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적 본질적인 ‘중생구제’ 새로운 전기
[뉴스분석] 조계종 노동위원회 곧 출범
조계종 노동위원회가 조만간 출범할 예정이다. 제33대 총무원 집행부는 지난 14일 부실장 간담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령’을 최종 점검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이달 하순 종무회의에서 종령을 제정할 계획이며, 8월이 가기 전에 닻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은 삶의 근간이며 사람은 노동으로 어른이 된다. 그러나 자본과 체제에 예속되면서 노동은 숱한 가난과 차별, 눈물을 낳아왔다. 노동위원회는 노사분규,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 노동계 전반의 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창출하고 체계적 대응에 착수하기 위한 기구다.
실현 가능한 종책을 수립하고, 실직이나 고용불안에 떠는 이들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노동운동가를 비롯해 변호사와 노무사, 세무사 등 전문직이 포진되는 위원회의 면모도 믿음직스럽다. 결국 사회모순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노동문제 해결에 불교가 적극 나서겠다는 선언이자 결행인 셈이다.
‘용산참사’의 치유를 위한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지속적이고 지극한 관심은 이미 알려진 바다. 약자를 향한 순정(純情)이다. 설움 받는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 지원 방침도 동일한 맥락이다. 총무원장 스님은 지난 4월5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예방 당시 노동위원회에 대한 구상을 처음 언급했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현안이지만 그간 종단이 중점적으로 챙기지 못했다”며 “노동문제의 해법을 전담할 노동위원회를 종단에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자살하거나 급사한 해고자들을 위한 천도재, 시위 구속자에 대한 대통령 특별사면 청원이라는 진심어린 후속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노동위원회의 전개양상이 단순히 겉치레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방증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개발독재시대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불온과 이적으로 왜곡되기 일쑤였다. 이는 보수적인 종교 교단이 섣불리 전면에 서지 못하는 빌미로 작용했다. 이즈막엔 같은 노동자들 사이의 양극화가 이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살아있는 절망이다.
곧 공공선을 강조하는 종교가 가장 먼저 어루만져줘야 할 현실이다. 타종교의 경우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있다. 종단 차원의 기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노동위원회의 설치는 그만큼 포용적이며 진취적인 현 집행부의 색깔을 반영한다.
오는 29일 조계사에서 열리는 제1차 ‘시민초청 무차대회’에서도 종단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해고자와 환경미화원, 학습지 교사 등 불안정한 신분과 부당한 처우에 신음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첫 번째 손님이다. 불교 전통의식의 복원으로, 무차(無遮)란 단어에서부터 평등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노동자를 부처님으로’라고 정한 1부 행사의 테마가 인상적이다.
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은 “세상과 고락을 함께 하는 불교로 거듭나겠다는 총무원장 스님의 일관된 정신이 표출된 것”이라고 노동위원회의 의미를 규정했다. “자성과 쇄신 결사의 성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요컨대 실제적이고 본질적인 ‘중생구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궁극적 의의다. 좌편향으로 읽어선 곤란하다. 진정한 동사섭(同事攝)이다.
