

   2001년 6월 마포두레생협 조합원 60여 가구가 모여 회원제로 운영하다가, 2003년 11월 독립적인 경영을 시작하였다.

- 성미산차병원협동조합(자동차 정비소)

  2003년 11월 녹색 자동차 문화 확산과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실시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4) NGO :  참여와 자치를 위한 마포연대 (‘복지마포’)

성미산지키기운동의 성과로서, 풀뿌리 생활정치를 담당한 시민단체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2004년 1월 발족하였다. 현재 성미산지키기 활동, 의정감시활동, 저소득층 건강지원사업, 소각장 반대운동,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마포공동체학교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5) 문화

- 마을축제 : 2001년부터 마포지역협동조합협의회가 마을축제를 열어 단체 간, 주민 간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2004년부터는 협력단체가 마포구 전역의 시민단체와 사회복지기관, 문화단체로 확대되어 마포지역의 축제로 열리고 있다.

- 숲속음악회 : 성미산지키기활동의 일환으로 4회에 걸쳐 성미산에서 음악회를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역 내 문화역량이 크게 확대되어, 주민밴드인 마포스와 성미산풍물패가 만들어졌다.

- 가을운동회 : 2002년부터 마포지역협동조합협의회 주관으로 협동조합간 가을운동회를 열고 있다.

6) 방송국 : 마포FM (라디오방송국)

  국내 최초로 방송위원회가 주관하는 ‘소출력 라디오방송 시범사업자’로 선정되어, 2005년 8월 개국할 목표로 준비 중이다. 지역 주민의 손으로 주민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전달하는 주민자치적 방송매체를 열어갈 예정이다.(주파수 100.7Mhz)

7) 생태마을만들기

- 2004년 녹색연합 녹색사회연구소의 도움으로 ‘생태마을워크샵’을 진행하였고, 그 성과로서 그동안 생태마을에 관심이 있던 생협조합원들이 모여 소모임 ‘멋진 지렁이’를 결성하였다.

- 마을에서 진행해왔던 많은 사업들을 조정하면서, 중장기적인 생태마을만들기의 전망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재 가능하고 관심이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 2005년부터 지렁이 화분을 이용한 음식물 퇴비화사업(집안과 공동텃밭, 동네 화분내놓기, 동네 꽃길 조성), 자전거도로 만들기를 위한 활동(모니터링, 자전거타기, 자전거여행, 자전거도로 청원), 안전하고 소통이 이루어지는 골목길 만들기(골목축제, 평상만들기 등)이 진행되었고, 2006년에는 이와 더불어 생태마을공부모임, 2006년 지자체선거의 마을만들기 공약화를 위한 포럼 등을 새로 시작하고 있다.

4. 돌아볼 일들

- 살아가면서 그때마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간 과정이었고, 이제야 큰 그림이 조금씩 떠오르는 수준이다.

- 관계인원의 확대에 따른 함께 가져가야할 가치에 대한 공유가 가장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