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늦잠자고 싶은 생각이 몰려옵니다. 이불과의 밀착감이 더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뿌리치고 부시시 일어나 밭에 갑니다. 4424 버스를 타고, 오른쪽으로 관악산, 왼쪽으로는 청계산에 그린벨트로 묶여 나즈막한 하우스들판 풍경에 언제 이불에 붙어 있고 싶었냐는 듯이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고천역에서 내려 텃밭으로 들어가는 길. 아직은 공사중이어서 좀 황량하지만, 다리 건너 오솔길로 들어가는 길은 늘 빨간머리 앤에서 나왔던 자작나무 길인가를 떠올립니다. 매츄아저씨가 처음 앤을 만나서 마차에 태우고 오던 길인데, 앤이 그 길이 너무 예쁘다고 수다를 떨어대지요. 나무들의 호위를 받는 길을 걷는 느낌.. 참 좋아요
어제의 일은, 밭정리였습니다. 이제 가을농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무성한 것들을 거둬내고, 고랑을 다시 정리하고, 퇴비를 뿌려주어야 합니다.
은영씨와 저 최수옥이 인드라망 사무실 밭 정리를 하였습니다. 진차근 샘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우리들에게 괭이질과 삽질을 알려주시면서 거진 다 해 주셨지요^^. 밭정리하는데 왜 여자들만 왔냐 하시면서. 머 은영씨가 인드라망 활동가 수련회 여자 팔씨름 일등이긴 하지만, 삽질하고 괭이질 하는 것이 남자들 근력이 필요한 것 같긴 합니다.
진차근 샘 曰, 귀농학교 밭은 뱀 나오겠어~
그렇지 그렇지. 내가 안 온지 2달전에 매어주고 안 건드렸는데, 그렇지 그렇지.. 음.. 민폐로군.. 은영씨와 낫질을 하였습니다. ㅡㅡ; 그러나 너무 많아서 대략 1/4만 하고 나머지는 27일 일감과 귀농학교 19기 신입생들의 일감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
고구마 줄기도 좀 따오고, 은이네 노각도 좀 얻어오고, 토마토도 따오고. 은영씨랑 낑낑대며 들고 왔습니다. 수레를 안 가져온 것을 후회하며..
가기 전엔 은근히 귀찮다가도 가서 흙이랑 풀이랑 엉켜서 있으면 참 좋습니다. 몸도 마음도 개운해 지고.
몇몇 분은 밭정리를 해 놓기도 하시고 했는데, 무성한 밭들이 너무 많습니다. 수확해야 할 것도 꽤 되구요. 시기를 놓치시면 가을에 심심하실 수 있어요. 이번주안에는 꼭 다녀들 가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