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약(名藥)

약(藥)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보약(補藥)이 있는가 하면 사약(死藥)이 있다. 인삼, 녹용은 약성 자체가 보기제(補氣劑)이지만 체질에 맞지 않으면 극약(剋藥)이 된다. 우주세만물(宇宙世萬物) 이름있는 존재는 다 약 아닌 것이 없다. 그래서 우주에는 팔만사천명약이 있다. 나무뿌리로도 약이 되고 잎, 꽃, 열매, 꽃수염, 보리, 옥수수수염 그리고 버섯종류 수십 가지 등 약 아닌 것이 없다. 소나무에서 생기는 송진, 매미, 개미, 잠자리, 지네, 두더지, 지렁이, 개구리, 두꺼비, 뱀 종류 등 헤아릴 수 없는 습생, 화생, 물속에서 헤엄쳐 다니는 어류, 공중에 날아다니는 조류, 그리고 네발 달린 동물, 아! 참으로 신비한 약을 먹으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게 인간이다. 심지어 인간의 배설물인 똥, 오줌, 구더기 까지도 약이다. 시궁창에 고인 썩은 물은 화상에 명약이다. 전신에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할 적에 시궁창 고인 물에 몸을 묻으면 곧 화독을 빨아 내여 생명을 살리게 된다.

아! 우주의 신비한 도리, 왜 산과 바다가 있으며 하늘과 땅, 해와 달, 낮과 밤, 물과 불 남자와 여자, 음양 상대성 원리가 이것이 아니겠는가. 사바세계(娑婆世界)에는 팔만사천 부처님의 말씀이 명약이다 병명은 하나지만 약처방은 십이처방이 넘는다 약은 언제나 환자를 살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지만 이 명약에 인연이 있는 사람은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마음을 닦고 번뇌망상煩惱妄想)을 다 버리고 자연과 진리에 순응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정성이 지극한 사람에게는 명약을 만날 것이다.

사람을 약에 비유해 본다. 다겁생(多劫生)에 지은 죄업을 소멸하고 참회하며 어질고 착하고 진실하고 자비하면서도 너그러운 사람,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보약에 속한다. 그렇지만 탐진치삼독(貪瞋痴三毒)에 아만아집(我慢我執)이 가득한 사람, 매사에 역행한 자는 극약이라 본다.

우주의 오행설의 도리(道理) 인간은 오행을 잠시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우주는 대천지(大天地)요. 우리 인체는 소천지(小天地)라 우주에 존재한 모든 만물이 우리 인간을 위해서 존재 한 것이기 때문에 우주에 오기(五氣)가 있는가 하면 우리 인체에는 오장(五臟)이 있고 우주에 일 년 열두 달이 있으면 우리 인체에는 열두 경락이 있고 우주에 365일이 있으면 우리 인체에는 365혈(穴)이 있다 우주에 24절기가 있으면 우리 인체에는 경추, 흉추, 요추 뼈가 24개이다. 참으로 감탄 하지 아니할 수 없다. 木은 봄이요, 火는 여름이요, 土는 사계절을 이끄는 중앙토(中央土)요. 金은 가을이요 水는 겨울이다. 우리 인체로 본다면 木은 간담(肝膽), 신경계통(神經系統), 두통(頭痛), 눈(目), 수족(手足), 중풍(中風)이고, 火는 심소장(心小臟)이요 土는 비(脾), 위(胃), 장(臟)이요 金은 폐대장(肺大臟)이고, 水는 신장(腎臟), 방광(膀胱), 자궁(子宮), 생식(生殖), 요통(腰痛), 유방(乳房), 빈혈(貧血)에 속한다.

나라에는 五行이 어떤 부서에 속하는가? 木은 교육부, 火는 군주(君主) 즉 나라의 주인이 사는 집이요, 土는 농림부, 金은 국방부, 水는 해군부에 속한다.

봄에 씨 뿌려 여름에 가꾸어 가을에 추수해서 겨울에 먹는다. 우주에 순환을 거역할 수 있단 말인가. 비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고 바람 불면 바람을 맞는 것이 순리인 것을.

지금부터 50여년 전 전남 화순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부부가 결혼해서 15년간을 행복하게 살고있는데 뜻하지 않게 재앙이 생겼다 남편이 문둥병에 걸려 몸은 썩을 대로 썩고 백약이 무효였다. 행여나 남이 알까봐 남편을 방에 가두어 놓고 좋다는 약처방을 다써 보았지만 효험이 없어 손가락을 잘라 피를 먹이고 온갖 정성을 다해 남편을 간병하면서 부처님 전에 매달려 다겁생에 지은 죄업을 용서해주시고 남편을 살려 달라고 기도한 지 3년 비몽사몽간에 부처님께서 나오시어 너의 남편을 네가 죽이라고 명령을 하여 부인은 통곡을 하면서 3년간 남편을 살리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간병을 하였는데 내손으로 남편을 죽여야 한다니 애당초 완도 소록도로 보내냈으면 남편이 죽지 않았을 것을... 후회를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남편을 죽일 방편은 물 한 사발에 양잿물 한 냥을 타서 먹이면 죽는다고 하여 부인은 노발 대발 분노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꿈이었다. 부인은 부처님 말씀대로 죽이기로 결심하고 양잿물을 타서 남편을 먹이면서 “여보 이약은 보약입니다. 당신과 나와 함께 먹고 죽읍시다. 저세상에 가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자고요.”라고 약속을 하고 약을 먹였다 남편은 약을 먹는 순간 몸부림을 치면서 펄떡거려 부인은 그 광경을 볼 수가 없어 부엌으로 나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밤이 지나고 아침햇살이 떠올라 있었다. 떨리는 가슴을 달래면서 방문을 열었다. 이게 웬일 인가! 죽어있어야 할 남편이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었다. 그 얼굴은 황금빛으로 변해 부스럼 딱지는 방바닥에 떨어져 있고 상처는 씻은 듯이 나아있었다. 정성이 얼마나 지극하였으면 극약이 명약으로 변했을까? 조선일보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타자이(利他自利) 吾利自害(오이자해)라. 말 못할 고민으로 아파하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사회,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무 물 공기 이웃, 늘 접하고 살면서 우리는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드리면서 고마운 줄 모르고 살고 있다. 우리에게 진정한 명약은 공존하는 자연이요 공존하는 사회일 것이다.

글: 정덕스님(인과선원 주지, 인드라망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