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을 경과하면서, 마침내 우리사회의 농업과 농촌의 문제는 모든 이들에게 사라졌다. 우리사회에서 농촌사회의 인구가 20% 이하로 되면서, 그리고 FTA가 시대의 대세로 되면서 마침내 우리사회는 농업과 농촌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을 털어버린 듯하다.

10여년전만 하더라도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고향을 두고 있었고, 농부의 자식들이었다. 동시에 우리사회는 농촌과 농업의 희생 속에서 도시산업사회의 꽃을 피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 선거에서 그리고 모든 후보들이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곤 하였다.

하나의 숫자를 보자. 25%, 이 수치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뜻한다. 최근에는 25% 이하라고 한다. 약 75%의 식량은 반드시 외국에서 수입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이다.

여기다 거의 100%에 육박하는 쌀을 제외하면 3%를 넘지 못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민들에게 먹일 식량을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기반을 거의 잃어버리고 있다.

‘식량의 무기화!’라는 경고는 여기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의 농사가 모두 정지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늙은 농부들이 다 은퇴하였을 때, 만일 세계적인 식량파동이 온다면…’이라는 우려이다.

컴퓨터나 자동차, 선박과 반도체는 식량을 대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럽사회는 식량자급률을 100% 이상을 항상 유지하는 정책을 유지한다. 선박과 자동차를 팔아서 식량을 사먹겠다는 ‘FTA 만능의 사고’는 한번쯤 되돌아 보아야 한다.

이웃종교인 가톨릭에는 유명한 ‘가톨릭농민회’가 있다. 이 단체는 이제 창립 40년을 바라보고 있다.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80년대 후반기에 ‘친환경농업’을 생산하는 단체로 바뀌었다. 이런 단체가 전국의 각 읍면까지 분회를 조직하여, 가톨릭농민들에게 ‘친환경농업’과 ‘생명사상’에 대하여 홍보, 교육하고 있다.

기독교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친환경농업’ 단체인 ‘정농회’가 있어서, 크리스찬 농부들의 배움터 구실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미 불혹의 나이를 훨씬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계의 감리교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농업’ 목회활동을 진행하는 단체도 여러 개 있다.

개신교 농민운동 활발한 반면 종교계서 불교만 농민회 없어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귀농학교 불교계 유일한 새 농부 교육장

피폐한 농업과 농촌 살려내고 생태환경 지속가능하기 위해 친환경농업생산자와 생협 중요

기성 종교계에서 불교계만 ‘농민회’가 없다. 전국의 사찰들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이 농촌이고, 사하촌의 많은 농부들이 있지만 ‘불교농민회’는 없다. 자연히 21세기 가장 중요한 농업과 농촌의 비전인 ‘친환경농업’에 대한 교육을 하는 곳도 없다.

불교계에서는 유일하게 ‘인드라망생명공동체’만이 10여년 전부터 ‘불교귀농학교’를 통해 새로운 농부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웃종교계의 농민회에는 이미 수십년동안 농사를 지어왔던 베테랑 농부들이 ‘친환경농업’을 기치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불교계는 그야말로 농업에 대하여 햇병아리 ‘귀농자’들이 어렵게 농업과 농촌에 동화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왕에 어려운 농촌현실을 보면서 그래도 현대사회에서 가장 실질적으로 농업회생을 위해 활동하는 곳으로 생협이 있다. 생협은 실제적으로 우리 농업 생산물을 친환경적으로 보호하면서 조직적으로 소비하고, 식품 안전을 꾀하고 지속 가능하면서 친환경 농업을 격려하는 결과를 낳아 농업.농촌 회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조직이다.

오늘의 생협은 그 뿌리가 깊고 길다고 말할 수 있다. 1960년대 초중반의 협동농장 운동의 실패, 가톨릭농민운동 단체의 생명존중 사상 실천으로의 전환, 농민운동권의 고뇌와 좌절,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생명.생태계의 인식, 그리고 생협운동가들의 반복된 실패 연습 등이 오늘 이만큼의 생협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한국 농업.농촌의 회생을 위해 생협은 대단히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물론 생협의 궁극 목적이 농업.농촌의 회생만은 아니다. 다만 협동의 실천, 생명.생태의 존중, 식품안전을 기하는 생협 정신은 우리 농업.농촌의 회생을 가져올 수 있다. 생협은 현단계에서 농업.농촌 회생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고 궁극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직 불교계에는 생협에 관한 깊은 인식이 있지 않다. 다만 ‘친환경농산물을 살 수 있는 곳’ 정도가 인식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약 15년의 활동을 통해서 겨우 불교계의 한 귀퉁이에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생협운동이 가지는 ‘농업농촌’에서의 역할은 매우 크다. 두 가지 정도에서 그렇다. 하나는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미래는 유일하게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이 친환경농업에 대한 두 가지 축이 ‘친환경농업생산자’와 ‘생협’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지속적인 농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농부의 탄생이 필수적이다. 이 새로운 농부(귀농자)의 가장 큰 시장이 바로 생협의 조합원들이다. 이렇듯 중요한 복합적 의미를 가진 일이기도 하다.

21세기에 우리 불교계가 가장 잘 ‘사회적 실천’을 조직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이 생태환경운동의 영역이다. 특히 농업과 농촌을 살려내고, 우리의 생태환경을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생협운동’은 이 영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다. 그리고 이 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올지 모를 ‘식량위기’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불교신문 2877호/ 1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