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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거리 |
| 글쓴이 : 티스이삿
날짜 : 09-10-01 13:36
조회 : 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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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리
박노해
그 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 가도록
우리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 해거리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 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발 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 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대지 않았다
땅 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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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수(종… |
09-10-06 1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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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있는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마당이 있는 집은 늘 부럽거든요.
거기다가 큰나무가 있다면 그 부러움은 더없이 커지네요.
우리동네 감나무가 아주 멋진 집이 있어서,
가을이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런데 외식을 하러 나가는 휴일 오후에,
아버지가 올해는 이 나무에 감이 없네 하시면서,
작년에 그리 많이 열리더니 그런가 하시더라구요...
이 시를 읽으니 며칠 전 아버지랑 걸음 멈추고 바라본 감나무가 생각나네요..
그것이 해거리인가보죠...
몰랐던 사실이에요.
전 매년 그 나무에 감이 풍성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땅심 많이 많이 받고,
내년에는 또 많은 열매를 맺어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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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스이삿 |
09-10-06 1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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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진정수님. 저도,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우종영 지음)"라는 책을 읽고, 감나무가 해거리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답니다.
이번 추석 때, 외가집 마당에 여래 그루 감나무가 있었는데, 해거리하는 감나무가 한 놈 보이더군요.
옆에 가 말은 못했지만, 마음 속으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외쳤습니다.
진정수님,
다음에 또 뵈어요. 으쌰 으쌰 ^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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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열 |
09-10-10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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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쪽을 좋아하시는군요. 전 수필이나 산문쪽을 좋아합니다.
소설은 등장인물 외워야 해서 잘 안 읽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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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스이삿 |
09-10-16 1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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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네요. "소설은 등장인물 외워야 해서 잘 안 읽구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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