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요즘에는 청년의 삶이 이야기 중심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청년 일자리나 청년 정책이 입에 오르내린다. 급격한 사회 변화로 기성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청년 세대의 미래가 불안정하다고 보기에 그런 듯하다. 성장 중심의 사회 흐름에서 성장이 더는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쪽에서는 성장을 통한 청년 정책을 고민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성장이 아닌 방식으로 청년의 삶을 모색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청년 세대에 관심을 둔다는 것은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인드라망 소식지에서는 세상에 당당하고 자신 있게 뒷북치는 청년들을 만났다.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모락산 아래 자리 잡은 청년협동조합 ‘뒷북’이다.

큰길을 거쳐 한적한 주택가 골목 1층에 ‘뒷북’이 자리하고 있다. 뒷북 건물 옆에는 사랑방이라는 모임 공간이자 작은 도서관이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중고등 통합 대안학교 ‘더불어가는배움터길’(줄여서 배움터길 또는 길 학교)이 있었다. 이곳이 다 서로 연결이 되어 있겠구나 하는 직감을 하며 뒷북으로 들어섰다. 돌고래, 소똥, 홍짱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홍짱으로 불리는 홍다현 님은 뒷북 조합원으로 컴퓨터 수리와 제품 상담을 해주는 ‘선진콤퓨타’를 운영하고 있다. 소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재용 님은 뒷북 공동이사장 가운데 한 명으로, 뒷북에서 심부름센터라 할 수 있는 ‘뒷부름센터’와 뒷북 동아리 ‘페미니즘 공부 모임’ 등에 참여하고 있다. 또 사회적기업 ‘크래프트링크’에서도 일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대학을 가지 않은 삶으로도 충분히 멋지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돌고래 김희경 님은 중고등 대안학교 ‘배움터길’ 교사였다가 협동조합 뒷북이 생기면서 상근활동가로 함께하고 있다. ‘돌담길’이라는 강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그림자극장’이라는 동아리 활동 등을 하고 있다.

▲ 왼쪽부터 소재용(소똥), 김희경(돌고래), 홍다현(홍짱)

이상주의자가 변화의 물꼬를 튼다
가만 보니 뒷북은 다양한 빛깔의 일을 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기도 하고 동아리 활동과 문화 활동 역시 많이 하고 있다. 그 내부가 무척 궁금해졌다. 어떤 일을 하는지에 앞서 어떻게 해서 청년협동조합 뒷북이 생겨났는지 물어봤다. 중고등 대안학교 ‘배움터길’과 깊이 관련 있어 보였다.

이 지역에는 전부터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많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초등 대안학교가 있었다. 벼리학교와 무지개학교가 그 중심을 이루었다고 한다. 초등 대안학교를 졸업하게 된 친구들이 일반 학교로 진학하기보다 중등 대안 교육을 받기 원했던 사람들이 뜻과 힘을 모아 2004년부터 중고등 대안학교 만들기를 준비했다고 한다. 2년을 준비한 끝에 2006년에 중고등 통합대안학교 ‘길 학교’가 문을 열었다. 도시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다닐 수 있는, 도시의 장점을 활용한 대안학교를 지향한 곳이다. 나아가 학교만 세우는 게 아니라 학교라는 근거지를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가 생겨나길 목표로 했다. 초기에는 길 학교 운영만으로도 벅차기는 했다고 한다.

학교가 안정되고 졸업생도 생기면서 청년의 삶이 눈에 들어왔고, 사회에서 소수인 대안학교 친구들의 자립 기반이 되어줄 공간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가 청년공간 뒷북이었다고 한다. 이때가 2014년이다.
대안학교도 그렇고 청년공간도 그렇고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는 일이 아니지만, 필요한 일이었기에 뛰어들게 되었고, 조금씩 열매를 맺어가는 듯했다. 그런 점에서 김희경 님 말씀처럼 이상주의자들이 변화를 만들어 내는 듯하다.

사회적 자립을 위한 근거지이자 버팀목, 뒷북
공간이 생기면서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여러 일을 벌여 왔다고 한다. 배움의 공간, 일거리의 공간, 문화의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저 공간으로만 있게 되면 활동의 지속성이라는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잠깐 왔다 가고 말거나 청년들의 사회적 자립을 위한 근거지 역할을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본 것이다. 길 학교에서 체득한 자치활동의 경험을 이어가고 청년공간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고민 끝에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결의를 하게 된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9월, 청년협동조합 뒷북이 생겨났다.

