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열반 후 불교가 발생한 고대 인도의 가장 중요한 신앙 대상은, 바로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불탑(佛塔)이었다. 부처님의 모습을 인간 모습으로 나타낸 불상(佛像)은 불탑 건립 이후 500년이 지난 후에 등장했으니, 모든 불교미술의 탄생은 탑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탑을 만든 후 불교도들은 어떻게 탑을 장엄했을까? 다름 아닌 부처님의 생애와 부처님께서 전생에 행한 육바라밀의 내용으로 탑을 장엄했다.

 

 

중생들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돌에 새겨 놓았으니 현학적이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았다. 옛부터 불교미술의 소재로 등장했던 부처님의 전생이야기 중에서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시비왕 본생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 옛날 전생에 부처님은 큰 나라 왕이 되었는데 이름이 시비(尸毘)였다. 그는 왕으로 있으면서 끝없는 보시를 행했는데, 어느 날 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비왕의 보시에 대한 마음을 시험하기 위해 제석천은 매로 변장하고, 제석천의 신하인 비수갈마는 비둘기로 변해서 시비왕을 찾아 갔다. 그 때 변화한 비둘기가 매에게 쫓겨 겁내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중들 앞에서 시비왕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갔다.

 

 

변화한 매가 왕에게 먹이인 비둘기를 달라고 하자, 시비왕이 “내 본래의 서원은 일체 중생을 제도하는 일이다. 비둘기는 내게 와서 의지했기 때문에 나는 결코 너에게 주지 않겠다”고 답했다. 매는 다시 “만약 내가 굶주려 죽는다면 그대는 곧 자비심을 버린 것이오”라고 했고, 대왕은 “너는 내 살을 먹으면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매는 “그렇소. 당신 몸의 살 무게와 비둘기의 무게가 같아야만 제가 먹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시비왕은 날카로운 칼을 가져다가 자기의 다리 살을 베어 그것을 매에게 주고 비둘기 목숨과 바꾸고자 했다. “왕은 시주가 되어 일체를 평등하게 봅니다. 내 비록 조그만 새이지만 이치에는 치우침이 없습니다. 만일 그 살로 이 비둘기와 바꾸려고 한다면 저울질을 해 저울추가 평행이 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시비왕은 다리 살을 칼로 다리 살을 다 베어냈지만 비둘기보다 가벼웠다. 온 몸의 살을 다 베어도 마찬가지였고 왕의 몸을 저울판에 놓자 그때서야 저울추가 평행이 되었다.

 

 

왕이 몸의 살을 다 베어 내어 뼈마디만 앙상하게 드러나자 “내가 이제 몸을 버리는 것은 재보나 욕락(欲樂)을 위해서가 아니고, 또 처자를 위해서나 종친(宗親)과 권속을 위해서가 아니며, 일체종지를 구해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알고서야 어찌 자신의 구복만을 위해 기도할 것이며, 인간 위주의 생명 존중만을 고집할 것인가?

 

지난 해에 이어 올 해에도 법보신문에 부처님의 일대기와 전생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불교도들에게 부처님의 생애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지면을 통해 찾고 있는 중이다. 경전의 내용을 알기 쉽게 미술로 표현해 두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중생 교화 방편이 있을까?

 

 

 

유근자
인드라망 전문위원
((사)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