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수요일에 서울 교육도량에서는 ‘시’ 읽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일상 속 작은 행위 하나하나가 ‘시’와 같기에, 그간의 지내온 이야기 두런두런 나누며 준비해온 ‘시’를 함께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5월에는 ‘5월이 되면 생각나는 시’를 주제로 하여 각자 ‘시’를 준비해왔습니다.
만물의 아름다움으로 눈 가는 곳, 마음 머무는 곳마다 빛나는 5월이 세월호 이후 유독 아픈 계절로 느껴집니다. 담벼락 마다 핀 장미꽃들의 화사함과 푸른 하늘에 마음 다잡아보지만, 실상은 무척 힘들었음을 나지막이 고백해보기도 합니다. 2016년 4월과 5월을 보내며 느낀 면면을 적은 자작시를 낭송하고 이어서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낭송하며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사람들이 ‘시’ 읽기를 많이 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곳저곳, 여러 글 속에서도 ‘시’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있음이 엿보입니다. 바쁜 일상에 묻혀 잠시 잊고 있던 순수한 마음, 시적 감수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약임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지레짐작해봅니다.
보리와 밀을 베고 벼를 새로 심는 망종. 봄에 정신없이 피어나던 꽃들이 지고 다시 열매를 맺으며 자연은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6월 마지막 수요일(29일)의 ‘시’ 모임에서는 ‘노동’과 관련한 ‘시’를 읽고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오셔서 시 한 편, 이야기 조금, 차 한 잔이 있는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면 좋겠습니다.
시 읽는 아침, 시 나누는 저녁, 시 쓰는 나날이 저마다의 일상에 함께 하기를 바라며, 5월 ‘시’ 모임에서 나눈 헝가리의 위대한 민중시인 아틸라 요제프의 ‘시’ 한 편을 끝으로 짧은 글 줄입니다.
유리 제조공
-아틸라 요제프
불을 일으키고
도가니 속에
투명한 용액을 끓여
피와 땀을 섞어 넣는
유리 제조공.
남은 힘으로 용액을 붓고는
매끈한 판유리를 만든다.
해가 뜨면
도시로,
작디작은 시골 마을 오두막으로
빛을 가져간다.
노동자로 불리기도 하고
시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들ㅡ
노동자나 시인이나 매일반이긴 하지만.
조금씩 피를 써 버리다
투명해진다. 그리고
미래로 향하는 큼지막한 크리스털 유리창이
우리에게 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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