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봉화에 들어가 이제 겨울을 나고 봄을 맞는 자련네 가족을 보러,
먼길 떠났던 바느질 모임 사람들. ^^ 자알 다녀왔습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아침 9시 40분에 출발하는 봉화행 버스, 모두들 일찍 도착해 승차!
버스안에서 김밥을 먹습니다. 소소님이 모두가 먹을 김밥을 왕창 싸오셨습니다.
사오신게 아니라, 싸오신것! 오랫만에 집에서 싸온 김밥을 맛있게 먹으며, 출발~
3시간 좀 더 걸려 봉화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거스름돈은 그 자리에서 확인하라는 친절한 안내가 붙어있는, 창구직원 아짐도, 상냥하게 웃습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올 시간표를 확인하기 위해, 봉화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 시간표를 찍었습니다. 그 옆 시간표는 봉화에서 태수님 사는 신라리 까지 가는 버스의 시간표. 행선지에 신라. 라고 써있는 차는 하루 세번. 이걸 놓치면 힘들어집니다.
한시 십분에 출발하는 신라리행 버스를 타기위해 봉화행 버스를 힘껏 달리도록 기도 했더니, ^^ 늦지않게 적당한 시간에 도착해서, 신라리행 버스표를 끊었습니다~
어른 여섯명, 초등 하나 . 따로 차로 오시는 반야수님과 인숙님은 어디쯤 오고 계실까 전화해보니, 세월아 내월아~ 풍광을 즐기며, 천천히 드라이브하고 계시답니다. 우리보다 한참 늦으실듯.
봉화터미널에는 이렇게 붓으로 써서 액자로 걸어놓은 시가 군데 군데 있었습니다. 소소님이 농촌 총각이라는 시를 십오금이라며 읽어주셨습니다. ㅎㅎ 십오금아닌 시로 한장 올립니다~
신라리행 버스에 올라타니, 어르신들 몇 자리에 앉아계십니다. 맨뒤로 우루루 몰려가 자리를 잡고, 굽이굽이 펼쳐지는 비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같은 길을 천천히 능숙하게 운전하시는 기사님께 경의를 표하며...콩닥콩닥 마음을 졸이며, 버스는 신라리를 향합니다. 마을에 도착해서, 태수님댁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에 접어드니, 멀리 자련 예련양 뛰어 옵니다. 아, 반가와요!
멀리 보이는 태수님댁은 나즈막한 돌집이네요...
걸어걸어 다왔습니다. 집앞으로 다가서니, 돌이 아니라, 돌이 프린트된 시트지! ㅎㅎ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아지들, 고양이들, 그리고 장작이 켜켜 쌓여있는 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태수님은 한참 음식준비로 바쁘시네요!
그런데, 우물공사로 병근님은 도우러 온 이웃들과 바쁘시고, 덕분에 물은 안나옵니다.
이 와중에 사람들은 몰려온거고, 번잡하게 해드리나 싶어 마음이 좀 쓰였으나, 이왕 온거,
즐겁게 지내야지요!
안동에서 먼저 와계신 가족분들이 계셨어요. 인사 나누고!
반야수님, 인숙님 오시길 기다려 바느질 부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그나마 돋아난 봄나물은 태수님이 이미 다 싹쓸이 한 상태라, 뜯을 나물이 부족했던데다, 안동서 오신 따님들께서 바느질 함께 하러 먼길 오셨다 하여,
서둘러 바느질 거리들을 꺼냈지요.
이제 가방으로 변신할 각양각색 티셔츠들.
안입는거긴 한데, 사실 못입을 옷들은 아니라서, 서로 아까와 하기도 했고, 결국 자련이가 입기로 하고 구제된 티셔츠도 있었고요.
역시, 신묘로운 솜씨를 가진 춘희님께서 젤 먼저 완성!
이날 완성 못하신 분들은, 다음날 아침까지 해서, 다들 완성하셨지요. 저만 빼고,ㅎㅎ
이유는 가신 분들만 아시지요. ㅠㅠ
이제 밥상을 차립니다.사실 굉장히 화려한 밥상이었는데, 휴대폰 똑딱이 카메라로는 그 느낌을 못살립니다. 아휴. 아쉬워~아쉬워~ 훌륭한 밥상을 맞아, 과식하신 분들 속출하여, 밤에 뭉친것 풀어주느라 의녀 맹하님이 고생하셨습니다. ^^
밥다먹고, 앉은 그 자리서, 계속 수다를 나누다가 여덟시 반을 맞았습니다.
