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목 차 >
책머리의 변
제1절 선재 동자의 구도행각을 소개하면서
제2절 장엄스러운 법회
제3절 보현 문수 보살의 설명과 찬탄
제4절 최초의 선지식 문수 보살
제5절 선재 동자의 발심
제6절 묘봉산의 선지식 덕운 스님
제7절 해문국의 선지식 해운 스님
제8절 해안동의 선지식 선주 스님
제9절 자재성의 선지식 미가 장자
제10절 주림성의 선지식 해탈 장자
제11절 마리취락의 선지식 해당 스님
제12절 보장엄 원림의 선지식 휴사 우바이
제13절 나라소국의 선지식 비목구사 선인
제14절 이사나 마을의 선지식 승열 바라문
제15절 사자분신 마을의 선지식 자행 동녀
제16절 삼안국 숲속의 신지식 선견 스님
제17절 명문국 강변의 선지식 자재주 동자
제18절 해주성의 선지식 구족 우바이
제19절 대흥성 시정속의 선지식 명지 거사
제20절 사자궁성 거리의 선지식 법보계 장자
제21절 보문성 마을의 선지식 보안 장자
제22절 다라성 폭정의 선지식 무염족왕
제23절 묘광성 정법자비의 선지식 대광왕
제24절 안주성의 소녀 선지식 부동 우바이
제25절 도살라성 산정의 선지식 변행외도
제26절 광대국의 향파는 선지식 우발라화 장자
제27절 누각성의 뱃사공 선지식 파사라 선사
제28절 가락성의 장삿꾼 선지식 무상승 장자
제29절 수나국 가릉림성의 선지식 사자빈신 비구니
제30절 험난국의 기생 선지식 파수 밀녀
제31절 선도성의 선지식 비슬지라 거사
제32절 보타락가산의 선지식 관자재 보살
제33절 관음 도량에 오신 선지식 정취보살
제34절 수라발저성의 선지식 대천주지신
제35절 보리장의 선지식 안주주지신
제36절 가비라성의 선지식 바산바연주야신
제37절 보리장의 선지식 보덕정광주야신
제38절 보리장의 선지식 희목관찰중생주야신
제39절 보리장의 선지식 보구중생묘덕주야신
제40절 보리장의 선지식 적정음해주야신
제41절 보리장의 선지식 증장위력주야신
제42절 보리장의 선지식 개부수화주야신
제43절 보리장의 선지식 대원정진력구호중생주야신
제44절 룸비니 동산의 선지식 묘덕원만광주야신
제45절 카필라성의 선지식 구바녀
제46절 카필라성의 선지식 마야 부인
제47절 완성의 단계에서 만나는 선지식들
제48절 장엄장 누각의 선지식 미륵 보살
제49절 또다시 문수 보살을 찾아서
제50절 영원한 선지식 보현 보살
-----
잊혀지지 않는 경험이 하나 있다.
한겨울 인적이 없는 눈 쌓인 산길을 혼자 가고 있었다. 갑자기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눈보라가 몰아쳐왔다. 몸이 얼어 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빠지고 엎어지고 뒹굴며 산을 내려왔다.
얼마나 걸었는지 갑자기 눈보라가 멎었다. 시야기 시원스럽게 트였다. 서 있는 곳이 어디이며, 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이십여년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경험이 잊혀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인생이란 실로 본인의 의사와는 하등 관계없이 어느 날 내던져 지듯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것이 어디이며,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무엇 때문에 태어났고 왜 살아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야말로 디를 돌아보아도 망망하고 앞을 내다보아도 망망하다. 겨울 산 눈길의 눈보라 정도가 아니라 태고적부터 덮여져 있는, 천근만근되는 어두움의 장막에 갇힌 것 같은 답답함과 망막함이었다.
삶의 현실이 이런 만큼 무엇을 해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하고 본능적으로 길을 묻고 찾는 몸짓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는 허무의 심연이요, 슬픔이요, 고통이었다. 이 허허로운 허무의 심연에서 빠져나오고 슬픔과 고통을 근절시키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삶은 무의미하고 비극일 뿐이라고 여겨졌다.
인생의 원초적인 허무와 슬픔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말고 더 가치 있고 절박한 일은 어디에도 없다고 확신했다.
.....
(책버리의 변 중에서..)
1995년 / 도법스님 / 선우도량 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