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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모임과 11월 '시' 모임 알림 |
글쓴이 : 인드라망
날짜 : 17-11-07 17:34
조회 : 1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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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 주소 : http://indramang.cafe24.com/bbs/tb.php/indramang_notice/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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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모임에서는 ‘동물’을 주제로 한 시를 나누었습니다.
개, 고양이를 비롯하여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된 지 오래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큰 이유라 할 수 있겠네요. 함께 사는 동무-대부분은 결혼한 사이-를 일컬었던 반려의 의미가 이제는 매우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짝이 되어주는 반려동물을 비롯하여-동물을 얼마나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 확신을 갖고 대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는 동물의 희생을 높이 사고 존경을 표하던 어느 부족민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하늘 아래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어울려 사는 삶을 꿈꾸며... 이번 달은 ‘동물’이 나오는 시를 준비해 와 읽었습니다. 함께 읽은 시 올리며, 다음 모임 안내 글 남기고 갑니다. 11월 모임은 11월 21일(화) 늦은 7시 ‘산책, 걷기’를 주제로 한 시를 담아와 이야기 나눕니다.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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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시사詩社
문태준
시인이랍시고 종일 하얀 종이만 갉아먹던 나에게
작은 채마밭을 가꾸는 행복이 생겼다
내가 찾고 왕왕 벌레가 찾아
밭은 나와 벌레가 함께 쓰는 밥상이요 모임이 되었다
선비들의 정자 亭子모임처럼 그럴듯하게
벌레와 나의 공동 소유인 밭을 벌레시사 詩社라 불러주었다
나와 벌레는 한 젖을 먹는 관계요
나와 벌레는 무봉 無縫의 푸른 구멍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유일한 노동은 단단한 턱으로 물렁물렁한 구멍을 만드는 일
꽃과 잎과 문장의 숨통을 둥그렇게 터주는 일
한 올 한 올 다 끄집어내면 환하고 푸르게 흩어지는 그늘의 잎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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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작은 새가 사라진 날
다니카와 슌타로
숲에 짐승들이 사라진 날
숲은 가만히 숨을 죽였다
숲에 짐승들이 사라진 날
사람들은 도로를 계속 만들었다
바다에 물고기들이 사라진 날
바다는 힘없이 출렁이며 신음했다
바다에 물고기들이 사라진 날
사람들은 항구를 계속 만들었다
거리에 아이들이 사라진 날
거리는 더욱 북적거렸다
거리에 아이들이 사라진 날
사람들은 공원을 계속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라진 날
사람들은 서로를 무척 닮아 있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라진 날
사람들은 미래를 계속 믿었다
하늘에 작은 새들이 사라진 날
하늘은 조용히 눈물 흘렸다
하늘에 작은 새들이 사라진 날
사람들은 노래를 계속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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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허연
배고픈 고양이 한마리가 관절에 힘을 쓰며 정지동작으로 서있었고 새벽출근길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전진 아니면 후퇴다. 지난 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나와 종일 굶었을 고양이는 쓰레기통 앞에서 한참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둘 다 절실해서 슬펐다.
"형 좀 추한거 아시죠?"
얼굴도장 찍으러 간게 잘못이었다. 나의 자세에는 간밤에 들은 단어가 남아 있었고 고양이의 자세에는 오래전 사바나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녀석이 한쪽 발을 살며시 들었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고. 나는 골목을 포기했고 몸을 돌렀다. 등 뒤에선 나직이 쓰레기봉투 찢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와 나는 평범했다.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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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짐승
도종환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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