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를 생명평화진영에서는 어떻게 볼 것인가? /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한미 FTA라고 보통은 부르는 자유무역협정은 95년도에 WTO가 발효된 이후에 장기 과제로 남아있는 ‘일반관세’를 없애는 일을 의미합니다. 양 국가 사이에 관세가 없어져서 운송료 외에는 두 개의 국내 시장이 마치 하나의 시장처럼 움직이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조금 더 두 개의 시장에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보통은 “비관세무역장벽(non tariff measure)‘라고 부르는 해당국가의 정책 및 조치에 대해서 약간의 조정을 하게 됩니다. 스크린쿼터제 축소가 그런 경우입니다.

한미 FTA의 초기의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스크린쿼터나 환경정책 같은 걸 일부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 있고, 사례로 본다면 나중에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추진하는 특별한 환경정책이나 지역정책 때문에 무역상의 불공정을 받게 되었다면 여기에 대해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기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한미 FTA의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만 따져본다면 미국 제품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문화산업과 농업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중소기업들도 피해를 받게 될 것인데, 대체적으로 연간 4조원에서 5조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정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쟁이 우리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미국 수준으로 높여서 ‘결국에는 우리나라가 잘 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인데, 실제로 북미자유무역조약(NAFTA)에 속하는 멕시코 경제가 그렇게 멕시코한테 일방적인 경쟁력 강화만을 만들어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이제는 농업은 힘들고 어차피 공업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미국과 비슷한 사회를 만들면서 미국 경제권의 ‘위성 경제’로 살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한미 FTA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찬성을 하게 됩니다. 만약 지금 농업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중요한 것이라는 시각이 형성되어 있으면 다른 방식으로 한미 FTA가 추진되거나 수정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영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에 비교하면 농업은 절망적인 상황 같아 보입니다. 따지고 들어가면 우리나라는 일반 관세율이 8%이고 미국은 주료 관세율이 2~3% 내외인 경우가 많아 여러 가지 면에서 실제 이익은 미국이 많이 얻기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도 실제적인 이익은 우리 측에서는 별로 없다고 지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산업화의 신화에 젖어 있는 우리나라 관료나 경제계 인사들의 생각을 돌리기에는 흐름은 너무나 도도해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단기적으로는 안 그래도 붕괴 직전인 농업에 결정타가 될 것이고, 또 이제 시작하는 지방자치 차원에서 만들어내는 공동체 경제 혹은 작은 단위에서의 물질순화계를 희망하는 순환형 경제의 기반을 붕괴시키는 결과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짧게 보면 절망이지만 길게 보면 파국으로 향해가는 이 사회에서 생명평화의 담론과 흐름을 만드는 것이 더 없이 시급해보입니다. 생명과 평화를 무시하는 사회가 결국에는 돈이 최고라는 생각을 만들어낸 것인데, 그 희망이 사실은 돈도 국토생태도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도 꺾는 소수 경제 엘리트들에게만 이익인 조약을 찬송하게 만드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한미 FTA도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큰 결정 속에 생명에 대한 고려는 하나도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야말로 경제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경구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