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에 다녀와서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찌하여 최은혜 실무자님이 저한테 그런 질문을 했을까?
“출가할 생각 없는지…?”
“실상사에 내려가 한 1년간 봉사할 생각없는지…?”
그 질문을 받았을 때...최은혜 실무자님은 못 느꼈겠지만 저는 잠시 멍~ 해졌습니다.
사실 생각해 본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 끝에 그 질문을 되물어 보았습니다.
“은혜님은 출가하실 생각을 해 보셨어요.”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 하시더군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 해 보는 문제 아닐까요?.”

실상사에서 출가할 생각 없냐고 하셨을 때, 한참을 고민 했습니다. 어떠한 대답을 원하시는가에 대해서. 그리고 저는 다시 되물었고, 끝내 제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말하지 않은 게 아니고 할 말이 없어서 회피했던 거지요.

그 이후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고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출가를 할 생각이 있느냐 보다도 출가할 준비가 되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출가라는 부분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고, 더 중요한건 출가에 따르는 도량, 마음가짐, 열의, 학식, 행동, 자세 등 뭐 하나 충분한 게 저에게는 없더군요. 너무 많이 부족한 사람에게 너무 큰 질문을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화가 났습니다.

이런 느낌이 저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귀농학교에 처음 갔을 때 모두들 열의가 대단하셨고, 자세가 진지 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한분씩 돌아가면서 인사를 할 때, 도대체 나는 무슨 말을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귀농도 준비가 필요한데 그러한 준비가 하나도 없었던 거죠.

모둠활동 때는 좀 더 구체적인 물음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 분위기에서 묻혀서 저도 모르게 한 살림 선배들을 들먹이며, 저도 그러한 훌륭한 선구자가 되겠노라 라고 말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참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말들을 즉석에서 둘러대며, 저 자신을 미화시키려 하다 보니 정리도 안 되고 말도 버벅거렸던 것 갔습니다.

수업을 끝내고 그 다음날 한살림에 출근하여 일하는 도중 동려들이 귀농학교는 어떠했냐고 많이 물어 왔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거기 계신 분들은 나와 내공수위가 달라. 정말 범접하기 힘든 분들이야.” 라고 했지요.

지금까지 6번에 수업을 듣고 저 나름 데로 좀 더 진지한 생각을 가져 보았지만 아직까지도 귀농학교에 수강하고 계신 분들의 수준에 발끝도 못 따라 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귀농학교에 등록하신 분들이 모두 서로간의 이해가 없이 오랜 세월을 살았고, 귀농학교라는 하나의 공동체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만났으며, 모두들 열심히 삶을 사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나름 데로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 하고 있었는데, 그 분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사는 목표가 올바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위에 열심히 사는 것과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사는 것.
“공동체”

공동체라는 단어는 한살림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귀에 딱지가 지도록 들었고 저도 늘 상 사용하는 단어였지만, 그 뜻을 알고 사용하지 못했구나 하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실상사 귀농학교에서 여러가지를 보고 듣고 배웠지만, 저의 배움의 느낌은 좀 색다른 것 같습니다.

-박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