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식량 수출국인 미국, 그 어마어마한 농토와 물량 투입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농부가 다 망하면 식량자급은 난망이니, 미국인의 목숨을 외국 식량수출업자들의 손에 맡기겠느냐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있다면, 좀 의외겠죠?

그렇지만, 이제 그런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미국 텍사스에서요.  폭등하는 비료값, 연료값 등에 수지를 못 맞추는 농부들이, 농사짓기를 대규모로 포기하기 직전인 상황이라고 하면서요. 당장은 비료가 많이 필요한 옥수수 생산을 기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옥수수 사료의 가격 폭등이 예상되는군요.

다른 보도에 따르면, 카트리나와 리타가 이미 폭등세이던 천연가스 가격에 기름을 부으면서, 농부들이 비료사는 걸 내년 봄 이후로 미루고 있다고 하더군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값이, 그 때쯤이면 혹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한가닥 기대를 갖고서요.  심지어, 비료회사들이 천연가스로 비료를 만들지 않고, 아예 가스 자체를 다른 데 파는 게 수익이 더 남기 때문에, 비료 부족 사태가 생길 우려도 있다고 하는군요.  만약 일부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대로, 올 겨울 미국 기온이 춥고, 따라서 천연가스와 난방유공급이 부족하게 된다면, 이번 겨울에 유가와 가스값은 지금의 두세배로 급등할 수도 있습니다.

단연 세계 최대의 농업생산국인 미국에서 식량주권을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판국에, 한국은 미국 등 지금의 식량"수출"국에 전적으로 의지하자는 쌀 관세화를 통과시키기 직전이니, 나라 사람들의 목숨이 바야흐로 풍전등화, 백척간두에 놓였다고 말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당장 내년에 닥치든, 3년 후에 닥치든, 5년 후에 닥치든, 심지어는 10년 후에 닥치든 간에, 분명히 한 걸음 한걸음 우리에게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만큼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부터 그를 맞이할 준비를 서둘러도, 빠르다고 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일 겁니다.  한 지역의 경제, 나라의 경제를 전혀 새로운 경제적 환경에 적응토록 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우선 나부터, 내가 속한 단체와 지역부터, 하나씩 차분히, 세계화가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을 자급자족경제를 차곡차곡 준비해서 마련해나가는 계획과 궁행이 요청되는 순간입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수십퍼센트, 장기적으로는 수십배로 폭등할 외부 에너지로부터의 자립이 시급합니다.  난방과 운송, 각종 기계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최대한 자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이를 널리 보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계획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 비료와 농약이 비싸지고, 물류비가 폭등하고, 경제위기가 깊어지면서, 점차 심각해질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는 저에너지 농법이 단시간에 전지역으로 확대보급될 수 있도록, 미리 연구해서 구체적인 보급책과 필요 인력까지 미리 양성해서 준비해두는 심모원려가 필요합니다.  만약 쿠바에서 한 바를, 한국정부에서 할 수 없다면, 민간에서 할 수 밖에는 없겠죠.  율곡의 십만양병설에 버금가는 농군양성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세계화된 외부 경제의 위기에서 초연할 수 있는 자립경제의 수립입니다.  에너지가 자급되고, 식량이 자급되더라도, 외부 자본에 빚을 많이 져서 금융적으로 예속되어 있다면, 그것은 모래위에 쌓아올린 성곽일 뿐입니다.  특히, 농가부채가 심각한 한국의 실정에서, 앞으로 다가올 지도 모를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는 심각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현물을 바탕으로 한 지역화폐의 도입 역시 연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경제위기 '쓰나미"는 더 이상 인터넷에서 쉬쉬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닛케이비즈니스 등에서 심각하게 보도되어, 국내 중앙일간지에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미국 연준의 그린스팬 의장이 석유정점과 고갈에 대해서 시인하는 연설을 일본에서 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요.)

매헌 윤봉길 의사가 말 한 바, "농사는 천하의 대본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억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사람이 먹고사는 식량을 비롯해 의복ㆍ주옥의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ㆍ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 생산에 기다리지 않는 것이 없는 이만치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 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이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은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 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은 사실입니다."  생명 창고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믿었던 미국의 농민도 이제는 그 열쇠를 계속 잡고 있기 버겨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백범이 말 한 바, 완전한 "자주독립"을 준비하는, 석유문명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