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정리해고로 인한 노사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직면한 현실에 대해 사부대중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스님)는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상임공동대표 퇴휴스님)와 공동으로 오늘(10월17일) 오후7시 서울 조계사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 2층 법당에서 ‘야단법석 시즌2, 여섯 번째 이야기 마당’을 열었다.

스님과 재가자 30여 명이 동참한 이날 야단법석에는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불교’를 주제로 노동자와 함께하는 불교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한진중공업 파업 당시 일반인들에게 ‘희망버스’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됐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강의하는 모습.

이날 김진숙 지도위원은 “쌍용차 해고가 부당하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음에도 아직도 노동자들은 길바닥에 나와 있다”면서 “기존 노사합의만 지켜졌어도 고통 속에 자살을 택한 해고자와 가족 20여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노동자들을 대우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노동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임금을 달라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마치 파리 목숨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진숙 위원은 2011년 1월6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부산 영도조선소 35m 높이의 크레인에 오른 후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는 21세인 1982년 대한조선공사(옛 한진중공업)에 최초의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으나 입사 5년 만에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해고당했다.

당시 함께 해고된 노동자들이 20년 넘게 벌인 복직 투쟁을 벌여 회사로 돌아갔을 때도 김 위원만 복직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사이 두 차례 징역을 살았고, 수배생활로 5년을 보냈다.

야단법석 참석자가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김 위원은 “크레인에서 고공 시위를 할 당시 추위와 배고픔보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혼자 있다는 고립감이었고, 이는 감옥에 있을 때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면서 “서울,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온 국민들이 큰 힘이 됐고, 희망버스가 없었다면 살아서 내려오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고 존중받는 세상이 가장 행복한 세상”이라며 “노동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지만, 언제나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고 이를 위해 현장에서 내 몫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11월14일 오후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일곱 번째 이야기 마당에는 전 양산 내원정사 산감 지율스님이 초청돼 ‘생명평화와 내성천’을 주제로 강론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