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미래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역사는 공동체 파괴의 역사였고 지금도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는 중이다. 자본주의는 공동체를 파괴해야만 성립되는 체제이다. 농업공동체가 해체되어야만 노동자가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는 중세에 번성했던 쿄뮨들을 철저히 파괴하고 출몰한, 역사상 매우 이상한 폭력국가체제였다. 그리고 이윽고 서구 제국주의는 전 지구를 침략하고 정복해서 자본주의화시켜버렸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철저히 파편화된 개인을 미화하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했으면 그것이 다름 아닌 개인주의이다. 이른바 계몽사상가들이 중세를 암흑시대로 규정하고 공동체의 억압성을 강조하면서 개인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선전물을 널리 대중들에게 전파한 것은 다름 아닌 자본가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이데올로기, 시장경제라는 맹목의 이데올로기는 이렇게 인민들을 눈멀게 한다. 한국의 수많은 청년들이, 맹목적으로 서구를 추종하고, 조선시대 사상가들과 농민들의 역사에는 어둡지만 인종주의자들로서 유색인종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던 서구 계몽사상가들과 그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복사해서 자신의 세계관으로 삼는 참으로 이상한 현상도, 서구화를 맹목으로 추종했던 국가교육의 공이 크다. 이제 이런 누런 피부 흰 가면의 식민지근성을 버리고 자립과 자치의 마을공동체에 눈을 뜨지 않으면 우리 모두 스스로 자멸해버리고 만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서구 특히 미국에대한 거의 신앙과도 같은 추종과 열등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의 이론이나 대안조차, 그리고 복지 이론조차 대부분 서구이론의 직수입투성이다. 생태주의조차 서구 사조 수입과 추종의 대세가 지배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서구 생태주의 사상에서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장일순처럼 우리 스스로의 눈으로 우리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주체의식이 지금은 너무나 필요한 때이다. 우리 스스로 한국의 현실을 분석하고 스스로 대안을 찾는 노력이 절실한 것이다.

 

한국사회가, 그리고 인민들의 삶이 조만간 붕괴된다면 우리는 붕괴를 피해 뿔뿔이 십승지로 피신할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살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 기후변화는 십승지라고 피해가지 않으며 석유고갈 사태는 십승지라고 해서 면제되지 않는다. 공동으로 살 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공동체 경제는 다른 데있지 않다. 다름 아닌 마을과 협동조합, 공제조합이다. 잃어버렸던 공동체를 다시 재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생존의 유일한 길이다.

 

먹을거리 안정성이 결핍되는 사태 때문에 한살림 등 생협이라는 협동조합이 조직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의료, 교육, 주택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인민 스스로 공제조합과 협동조합 같은 공동체를 조직해야 한다. 석유화학제품 일색인 어린이 장난감을 나무, 종이, 천 등과 천연염료를 쓴 녹색장난감으로 만들어내는 생산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해지 환급금으로 사기를 치는 보험회사들을 대신해서 인민 스스로 공제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없으면 구각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는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실체이자 벗어날 수 없는 권력이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를 극복해야만 한다.

 

 

<국가인가 공동체인가>,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준) 대표, 녹색평론,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