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와 보감.

 

화창한 주말, 남양주의 약초보감으로 나들이 갈 기대에 마음이 설레었는데, 막상 눈뜨고 보니, 비가 주룩주룩... 이런, 괘씸한! 누구에게랄것도 없이 투덜거리며, 약초보감으로 길 떠났습니다. 사실, 약초와 보감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봄날 꽃놀이 한번 잘해보자! 라는 맘으로 기다렸으니, 내리는 비가 영 거슬릴 밖에. 그래도 가볍게 보슬보슬 내려주시는 봄비인지라... 일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산기슭을 감싸도는 흐릿한 안개가 스르르 멋진 경치 만들어 주어 눈맛이 시원~했습니다.

약초는 약이 되는 풀이고, 보감은 맑게 비추어주는 보배로운 거울입니다. 동의보감이나 명심보감에서 따왔을 보감이라는 말이 약초와 더불어 쓰이면서, 무언가 건강하고 맑은, 그리고 전통의 힘과 기운이 감도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약초보감은 그렇게 건강한 천연의 재료를 가지고 천에 물을 들여 옷과 이불, 등등 우리네 의생활 전반의 물품들을 만들어 파는 천연염색 전문 기업입니다.

인드라망생협의 생산지 방문의 일환으로 마련된 행사에 생협 활동가들과 바느질 소모임 사람들이 시간을 맞추어 지난 4월 20일 토요일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전시실과 염색체험관, 산기슭의 둘레길을 산책하며 둘러본 재봉실과 염색장, 창고등등... 방문객들을 위해 세세하게 설명해주시는 약초보감의 대표님과 부장님, 또  준비해주신 발효 쪽물에 스카프며 손수건을 가지고 홀치기하여 염색해 문양을 만들어내며 환호하고 즐거워하는 사이, 시간은 휘리릭~ 지나갑니다.

염색후 천들이 마르길 기다리며 싸간 도시락 둘러앉아 나눠먹었습니다. 함께 간 열여섯명이 서로 인사하고 자기 소개하며, 인드라망 안에서의  아름다운 인연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남양주까지 가는 차안에서 동행이 되었던 생협의 젊은 활동가께서 해준 이야기 하나, 해외여행 매니아인 아리따운 이 처자는 동남아를 주로 여행했다는데, 이유인즉, 지금이 아니면 자연스레 아름다운 이 모습 만끽하기 어려울듯 하여서라고 합니다. 유럽은 십년후에 가더라도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달라질게 없지 싶은데, 동남아는 확~ 바뀌어 버릴듯 하다는 설명... 오, 끄덕끄덕!

잃어버린것들을 복원하려는 노력, 지금 가진 아름다운 것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지키려는 노력, 등등을 우리는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그래서 했습니다. 천연염색도 화학염색에 밀려 그 존재조차 희미해졌을텐데, 그때 그 순간,  좋은 것들의 기억을 잊으면 안된다는 아우성들이 일어서며 지금 이정도의 명맥이라도 잇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푸른 빛을 내어주는 쪽풀은 아예 토종을 찾을 수가 없어, 일본까지 가서 다시 들여오셨다는 설명을 들으며 앞서 얘기한 동남아의 오늘과 미래, 또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제 닥쳐올 시간들 속에서, 지켜야 할 것과 자연스레 변화할 것들에 생각에 미칩니다.

 

눈 즐겁고, 마음 편안하고, 깊고 푸른 쪽염색 스카프까지 얻게된 즐건 봄날 하루였습니다.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지만, 참 고마운 그날의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마무리 인사~ 고맙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