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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임

   
  11월 모임과 12월 '시' 모임 알림
  글쓴이 : 인드라망     날짜 : 16-12-07 13:02     조회 : 3068    
11월 시모임은 ‘친구’를 주제로 진행하였습니다. 봄바람 한창일 때 시작했던 모임이 어느덧 찬바람, 눈송이 흩날리기 시작하는 계절을 맞았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시 읽기를 하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결국은 모든 것을 이어주는 것이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며시 들었습니다. 시심이 깊어짐을 느끼는 나날, 12월의 시모임(28일, 늦은 7시)은 ‘시’를 주제로 하여 진행합니다^^

체로키 족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이라고 하였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이 시작하는 달! 오셔서 시 나눔, 이야기 나눔을 하고 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며 :)

‘최고의 인간관계는 좋은 벗’이라는 함께하는 도반님이 건네준 한 문장 나누며, 그날 나눈 시 몇 편 올립니다.


-
해바라기 세우는 광복이
5학년 차상훈

비 오는 공부 시간
창 밖을 보니
두 해바라기 중에
하나가 쓰러졌다.
운동장에 나란히 서 있던 해바라기
바람에 쓰러져
하나밖에 안 남았다.
내가 “해바라기가 쓰러졌다!”
소리치자마자
광복이가 뛰어갔다.
그렇게 연실이와 싸우고
마음이 좀 서투른 광복이가
해바라기로
흙이 튀든 말든 빨리 뛰어간다.
다 가서
쭈그려 앉아 흙으로 덮어 준다.
광복이는 쓰러지지 말라고 했다.
그 뒤 버드나무 위쪽에서
무지개가 잠시 폈다 없어졌다.


-
서울 사는 친구에게
안도현

세상 속으로 뜨거운 가을이 오고 있네
나뭇잎들 붉어지며 떨어뜨려야 할 이파리들 떨어뜨리는 걸 보니
자연은 늘 혁명도 잘하는구나 싶네
풍문으로 요즈음 희망이 자네 편이 아니라는 소식 자주 접하네
되는 일도 되지 않는 일도 없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싶거든, 이리로 한 번 내려오게
기왕이면 호남선 통일호 열차를 타고 찐 계란 몇 개
소금 찍어 먹으면서 주간지라도 뒤적거리며 오게
금주의 운세에다 마음을 기대보는 것도 괜찮겠고,
광주까지 가는 이를 만나거든 망월동 가는 길을 물어봐도 좋겠지
밤 깊어 도착했으면 하네, 이리역 광장에서 맥주부터 한잔 하고
나는 자네가 취하도록 술을 사고 싶네
삶보다 앞서가는 논리도 같이 데리고 오게
꿈으로는 말고 현실로 와서 걸판지게 한잔 먹세
어깨를 잠시 꽃게처럼 내리고, 순대국이 끓는
중앙시장 정순집으로 기어들 수도 있고, 레테라는 집도 좋지
밤 12시가 넘으면 포장마차 로진으로 가 꼼장어를 굽지
해직교사가 무슨 돈으로 술타령이냐 묻고 싶겠지만
없으면 외상이라도 하지, 외상술 마실 곳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뜻 아니겠는가
날이 새면 우리 김제 만경 들녘 보러 가세
지평선이 이마를 치는 곳이라네, 자네는 알고 있겠지
들판이야말로 완성된 민주대연합 아니던가
갑자기 자네는 부담스러워질지 모르겠네, 이름이야 까짓것
개똥이면 어떻고 쇠똥이면 어떻겠는가
가을이 가기 전에 꼭 오기만 하게


-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