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더니
화천 귀농 4년 7개월. 첫해는 농사에 지쳤고, 둘째 해는 컨테이너 살이에 지쳤고, 셋째와 넷째 해는 집을 짓느라 지쳤다. 그리고 올해는 쉬겠다고 선언했는데, 눈 깜짝할 새에 벌써 9월이다.
그놈의 집이 문제다. 몸은 쉬었으되 마음은 잘 쉬지 못했다. 아직 싱크대도 덜 만들어진 상황에 등도 공사 때에 쓰던 임시등이 달려있고, 문도 덜 달았고, 구들방 아궁이에 물 차는 것도 막지 못했다. 게다가 비가 오면 지붕에서 물이 조금씩 세는 것도 큰 스트레스 중 하나다. 집 뒷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감당할 수 없어 자연 배수로 공사도 해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무거워져 뭐 하나 손대기 싫은 지경이다. 집 공사 후에 남은 쓰레기들은 또 곳곳에 엄청나게 널브러져 있다. 급한 일만 대충 나열해봤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자연재배에서 미생물재배로
눈앞에 급한 일을 뒤로하고 쉬어가다 보니 그간 소홀했던 농사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었다. 유기농사로 시작해 자연재배, 탄소순환농법, 미생물재배까지 별 고민 없이 공부해왔는데 시간이 꽤 지났다. 친환경이니 건강한 먹거리니 자연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니 뭐니 이래저래 고민은 해왔는데, 그냥 자연에서 과하게 빼앗아 먹지 않고 최대한 자연 그대로 작물이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농사 정도로 정리했다. 양봉 할 때 지역을 옮겨가며 꿀을 전부 빼앗고 겨울에 설탕물을 넣어주는 것이나, 젖소 한 마리가 하루 30L의 젖을 생산해 낸다고 하는 사고나 연작할 수 없는 농사법이나 다 불편했다. 정말 자연 그대로의 농사라면 산에서 사는 게 제일 좋다. 움막 하나 짓고 산에 살면서 산타며 열매 뜯어먹고 겨울을 위해 좀 저장해 두고 하면 된다. 물론 말만 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지금은 미생물재배이다.
동네 형이 탄소순환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고 때마침 무안에서 미생물재배를 오래 하던 친구가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 아... 운명인가. 논농사를 10년 동안 지었는데 7년 정도 미생물로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화천에 와서는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래저래 처음 하는 작물이라 고초를 겪고는 있지만, 그의 농법은 동네 친구들을 들뜨게 했다.
내가 하는 미생물 농법은 EM효소 뿌려주는 거와 비슷하달까. 미생물들의 먹이가 되는 질소고정균을 뿌려주어 땅에 미생물이 많아지게 하고, 좀 더 땅을 빨리 돌려놓기 위해 균근균 같은 미생물들을 미리 뿌려주는 것.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미생물들이 많지만, 이름도 어렵고 하여 그 정도로 공부는 끝냈다. 모두 자연 발생하는 미생물들이다. 그냥 땅을 믿고 기다리면 되지만, 인간은 그렇게 인내하지 못한다. 나 또한 나의 생계가 먼저이기에 적당히 타협했다. 그리고 참나무 수피들을 깔아주어 멀칭효과도 내고, 먹이도 되고, 공기도 잘 통하는 미생물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몇 년을 해야 이게 산속의 토양과 비슷해질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작물이 달라지는 걸 느끼면 되지 않을까.
그 친구를 따라 텃밭 농사를 좀 하면서 나도 농사짓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올라 내년 농사계획도 세우고 주변 땅도 알아보았다. 근데 밭은 너무 비쌌고, 화천군 조례인가로 임야(산)는 전(밭)으로 용도변경을 못 하게 정했다고 한다. 화천군 전체에 밭 비율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였는데 내 주변엔 밭이 없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져보았지만, 내 속만 더 타는 일이었다. 결정된 것이 없어 계획할 수 없는 미래. 내년에는 내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나도 무척 궁금하다.
글_ 김좌웅
딱히 잘하는게 없어서 동네가 뭐먹고 살지 걱정해주는 귀농자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