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저축 잔고
                                  철오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공동대표

    ‘삶’은 무엇일까? 생명 있는 모든 존재의 삶 - 지극히 작은 미물에서부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심지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거대한 존재도 하나의 삶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삶의 전제 조건은 반드시 그 뒤에는 죽음이(生滅)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미 삶이 시작되는 순간 모든 존재는 죽음의 문을 향해가고 있다.

    수많은 생명, 수많은 사람들이 ‘삶’을 누려왔지만 어느 누구도 죽지 않은 이는 없었다. 그래서 삶이라는 단어 속에는 죽음이라는 그림자(生死)가 항상 따라 붙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로병사’, 태어나서 나이들고 병들고 죽는 삶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단지 빈부귀천이 있고 남녀가 있고 등의 수많은 삶의 모습만이 다를 뿐이다.

  불교인, 아니 불자들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모든 불자들의 삶은 ‘깨달음 즉 해탈열반’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정해 놓고 살아간다. 삶을 가장 ‘삶’ 답게 누리기 위한 이 깨달음을 부처님은 어떻게 이룩하셨던가? 바늘과 불 위로 걷는 고행, 혹은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선정으로 아니면 신통력으로. 아니면 인터넷으로? 그러나 깨달음의 마지막 해답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었다. 일상생활 즉 행주좌와 어묵동정을 살피라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몸과 마음을 살펴 궁극적 깨달음의 지혜를 얻으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일상적인 삶을 살펴보아야만 깨달음의 하루를 보내기 위한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특정한 장소나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깊게 살피는 것이다. 말하고 밥 먹고, 걸을 때, 혹은 맡은 바 일을 할 때 살펴 아는 것이 바로 깨달음의 시작이고 끝이라는 것이다. 살펴 아는 것, 즉 바르게 지켜보는 것(正念) 이라고 하셨다. 일상생활을 바르게 지켜본다는 것은 순간순간을 바른 말 바른 몸가짐 바른 마음을 챙겨 간다는 뜻이다.

    우리는 쉬운 일상생활의 순간순간을 놓치고 살면서도, 어디 멀리 물 좋고 산 좋은 산꼭대기 선방 수행처와 시간을 따로 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평온과 자유로운 삶(해탈열반)이 궁극적 목적이라면 가까운 목표는 현재 일상생활의 삶 하나하나에 평안함과 고요함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삶의 지혜는 삶을 통해서만 나오는 것이고, 올바르고 평안한 삶이란 찰나 찰나 일어나고 사라지는 순간 순간을 살펴 몸과 마음의 바른 에너지를 저축하는 것이다. 은행 잔고가 든든하면 넉넉하고 편안한 것 처럼. 우리는 일상 생활의 바르게 지켜 살피는 마음의 저축 잔고는 어떠한가? 비어있는지? 빚져 있는 마이너스 통장인가? 바로 지금 이 순간 놓치고 있는가? 챙기고 있는가?

* 출처: 인드라망 소식지 9호(2006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