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의 석유를 마구 꺼내 쓴 결과 수많은 생명이 사라져 갔으며 곧 우리의 안락한 문명도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4년 후인 2010 년을 전후해 'Peak Oil'(전세계 석유사용량이 생산량을 초월하는 시점)이 닥칠 것으로 전망되고, 이 시점 이후는 항시 오일쇼크 상태가 지속될 것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해답은 나와 있었는데, 우리들은 무관심했습니다. 자연 그대로가 생명이고 에너지임을!  모든 생명이 그물로 엮여져 아무리 작은 생명도 내 생명의 조건이자 은인임을 알고 보듬으려 애써온 저희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친환경 먹거리 자립을 넘어 생명살림의 또 하나의 근간인 친환경 에너지로 에너지자립을 이루려 합니다.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생명살림을 얘기하면서도 생명파괴의 주범이라는 화석연료를 대안 없이 써왔던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친환경 에너지로 바꿔나가려 합니다.

그 첫걸음으로 청정지역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수련원인『지리산교육원(실상사귀농학교)』에 햇빛발전소를 함께 지으려 합니다. 우리나라에 비치는 햇빛은 가로세로 1미터 면적에 연간 1300kWh이고 이것을 석유로 환산하면 130리터나 된다고 합니다. 남한 땅 면적이 9만9천㎢라고 하니 1년간 쏟아지는 석유의 양은 무려 800억 배럴에 달하게 됩니다. 우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석유가 8억 배럴이라고 하니까, 이것의 100배도 넘는 석유가 우리 땅에서 나는 셈입니다. 그러니 이것만 잘 이용해도 생명파괴와 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석유를 중동 같은 곳에서 들여올 필요 없고, 곧 닥칠 석유 고갈에 따를 대재앙도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도 태양 석유는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남한의 절반 정도의 면적이라는 사하라 사막에 1년간 비치는 햇빛에 담겨 있는 에너지는 전세계 인류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와 같고, 여기에 바람, 파도, 바이오가스 등을 합치면 재생가능 에너지원은 넘치도록 풍부하게 존재하고 기술도 나와 있다고 하니, 에너지 전환의 성공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린 셈이 됩니다. 그러니 석유, 가스,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 전환의 문제는 먼 미래에나 실현될 수 있는 어렵고 거창한 국가 정책 같은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쉽고도 의미있으며 나아가 초록별 지구가 맑아지는 행복한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햇빛발전소란 사계절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건물 옥상이나 지붕, 평지에 햇빛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며 생산된 전기를 자가용으로 쓰거나 쓰고 남는 전기는 한전에 판매하는 새로운 개념의 발전소입니다. 햇빛발전소는 자연과 지역을 살리는 재생가능한 대안에너지라고 생각되어 저희 『지리산교육원』에 시범적으로 짓기로 했습니다. 자연은 물론이고 지역을 살리는 측면으로는, 우리 고장에 비치는 햇빛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므로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와는 다르게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에너지 활용에 관한 기술 도입으로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 일을 모두 함께 하고자 합니다. 말하자면 건립비용을 십시일반이 되듯 함께 모아서 모두가 주인이 되는 지리산햇빛발전소(가칭)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함께 지은 햇빛발전소는 우리 자신과 아이들, 지역민과 일반인들을 위한 대안에너지 교육장으로 활용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건립에 참여한 분들과 아이들의 이름을 작은 팻말에 새겨 발전소의 주인이 자신임과 햇빛·자연이 생명 그자체이며 서로 나눔이 그에 답하는 마음임을 되새기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한없이 주기만 하는 태양, 그의 살을 받아 이웃과 나누는 게 어떨까요? 우리가 뱉어낸 매연으로 어두워진 지구가 조금씩 밝아지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