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생명공학은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근대화라는 이름하에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인 것 같다. 더욱이 그러한 생명공학의 최첨단에 서 있던 한 연구자가 스스로 자신의 논문을 조작했음을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서는 그동안 눈 감고 앞으로만 달리며 그러한 사람에게 박수치던 우리들에게 진지한 반성이 없을 수가 없게 되었다.

비록 주책임자가 논문 조작한 것을 인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논란거리가 있어서 공식적인 조사가 아직 다 마무리되지는 않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으로 불교계도 시끄럽다. 요즘 불교계의 일각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지지를 위한 모금 운동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어느 집단보다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불교계가 1980년대의 법난(法難) 때나 민주화 운동 때에도 제대로 된 목소리 하나 내지 않아 그동안 사회문제에 대하여 너무도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것에 비하면 깜짝 놀랄 정도의 활기찬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논란거리는 그동안 생산과 효율을 추구해온 우리사회의 한 단면이 극렬하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국가의 집중지원을 받고 있던 과학자가 실험 자료를 조작해서 훌륭한 논문을 발표했고 이에 더욱 많은 국가의 연구비가 집중 투자되었으나 실제로는 그러한 연구가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그 규모가 몇 백억에 이르는 대규모이기는 하지만 결국 과학계에서의 연구윤리 및 과학 기술에 대한 평가 문제이고,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하는 여러 사건 중의 한 사건일 뿐이다. 

과거 깨달음을 통한 지혜와 이에 바탕을 둔 자비 정신을 추구하는 불교계의 수행승에 대하여 세속인들의 관심은 매우 시끄러웠다. 예를 들어 성철 스님께서 하신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과거로부터의 선어(禪語) 한마디는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알게 되었을 정도였고, 불교계의 올바른 수행자의 모습과 발언은 세속에서의 힘든 삶을 영위해오던 일반인들에게 주목되어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종교로서의 불교가 삶의 지침과 방향을 제시함으로서 가치관의 혼란과 더불어 삶의 의미를 묻는 일반인들의 줄 수 있는 기능이자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의 상황은 완전히 거꾸로(전도) 되었다. 논문 조작을 시인한 연구자의 연구와 그가 말한 과학 기술에 대하여 불교의 수행승들이 안거 중에 언급할 정도로 관심을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커다란 가치부여(몽상)를 하면서 많은 스님들이 길거리에 나아가 촛불 시위와 특정인을 위한 모금 운동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결국 거리에 나선 스님들에게 가치관을 제시하고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은 과학 기술인 것이다. 그것도 자비로 포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이 부풀려진, 이미 취소된 발표 논문으로 이루어진 과학 기술에 말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 수행승들이 한 과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며, 세속 사회의 시비에 얽혀 시끄러운 형국이니 어찌 이것을 전도몽상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편, 그 옛날 관동대지진 때도 지진으로 인한 대량의 사상자 발생과 더불어 질병의 창궐을 당시의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하여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등의 조선인 음모론으로 풀어갔다. 당시 이러한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인해 무고한 수많은 조선인이 일본인들에게 죽창에 찔려 죽기도 하고 맞아죽기도 하였다.

그 때 분노에 떨며 살인과 폭행을 한 일본인들의 모습과 요즘 우리 사회에서 황우석 교수 사태에 대하여 의분에 겨워 분신자살과 폭행을 하는 이들의 모습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들은 과거 광기에 찬 일본인들의 모습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누구도 이들의 선택과 모습에 대하여 무어라 할 수는 없다. 그들의 모습 역시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단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깨어있음과 그렇지 못함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 속에서 항상 깨어있어 시표가 되어야 하는 종교인이라면 결코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 이번 상황에 대한 모든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속 싸움은 해당 기관과 당사자들 간의 일로서 조만간 해당 부처에서 모두 밝혀질 것이기에 진정한 불교인이라면 조용히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만일 지금의 논란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있는 불교인이라면 차라리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지지 못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헐벗고 한 줌의 쌀이 없어 죽어가는 이들에게 관심을 지녀보자. 지금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건 중의 하나인 과학 사건일 뿐이다. 앞으로 해당기관에서 모든 것이 확인되어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고 난 후에 관련된 이들에 대하여 그 잘잘못을 떠나 자비로운 마음으로 포근하게 맞아 격려하고 지지하는 마음가짐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지 지금은 결코 길거리에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 

- 우희종 (인드라망 전문위원,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