고리 핵발전소 폐쇄를 기원하는 지구를 위한 한시간, 전깃불을 끄고 플러그를 뽑고,
촛불 밝히고 마음을 모읍니다.
자련, 예련이 옆에 앉아 계속 만들어주는 작은 동물들까지 함께해서, 온생명들의 마음을 담아, 촛불로 타오르는 마음마음...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밤이 깊어갑니다.
밖에 나가니 하늘에 별 무수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북두칠성을 봅니다.
추워서 오래는 못있었고요. ㅋㅋ
늦게까지 무릎맞대고 이런저런 이야기 이어지고요, 우리의 의녀 맹하님께서 차례로 멤버들의 건강을 돌봐주십니다. 누구는 침도 맞고, 누구는 지압도 받고, 자고 일어나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졌는데, 맹하님 정말 애쓰셨어요. 고맙슴다!
조용히 하나둘 쓰러져 잠이 들고... 봉화의 깊은밤은 고요속으로 함께 스며듭니다.
이른 아침부터, 설겆이며, 바느질이며, 차마시는 시간, 침맞는 시간 , 점심김밥 마는 시간,
부지런한 님들 긴 하루를 시작하셨건만, 저는 밥먹을때 일어난 관계로 사진이 없네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나무보일러의 효능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봉화가느라, 마무리할일들 있어, 전날 도 그 전날도 새벽 두세시에 잠들었던 탓에,
봉화 뜨듯한 아랫목에서 아주 제대로 피로를 풀었습니다~ ㅎㅎ 너무 미워하지 마셔요!
단체사진찍고, 집앞에서 작별인사들 나누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카메라를 들고오신 소소님의 저 카메라 안에 단체사진 들어있고요. 기대!
절대로 짖지 않는 착한 강아지와 희령, 자련, 예련, 헤어지며 사진 찰칵. 언니들은 카메라 앞에서 어떤 표정과 포즈를 지어야 할지 무척 고심하는데, 일곱살 예련은 아직...ㅎㅎ
봉화 구천마을 전우익 선생님 사시던 집을 찾아 출발했습니다. 가다 멈춰서서 동네분께 가는 길을 여쭤봅니다.
마을을 돌고 돌며 나물도 뜯고, 해바라기도 하며, 기웃기웃 거닙니다.
지붕위에 식물들이 돋아난 집도 재밌다하며 찍습니다.
양반 마을인듯 한데, 지금은 빈집이 많네요. 어른들 돌아가시면, 보살필 주인 없는 집도 함께 허물어져 가는듯 해요. 빈집의 풍경이 쓸쓸합니다... 도회지의 자식들도 안타까움이 크겠지요? 그래도 생전 홀로 사셨던 전우익 선생 댁에는 아들며느리가 살며 돌본다 합니다. 마침 나가고 안계셔서 빈집 마당 서성거리며 햇살과 함께 놀다 왔습니다.
나무를 좋아하셨던 선생님댁 마당에는 여기저기 나무가 많습니다.
선생님이 만든 의자가 아닐까? 하며 다들 한번씩 앉아보고 쓰다듬습니다.
툇마루에 앉아서 본, 대문간. 헛간들이 붙어있습니다.
돌아나오는길, 강렬한 색감의 대문이 있어, 소녀들이 포즈를 잡아봤는데, 잠깐 사이, 예련이 예쁘게 자네용~ ㅎㅎ
아침에 부지런히 싸서 챙겨온 김밥으로 마을 입구 정자에서 점심을...먹고 여기서 태수님 가족과는 이별을 했습니다~
우물 공사 끝내서 한걱정 더셨대요.이제 농번기 시작이라 바쁘시겠고, 사월 중순엔 안동으로 벼농사 보따리 학교 참가하러 가신다는데, 느긋한 걸음으로 우직하게 땅을 향해 걸어가시는 태수님네 가족, 참 아름답습니다.
잘 먹여주시고, 잘 재워주시고, 아낌없는 마음 나누어 주셔서, 일박이일 내내 참으로 충만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여름에 물놀이하러 또 가기로 했습니닷!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