청년의 자립에 관심이 많은 구슬님을 위해서도 뒷북이 하는 일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배움을 위한 활동으로는 ‘돌담길 강좌’, ‘적당기술’, ‘지적 허영’, ‘페미니즘 공부 모임’이 있다. ‘돌담길 강좌’는 멘토 등 경험 있는 분들이 청년에게 들려주는 강좌 형식으로 진행된다. 자기 이해나 생활의 기술 등을 주제로 해서 학기마다 다른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요리, 인테리어, 인생학교, 제과제빵 등의 강좌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적당기술’은 적정기술과는 관련이 없다. 청년들이 자기가 가진 재능이나 기술을 또래 청년들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북아트, 피피티(ppt), 요리, 메이크업, 플라워디자인, 커피, 뜨개질, 악기 등의 강좌를 열었다고 한다. 그만큼 다재다능한 청년들이 있구나 싶기도 했다.

▲ 뒷부름센터_군포 산울어린이학교 이사 도움 의뢰 완료 후 

다음으로는 일거리를 만들어 창업이나 창직의 바탕이 되게 하는 활동이 있다. ‘아이돌봄범고래반’, ‘뒷부름센터’, ‘선진콤퓨타’ 등이 있다. 청년협동조합 뒷북 조합원들이 벌이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아이돌봄범고래반은 대안학교를 졸업한 뒤 돌봄 보조교사로 활동한 적이 있는 뒷북 청년 인턴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이돌봄을 아이템으로 하여 사업화한 셈이다. ‘뒷부름센터’는 짐작한 대로 심부름센터이다. 뒷북에서 ‘꿀잼작당회의’라는 기획/아이디어 회의를 여는데, 돈을 버는 일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가 심부름센터였다. 시범 삼아 하루만 해보자고 했던 게 사업으로 이어졌다. 조합원 12명과 비조합원 2명, 총 14명이 일하고 있다. 아이돌봄, 반려동물 연결, 물품 구매, 전단지 홍보 활동, 축제 진행, 수업용 피피티 제작, 도배 등을 했다.

문화 활동에는 작은무대, 그림자극장, 뒷구르기 소식지 등이 있다. ‘그림자극장’은 뒷북에서 가장 오래된 동아리라고 한다. 다달이 모여 쉽게 보기 힘든 영화를 함께 보고 수다도 떠는 모임이다.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심심풀이를 나누는 ‘작은무대’도 인상적이다. 이 가운데 ‘못그리기대회’라는 행사가 반응이 좋아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가장 못 그린 그림을 시상하는 대회이다.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기준을 넘어서는 재미난 무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들이 모여 일을 벌이는 협동조합이어서인지 그만큼 다양한 일을 해오고 있었다. 어떤 일을 통해서는 소통을 넓고 깊게 이어갈 수 있고, 또 어떤 일은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해 주기도 하는 듯했다. 협동조합인 만큼 길 학교 친구들을 비롯해 새로운 청년들이 끊임없이 뒷북 조합원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아가 지금의 뒷북 청년들이 좀 더 나이가 들면서 그에 맞는 또 다른 활동을 모색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청년헙동조합 뒷북이 하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뒷북을 치더라도 그 울림은 뒤처지지 않아
함께 이야기를 나눈 세 분께 짧지만 4년 정도의 뒷북 생활을 돌아보는 소감을 물었다. ‘선진콤퓨타’를 운영하는 홍짱 님은 자신감이 생겼다는 얘기를 먼저 해주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능력, 앞에서 발표하는 능력도 생긴 듯하고, 돈까지 좀 벌리고 친구도 찾았다고 한다. 홍짱 님에게 뒷북은 자유롭고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곳이자 친구들과의 관계를 수월하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한다. 큰 울타리가 되어주는구나 싶었다. 뒷북 이사장 소똥 님 얘기도 인상 깊었다. 전에는 새로운 사람을 더 많이 만나고 싶었다고 한다. 뒷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터 알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일하고, 타로 공부 등을 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을 새롭게 알아가게 됐다고 하면서, 새로운 공부 욕구보다도 나를 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고 한다. 길 학교 교사였다가 뒷북 상근 활동가로 일하는 돌고래 님은 뒷북에서 ‘나 자신으로서 지내게 되는 듯하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긴 얘기를 많이 나누었지만,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쉽고 뒷북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4~50여 명의 조합원과 후원회원은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길과 다양한 놀 거리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이들의 뒷북치는 소리, 그 울림이 깊게 다가왔다. 청년 세대에 관심이 많은 인드라망 구슬님도 이들의 활동에 관심 두고 함께했으면 좋겠다.

■ 청년협동조합 뒷북 누리집
: www.facebook.com/doitbuk
■ 청년협동조합 뒷북 후원 계좌
: 신한 110-465-786223(청년협동조합뒷북 소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