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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모임과 2월 '시' 모임 알림 |
글쓴이 : 인드라망
날짜 : 17-02-10 11:53
조회 : 3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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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바람 속 영혼들처럼 눈이 흩날리는 달’ 인드라망 시모임은 ‘바람’을 주제로 하여 만남을 진행하였습니다.
꽃에 불면 꽃바람 되고, 나무에 불면 녹색의 바람이 되는 무엇보다 자유로운 바람.
바람 불어올 때면, 어느 날은 따스하게 느껴지고, 어느 날은 시원하게 느껴지며, 어느 날은 조금 차가운 바람으로 느껴지는 변덕스러운 바람, 바람들.
어찌 보면 바람은 늘 그대로인데,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는 ‘나’의 상태에 따라 그 모습 여러 모양으로 다가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바람이 너무 춥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날 나눈 시 몇 편 올립니다.
다음 모임은 돌아오는 2월 22일(수) 늦은 7시에 <사랑>을 주제로 한 시를 읽고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모든 것의 근원이 되어주는 ‘사랑’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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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나희덕
바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아
몸을 더 낮게 웅크리고 엎드려 있었다.
떠내려가기 직전의 나무뿌리처럼
모래 한 알을 붙잡고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럴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등을 떠밀었다.
너를 날려버릴 거야
너를 날려버릴 거야
저 금 밖으로, 흙 밖으로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수천의 입과 수천의 눈과 수천의 팔을 가진 바람은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누군가의 마른 종아리를 간신히 붙잡았다.
그 순간 눈을 떴다
내가 잡은 것은 뗏목이었다.
아니, 내가 흘러내리는 뗏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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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에 부치는 노래
노천명
가을바람이 우수수 불어옵니다
신이 몰아오는 비인 마차 소리가 들립니다
웬일입니까
내 가슴이 써늘하게 샅샅이 얼어듭니다
인생은 짧다고 실없이 옮겨 본 노릇이
오늘 아침 이 말은 내 가슴에다
화살처럼 와서 박혔습니다
나는 아파서 몸을 추설 수가 없습니다
황혼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섭니다
하루하루가 금싸라기 같은 날들입니다
어쩌면 청춘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었습니까
연인들이여 인색할 필요가 없습니다
적은 듯이 지나 버리는 생의 언덕에서
아름다운 꽃밭을 그대 만나거든
마음대로 앉아 노니다 가시오
남이야 뭐라든 상관할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밤을 도와 하게 하시오
총기(聰氣)는 늘 지니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금싸라기 같은 날들이 하루하루 없어집니다
이것을 잠가 둘 상아 궤짝도 아무것도
내가 알지 못합니다
낙엽이 내 창을 두드립니다
차 시간을 놓친 손님 모양 당황합니다
어쩌자고 신은 오늘이사 내게
청춘을 이렇듯 찬란하게 펴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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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들판을 거닐며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 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레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 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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