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 불교귀농학교 ] 1강: 우리는 왜 귀농해야 하는가?
이병철 전 전국귀농운동본부 본부장

제가 살고 있는 데는 벌써 야생초들이 돋아나서 김매기 할 정도가 됐다.모든 생명체, 존재들이 저마다 자기를 꽃피우고 있다. 정말로 귀농을 하겠다, 언제이든. 나에게 주어진 삶을 귀농형태로 일궈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오신 분 손들어 보세요?(절반이상 됨). 이번 귀농학교가 사람이 제일 많이 왔고, 나이도 젊은 것 같다.
(저는) 경남 함안에서 살고 있다, 숲안마을에서. 순전히 그 마을의 이름에 반해서 산다. 저 손으로 집을 지어 들어간 지는 횟수로 5년째가 됐다. 농사는 제가 먹을 정도, 손님오면 나눠 먹을거리 정도로 짓고 있다. 농사법은 오직 기도할 뿐, “잘 커라, 난 해줄게 없다” 기도법이 농사의 핵심이다. 버스는 하루에 2번 들어오는 오지에서 살고 있다.

이 땅에 젊은이들 보고 스스로 도시에서 소모시키느니, 가능하면 농촌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꼬셨다. 200 만명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가면, 스스로 살아나고, 농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길이 있다. 이백만 젊은층을 대상으로 제2브나로드 운동했는데, 아직 보잘 것 없다.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촌으로 갈 수 없는 세상이 왔다.
귀농학교는 두 가지를 약속할 수 있다. “왜 귀농을 해야 하는가” 이유를 정리하는 기회를 드릴 것이다. 스스로가 자신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수 있는 10가지 이유를 찾아냈을 때 비로소 귀농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본다. 귀농의 성패는 기술, 자본에 있는 게 아니라, 명확한 이유를 정리하지 않으면 어떤 귀농도 실패하고 만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내 존재의 깊이, 내 영혼이 진실로 원하는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귀농의 승패는 “내가 귀농해야 하는 이유”를 명백히 하는데 달려있다. 흔히 말하는 ‘가슴 뛰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힘들때, 지쳐있을 때 “귀농”이 희망이 되는 이유를 찾지 못하면 귀농하지 마십시오.

 또 하나 귀농학교가 드릴 수 있는 것은...귀농을 통해서 더 나은 삶, 내가 원하는 삶을 실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삶의 지향과 가치를 함께하는 도반들의 모임이다. 삶의 지향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도반이라고 한다. 많은 만남이 있을텐데, 과연 삶의 가치와 지향이 같은 모임이 얼마나 있나? 그런 생각으로 만나는 모임들이 얼마나 있나? 종교단체에서 삶의 내용을 같이 하지는 않죠. 그런 측면에서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은 우리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굉장히 큰 힘, 손길, 어깨, 가슴이 될 것이다. 오늘 굉장히 중요한 인연의 자리가 될 것이다.

예전에 귀농학교에서, 전주에서 매주 올라오신 분이 있었고, 충남에서, 시골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있었다. 그 분들을 끌어당기는 힘들은 도반들 때문이다. 지금 어느 때보다 삶의 기반이나 근거랄까,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이 든다. 이렇게 관심을 갖는 것도 지금까지 삶의 방식에 대한 위기, 절박감으로 이 자리에 오게 한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자본주의 특히 모든 경제를 무너뜨리는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체제는 이제 종말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필연적이라고 믿는 사람 중의 하나다. 지난 해 어느곳에서 강의할 때, 곧 위기가 올 것이다 라고 했더니 금융쪽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 몇 달 안 가서 이 위기를 맞이했다. 아마도 올해 중반기를 넘어가면 의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쫓겨날 것이다. 일자리 자체가 무너져버릴 것, 수많은 사람이 방황, 노숙자들이 늘어나고, 사회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다. 경제위기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은 삶전반, 문명전반, 물질중심적 기반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어쨌든 그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의 위기는 한마디로 ‘자립성의 위기’다.

모든 존재물들이 철따라 스스로 생명들을 열어가고, 유지하고 있다. 새들을 보십시오. 저마다 스스로 둥지를 틉니다. 자연 속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체가 그런데, 유독 인간만 그렇지 못하다. 도시에선 돈이 없이는 먹고 살고 사랑할 수 없다. 돈 없이는 식량, 살 집, 자동차 기름을 마련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삶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모든 것들이 돈에 의존해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다. 이런 형태가 지속될 수 없다. 화석에너지는 쓰고 나면 없어진다. 다른 생명체들이 오염되고 병들고 죽어간다. 이런 문명은 기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물질 중심적 욕망, 편리, 화려함은 끊임없이 추구한다. 욕망은 증대, 자원은 고갈, 다른 생명은 죽어가고 있다. 문제는 정작 우리 자신 또한 심각히 병들어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인류가 물질중심주의체제로 진화해왔지만, 풍요, 화려함 등으로는 근본적인 불안감, 풍요를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물질적 증대에는 근원적인 위기감, 공동체위기, 존재의 위기 등이 가속화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 행복, 평화를 돈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왔다. 세상이 가르쳐왔고. 왜 우리가 삶을 바꾸고자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정리하지 않고선 귀농이 정리가 안 된다.
귀농은 직업이 아니다. 농업생계수단을 갖는 게 아니다. 거주지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시골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아닌다. 귀농은 삶을 통째로 바꾸는 것. 직업을 바꾼다고 생각하는 것은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희망이란 꿈을 꾸는 것은 꿈을 이룰수 있는 어떤 것에 의거하여 꿈을 꿀 수 있다. 잘못된 상상을 망상이라고 한다. 농촌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다. 가서 몇 달만 살아보면 알 것이다. 분명한 것은 농사일,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 농촌을 떠났다. 그분들은 땅도 있고 기술, 집도 있고 온갖 게 있어도 돈이 안 돼 다 떠났지 않습니까. 정부에서 돈을 퍼부어도 농촌은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런 곳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가는 것은 좋은데, 잘 살아보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런 고상한 생각은 망상이다. 농업의 현실은 자본주의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주의조차 상대적으로 농민들은 그 사회에서 가장 못산다. 지금 공업화중심 사회에서는 농업은 생산성측면에서는 아예 비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물질, 재원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차이는 분배차이, 생산력 증대는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분명한 것은, 농사짓고 살아가면서 사회적 부를 보편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생명을 기르고 낳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농업과 공업이 어떻게 다른가를 잘 보십시오. 농업이란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생명을 가꾸고 살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건을 사고 바꾸는 게 아니라, 생명을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왜 귀농하려고 하는가를 한마디로 좀더 행복해질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 무슨 짓을 하든 좀더 행복한, 정말 살아있는 삶이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귀농을 선택한 거 아닌가. 중요한 것은 과연 귀농을 통해서 행복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고, 그것에 확신에 도달할 때 보따리를 쌀게 아닌가. 실제 행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건 아니다...’는 사람이 많다. 가장 원하는 게 행복인데, 어떨 때 행복한지에 대해 답변을 못한다. 이게 아이러니다. 죽을똥 살똥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데,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하고 사는지 모르면서 엉터리로 살아온 것이다. 돈 벌지 않으면 사람대접 받을 수 없어 돈벌기 경쟁에 뛰어든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면서. 우리 애들이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고, 그들을 내몰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상처받고 소진된 애들이 밝은 사회를 만든다? 그 애들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천만에, 세상이치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중요한 관심 중의 하나는 행복이고, 어쨌든 세상은 종말로 가고 있다....계속 (2)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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