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에서 깨달음은 지나치게 신비화되고 있다. 왜곡된 깨달음관을 바로잡아야 한다.”(도법 스님)

“깨달음이란 ‘나와 너’ 혹은 ‘있다 없다’라는 이원적 사고에서 벗어나 편견이 존재하지 않는 일원적 사고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도를 바로 이해해야 한다.”(고우 스님)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이자 조계종 원로의원인 고우 스님과 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이 ‘깨달음’을 주제로 야단법석을 펼쳤다. 두 스님은 9월26일 저녁 조계사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야단법석 시즌2’에 나와 한국불교에서 깨달음의 의미와 가치, 문제점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방식은 도법 스님이 질문을 던지고 고우 스님이 답을 하는 것이었다.

첫 질문에 나선 도법 스님은 “솔직한 자기반성이 있어야만 한국불교가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개인적으로 금오·성철·서옹 등 소위 깨달은 도인들의 삶을 보면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한 발 더 나아가 “깨달은 도인의 모습이 저 정도라면 굳이 특별하게 출가를 고민하고 깨달음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며 “스님은 어떠하셨냐”고 물었다.

자칫 근현대 한국불교 대표적인 선사들을 폄하하는 것으로도 느낄 수 있는 도법 스님의 질문에 장내는 순간 긴장감이 흘렀지만, 고우 스님은 “나 역시 그랬다”고 답해 청중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고우 스님은 “나 역시 큰스님이라는 분들을 찾아가 보면 화도 잘 내고, 큰소리로 싸움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스님들이) 평소 알아왔던 ‘도인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다”며 “때문에 실망도 적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스님은 “내가 나중에 중도를 이해하면서 큰스님들에게 실망했던 부분도 사라지게 됐다”며 “편견을 버리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도법 스님은 깨달음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특히 스님은 한국불교에 있어 깨달음이 지나치게 신비화되고 실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깨달음의 내용이 연기와 중도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라면 깨달음은 먼 훗날 이루기 위해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금 바로 끊임없이 실천해야 할 내용”이라며 “그럼에도 한국불교에서 깨달음관은 지나치게 신비화되고 왜곡돼 있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이어 “깨달음은 신비한 선정삼매나 오랜 참선수행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법문과 대화를 통해 연기와 중도에 대한 이해와 확신, 실천으로 완성해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고우 스님은 직접적인 답을 피한 채 “깨달음에 도달하는 데는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즉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고, 체험하는 과정에 따라 이해의 속도로 다 다르다는 것이다. 가령 육조 스님의 경우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는 구절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것처럼 사람마다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깨달음에 대한 관점 역시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고우 스님은 “결국 궁극적으로 깨닫는다는 것은 분별심을 가지고 사고하는 이원적 인식 구조를 일원적 구조로 정화하는 것”이라며 “그것의 시작은 현실에서 ‘나’라는 분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가 부처임을 깨닫는 중도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야단법석에는 스님과 신도 등 사부대중 150여명이 동참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